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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4-04-16 15:07:02
조회: 7,412  
제목 [book] 주거해부도감
 

본문

 
 
집짓기의 철학을 담고 생각의 각도를 바꾸어주는 따뜻한 건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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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스스무 지음 | 김준균 옮김
더숲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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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과 1학년이 되면 처음 건축설계와 관련하여 접하는 용어가 <휴먼스케일>이라는 것이다.
human scale.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물건들과 그것이 놓여지거나 설치된 공간이
이 휴먼 스케일에 적합하도록 디자인되어 있는 것이고,
이것의 칫수를 몸과 머리로 익혀야만 설계를 진행할 수 있다.
 
이 휴먼스케일에 근거를 두고 각 실-화장실,주방,식당,침실,계단 등-의 기능에 따라
정리해 놓은 내용을 <건축계획 각론>이라는 과목을 통해 더 상세히 배우게 된다.
 
<주거해부도감>은 딱딱한 <건축계획 각론>의 내용을
집에 촛점을 두고 편안하고 재미있게, 그림을 곁들여 설명하고 있다.
 
처음에는 대학교에서 주택설계를 배우는 건축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책을 만들려다,
책의 내용이 손질되면서 '일반인들도 이 정도의 지식은 알아두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주거해부도감>을 완성하였다고 저자는 말한다.
 
지금 여러분이 살고 있는 곳, 익숙한 주택을 다시 살펴보자는 취지로 책을 만들었다는 저자는,
주택 설계뿐만 아니라 어떤 분야든 무엇인가를 배우기 위해서는 기본부터 시작해야 함을 강조한다.
 
이 책에서 줄곧 이야기하고 있는 '평범함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새로운 발상을 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또한 앞으로 자신의 집을 지으려고 생각하는 독자를 향해서는
그들 자신도 적극적으로 설계에 참여할 필요가 있음을 역설한다.
그들이 새로운 집에 기대하는 사항들이 바로 설계의 출발점이며 도착점이기 때문이라는 것.
 
한 채의 주택을 준공시키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요소가 너무나 많아,
재정 상태를 고려하여 필요한 것을 GET 하고, 그렇지 않은 것을 CUT 하는 판단력과 결단력을 갖추는데
이 책, <주거해부도감>이 반드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저자는 확신한다.
 
 
단위 공간별로 필요한 칫수를 설명하는 내용 사이사이에
자신의 생각을 칼럼 형식으로 삽입하는데, 이 내용 또한 흥미롭다
 
column1_ 가족의 타임 테이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집짓기
column2_ 평범함에서 시작하라
column3_ 콘셉트란 전체가 완성된 후에야 비로소 나타나는 것이다
column4_ 평범한 미닫이는 안 되는 건가
column5_ 평면의 토폴로지
column6_ 무목적이라는 목적도 있다
 
 
 
"우선 콘셉트를 결정할 것."
이 말은 설계시 흔히 듣는 말이다.
사실 'concept'라는 단어는 '개념'이라는 의미다.
잘못 알고 있는 사람도 많지만, 콘셉트를 '우선 결정하라'고 하는 말은
과정상 본말이 전도되어 있다.
개념이란 전체가 완성된 이후에 비로소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원래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방침만 결정되면 계획과 그 계획을 구체화하는 일이 분명해진다.
그렇게 되면 작업은 물 흐르듯이 진행된다.
이제 전력투구해라.
혹시 작업이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그건 처음에 제대로 된 방침을 결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필자는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고 생각한다.
방침 같은 걸 결정하기 때문에 오히려 진도가 나가지 않는 것이다.
무엇인가를 결정할 때마다 계속해서 나타나는 갈림길.
오른쪽으로도 왼쪽으로도 가보고 싶겠지만 양쪽으로 가면 가랑이는 찢어진다.
그러나 설계나 디자인은 사실 '창조적인 행위'이기 전에 '버리는 결심'이기도 하다.
무엇인가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다른 무엇인가를 깨끗하게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
CUT & GET. 물론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미련이 남기 때문이다.
미련을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방침의 견지'다.
힘들게 결정한 방침을 뒤집는 일은 무척이나 어렵다.
그러가 그것조차 포함해서 CUT & GET을 적절히 실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면 아무리 변심해도 상관없다.
설계란 진전을 확인하면서 변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걱정할 것이 없다.
콘셉트는 어차피 마지막에 결정되는 것이니까.
(column3_콘셉트란 전체가 완성된 후에야 비로소 나타나는 것이다 중에서)
 
 
 
주택을 설계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이 개념(concept)에 집착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어떤 스타일의 주택을 만들기로 작정하고 디자인을 진행하다 보면
사용자의 요구사항이나 대지의 조건 등을 억지로 원하는 디자인에 끼워맞추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설계를 진행하다 무언가 해결이 되지 않을 때, 한숨을 돌리고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절대로 변경할 수 없다고 정해두었던 요소를 과감하게 바꿔보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순간, 찜찜했던 문제가 뻥 뚫리는 것을 알 수 있다.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사용자가 될 이와 끊임없이 이야기 나누고
공간을 만들어가야, 그렇게 완성된 집이
그 삶의 무늬에 꼭 맞는 단 한 채의 집이 될 수 있다.
 
또한 주택을 설계할 때 항상 하게 되는 과정은, 무엇을 버릴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무엇을 만들지보다 더 중요한 것이 과감히 버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
몇 채의 주택을 만들어보면서 갖게된 생각이다.
 
같은 대지에, 같은 사용자를 위해, 같은 각론 사항을 바탕으로 설계를 시작하지만,
어떤 이가 어떤 의도로 설계를 진행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물은 천차만별이다.
이러한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이, 건축가의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