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 졸라 지음 | 권유현 옮김 | 일빛 | 2002
<작품>은 화가인 클로드 랑티에를 중심으로 모인 다양한 예술가들의 행동이나 말, 작업 등을 엮은 소설이다.
예술과 예술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오로지 작품 제작에 열중하는 화가, 예술의 마력에 사로잡힌 남편을 고쳐서 평범하고 행복한 생활을 찾으려고
애쓰는 부인, 이 두사람 주위의 예술가들.
졸라는 이 작품을 구상하면서 그 윤곽을 다음과 같이 적는다.
"클로드 랑티에를 통하여 예술가의 자연과의 격투를, 작품을 창조하려는 노력,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쳐서
생명을 만들어내려는 피와 땀의 노력을 그리려 한다. 그것은 항상 진실과의 계속되는 싸움이고, 또 항상
끝내는 지고야 마는 천사와의 싸움이다. 한마디로 나는 여기에서 나의 내밀한 창작 생활을, 이 너무나 괴롭고
끝날 줄 모르는 분만을 말하고자 한다. 그런데 결코 만족하지 못하고, 스스로의 재능을 실현할 수 없는 것에
분노하여, 종내는 자신의 미완성의 작품 앞에서 자살하고 마는 클로드의 드라마를 통하여, 나는 주제를 더욱
확대할 것이다. 그는 무능력하지는 않지만, 과도한 야심을 가져서 자연을 한 장의 그림 위에 완전히
옮겨놓으려고 하였다. 그 때문에 이 창작자는 죽는 것이다. 그는 뛰어나기는 하지만 역시 불완전한, 그리고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 작품을 낳고, 아마도 사람들로부터 비웃음을 살 것이다. 또 나는 그로 하여금 거창한
근대적 벽화의 꿈을, 이 시대를 완전하게 요약하는 벽화의 꿈을 꾸게 하고, 그리고 그를 파멸시킬 것이다."
졸라는 클로드 랑티에라는 인물에 대하여, "극적으로 각색된 마네나 세잔과 같은 인물, 오히려 세잔에 가까운 인물"
이라는 구상을 남긴다. 실제로 졸라와 세잔은 중학 시절을 같이 지낸 친구 사이였다. 그러나 소설 속 클로드를 통해
졸라가 자신을 '실패하고 낙오한 대화가'로 여기고 있는 것을 눈치 챈 세잔이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