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상배 | 그림 박지은
삼성출판사 | 2011
한 달여간 밤마다 초등학교 1학년이 된 아이에게 읽어준 책이다.
우화를 100개나 읽으려니 한 달이나 걸렸는데,
지금, 건축을 하면서도 새겨두어야 할 이야기들이 많아 흥미롭다.
꾀쟁이 당나귀(로마 파이드루스 우화)는,
황소와 같이 짐 수레를 끌지만 꾀를 부리다 결국 기절해버리는 당나귀의 이야기
꿀통 주인 찾기 (프랑스 라퐁텐 우화)는,
서로 자기 꿀통이라고 싸우는 말벌과 꿀벌에게 지혜를 발휘하는 여왕벌의 이야기
피리 부는 당나귀 (프랑스 풀로리앙 우화)는,
남이 잘하는 것은 우습게 여기고, 자기가 하는 것은 우쭐대며 뽐내는 당나귀의 이야기
하나만 알고 둘은 몰라 (독일 레싱 우화)는
자기가 아는 것이 전부라고 믿는 어리석은 쥐의 이야기
사자의 당나귀 배웅 (독일 레싱 우화)은,
권위와 명예보다는 찾아온 손님 누구에게나 친절을 베푸는 사자의 이야기
새들의 날개 (기독교 우화)는
지금 당장 무거운 짐을 졌다고 겁먹을 것이 아니라, 노력하면 날개처럼 가벼워질 것이라는 이야기
두 개의 통 (러시아 크릴로프 우화)은,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속담처럼 진실한 사람은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준다는 이야기
참나무와 멧돼지 (러시아 크릴로프 우화)는,
배부르고 등 따뜻하면 아무것도 알려고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
양털 짐 농부와 황금 짐 농부 (러시아 톨스토이 우화)는,
이미 익숙해진 것을 버리지 못하면 새로운 것도 얻을 수 없다는 이야기
좋아하는 음식 (중국 장자 우화)은,
각자의 입장에 따라 좋아하는 것이 다를 수 있다는 이야기
2층 없는 3층집 (불교 백유경 우화)은,
과정 없이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이야기
집고양이의 모험 (이란 우화)은,
좋은 음식, 좋은 집, 좋은 자동차 등 '좋은' 것에 너무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는 이야기
수탉의 위대함 ( 이스라엘 우화)은,
자기가 하는 일이 남이 할 수 없는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라는 이야기
무지개 거미 (이스라엘 우화)는,
화려하고 아름답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
하늘이 무너진다 (인디언 우화)는,
남의 말만 무조건 믿고 행동하지 말며, 소신을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
많은 우화 중에서도 이집트 우화인 <코끼리의 그림>은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되새겨야 할 이야기이다.
그림을 잘 그리는 코끼리가 있었습니다.어느 날, 그림을 완성한 코끼리는 친구들을 불렀습니다."내 그림이 어떤가? 솔직하게 평가를 해 주게."친구들은 차례대로 그림을 평가했습니다."아주 잘 그렸어. 그런데 강이 안 보이네?""정말 멋져. 바다가 있으면 더 좋겠는걸.""걸작이야. 그런데 눈과 얼음이 없어 아쉽군."친구들은 칭찬을 하면서도 한 가지씩 지적을 했습니다.코끼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열심히 메모를 했습니다.염소는 채소밭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고,멧돼지는 도토리를 그려 넣어야 한다고 했습니다.그리고 벌들은 벌집이 있어야 한다고 하고,나비들은 꽃이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그날 밤, 코끼리는 밤새워 그림을 다시 그렸습니다.친구들이 아쉬워한 것들을 모두 그림 속에 넣어 그린 것입니다.이튿날, 드디어 그림이 완성되었습니다.눈과 얼음이 쌓여 있는 들에 싱싱한 채소밭과 꽃이 있고,강과 바다가 있는 언덕에는 도토리와 벌집이 있는 아주 이상한 그림이었습니다. 훌륭한 건축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건축가의 흔들리지 않는 소신이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