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소문 없이 그것은 왔다 > 모도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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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07-03-30 12:25:20
조회: 8,793  
제목 소리 소문 없이 그것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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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1.jpg  문학과지성사가 주목하는 젊은 시인들
  문학과지성사 | 2000
 
 
 
 
 
 
 
 
시 한 편 감상하세요.
 
 
모미
                                                     
모미는 어둡다
다른 세계, 이것이 모미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 손을 내밀어 잡는 한 꽃송이
누가 너를 이 허무에서 피웠는지
텅 빈 고장에서 내가 부르는 이름이여,
그리움만으로도 온 들판에 만발하다
환각이 아니면 환상은 표현되어지지 않는다
모미는 나의 기억이고
기억은 재현되지 않는다
그대가 우리 사랑에 대한 추억을 멈추지 않을 때까지
나는 살아 있을 것이다
모미 안의 거대한 세계를 보며
비로소 나는 다른 우주의 넓이에 와 있다는 것을 안다
깜박거리는 존재들 - 누구에게나 지울 수 없는 고통이 있다는 거겠지
그것들 때문에 괴롭다
지워지지 않는 기억의 고통 - 추억 속에서, 나는 지금도 너를 사랑하고 있다
나는 그 고통 속에서
다른 고통 속으로 빠져든다
세계가 간단하다고 말해지는 것은
이 복잡성을 극복하는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이다
죽은 자만이 닿을 수 있는 깊이
나는 그 깊은 침묵의 바닥에서
갈대의 빈 몸을 바라보고 있다
 
춤을 추는 자는 누구인가?
누가 시켜 춤을 추는 것인가?
이 치명적인 오류 - 저 고요한 어둠 속에서
누군가 나의 빛을 보고 있을까?
살려달라고 기도하고 싶다
 
스스로 방전하는 나무처럼
어쩔 수 없이 확장하는 번개처럼
 
<함성호>
 
 
*모미 : 다른 세계를 보여주는 창과, 그 창 밖과 다르면서도 같은,
창 안을 의미하는 한글 상형 문자. 창과 창간의 원리를 형상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