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 지음 | 신성림 옮김
예담 | 1999
반 고흐가 평생의 유일한 후원자였던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들을 묶은 책이다.
고흐가 옮겨다닌 자취를 따라 연도별로 편지글이 정리되어 있다.
고흐는 동생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예술과 인생에서의 고통,
노력이 통하지 않는 시대에 대한 한탄, 예술에 대한 지독한 갈망,
이룰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좌절 등을 전하고 있다. 또한 광기에 휩싸이면서도
그림에 모든 것을 바친 고통스런 삶을 볼 수 있다.
<책 속에서>
화가들 중에는 좋지 않은 일은 결코 하지 않고, 나쁜 일은 결코 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내가 희망을 버리지 않은 이유
겨울이 지독하게 추우면 여름이 오든 말든 상관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부정적인 것이 긍정적인 것을 압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받아들이든
받아들이지 않든 냉혹한 날씨는 결국 끝나게 되어 있고, 화창한 아침이 찾아오면
바람이 바뀌면서 해빙기가 올 것이다. 그래서 늘 변하게 마련인 우리 마음과 날씨를
생각해 볼 때, 상황이 좋아질 수도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된다.
제발 내가 포기했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라. 나는 꽤 성실한 편이고, 변했다 해도
여전히 같은 사람이니까. 내 마음을 괴롭히는 것은, 내가 무엇에 어울릴까, 내가 어떤
식으로든 쓸모 있는 사람이 될 수는 없을까, 어떻게 지식을 더 쌓고 이런저런 주제를
깊이 있게 탐구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뿐이다. 게다가 고질적인 가난 때문에 이런저런
계획에 참여하는 것이 어렵고, 온갖 필수품이 내 손에는 닿지 않는 곳에 있는 것만 같다.
그러니 우울해질 수밖에 없고, 진정한 사랑과 우정이 있어야 할 자리가 텅 빈 것처럼
느껴진다. 또, 내 영혼을 갉아먹는 지독한 좌절감을 느낄 수밖에. 사랑이 있어야 할 곳에
파멸만 있는 듯해서 넌더리가 난다. 이렇게 소리치고 싶다,
신이여,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