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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5-03-03 16:05:16
조회: 6,037  
제목 [book] 액체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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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 이일수 옮김
2010년 | (주)도서출판 강



이 책의 머리는 폴 발레리의 글로 시작된다.

중단, 불일치, 놀라운 일은 우리 삶의 일상적인 조건들이다.
많은 사람들은 변화와 끊임없이 새로워지는 자극 (......) 이외의 것들은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 이제 우리는 어떤 것이든 오래 지속되는 것들을 참지 못한다.
무료함 속에서 결실을 일구는 법을 우리는 이제 모른다. 
 - 폴 발레리


유동성은 액체와 기체의 특성이다.
이 둘이 고체와 다른 점은,
접선력이나 전단력을 견뎌내지 못하며
따라서 그러한 힘이 가해지면 끊임없이
형태상의 변화를 겪는다는 것이다.

유체가 지닌 이 모든 특징들은 결국,
단순하게 말하자면 고체와 달리 액체는 
그 형태를 쉽게 유지할 수 없음을 뜻한다.

유체는 이른바,
공간을 붙들거나 시간을 묶어두지 않는다.
액체는 자신이 어쩌다 차지하게 된 공간보다
시간의 흐름이 중요하다.

근대는 그 시작부터 어떤 '액화' 과정이 아니었던가, 하고 저자는 묻는다.
'견고한 것들을 녹이는 것'이 줄곧
근대의 가장 주요한 소일거리가 아니었던가.

유목민에 비해 정주하는 삶이 무조건 
우월하다는 시대,
정착한 자들이 이동하는 자들을 지배하는 시대는 이제 급격히 종말을 향해가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천년을 지속한 전통에 대한 놀랄 만한 뒤집기 속에서,
오래가는 것들을 혐오하고 피하며
순각적인 것들을 아끼는 이들이 
오늘날 높은 신분과 권력을 갖게 되었고,
온갖 어려움에 맞서 
자기 수중에 있는 보잘것없고 하찮고
일시적인 소유물들이 조금만 더 오래가고 
좀더 역할을 하기를 바라며
필사적으로 억지를 부리는 이들은 저 밑바닥에 있다.

현 세태를 올바로 읽어내고 처방을 모색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액체 근대>는 좀 더 넓은 시야와
긴 호흡으로 길을 가도록 해주는 이정표라고 옮긴이는 전한다.

책을 읽은 후에 '무엇을 할 것인가?' 라는
고전적 질문으로 되돌아가야 할 필요를
느끼게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