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달콤한 복수 > 모도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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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07-12-06 12:50:21
조회: 8,554  
제목 피카소의 달콤한 복수
 

본문

0022.jpg  기만적인 현대미술과 농락당하는 관객에 대한
  거침없는 비평
 
 에프라임 키숀 지음 | 반성완 옮김
 디자인하우스 | 1996
 
 
 
 
 
거꾸로 걸어 놓은 그림, 어린아이가 휘갈긴 듯한 낙서, 그리고 철물점에서 사온 색색가지 변기...
그 앞에 서서 침묵하거나 열광하는 관객들을향해, 천문학적인 가격으로 대중을 우롱하는
비평가들을 향해 에프라임 키숀은 항변한다.
아름다움은 오늘날의 예술에서 죽어 버렸는가!
 
도전적이며 독설적인 문체로 씌어진 <피카소의 달콤한 복수>는 독서의 즐거움을 줄 뿐만 아니라
미술 전문가는 물론 오늘날의 예술 마피아에게 농락당하고 있는 모든 동시대인들에게도
유머에 가득 찬 만족감을 안겨 준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 풍자 작가는 그 어느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독특한 방식으로
현대 미술의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는 기형적인 현상을 값진 예를 통하여 폭로하고 있다.
<책 속에서>
 
 
예술이 더 이상 진정한 예술가들의 자양분이 될 수 없게 된 뒤부터, 예술가들은 자신의 재능을
자신들의 환상이 만들어 내는 온갖 변화와 기분을 위해 사용했다. 지적 야바위꾼들에게는 온갖
가능성이 열려 있었으니까.
대중들은 예술 속에서 더 이상 위안도, 즐거움도 찾지 못했다. 그러나 세련된 사람들, 부자들,
무위도식자, 인기를 쫓는 사람들은 예술 속에서 기발함과 독창성, 과장과 충격을 추구했다.
나는 내게 떠오른 수많은 익살과 기지로 비평가들을 만족시켰다. 그들이 나의 익살과 기지에
경탄을 보내면 보낼수록, 그들은 점점 더 나의 익살과 기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오늘날 명성뿐만 아니라 부도 획득하게 되었다. 그러나 홀로 있을 때면, 나는 나 스스로를
진정한 의미에서의 예술가로 생각하지 않는다. 위대한 화가는 조토와 티치안, 렘브란트와 고야 같은
화가들이다. 나는 단지 나의 시대를 이해하고, 동시대의 사람들이 지닌 허영과 어리석음, 욕망으로부터
모든 것을 끄집어 낸 한낱 어릿광대일 뿐이다. <피카소의 유언 중에서>
 
 
1998년 7월 22일, 이 책을 다 읽은 후 책의 여백에 써 놓은 글이 이례적이라 적어본다.
 
지은이는 너무, 현대예술의 외피에만 집착하는 건 아닌가?
망가진 재봉틀과 몇가지 부엌 집기들을 가지고 5분 내에 만든 작품이라도,
그러한 재료들을 선택하고 구성하는 방식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질문을
작가 스스로 자신에게 해보았을 것이다. 자신의 가치관, 세계관 등이 반영된.
 
문제는, 그런 심오한 생각들이 작품에 담겨있는지가 의심스럽다는 것과, 그렇더라도
관객이 쉽게 그것을 알아차릴 수 없다는 것이다.
 
나는 현대예술 앞에서 열광하기보다는 침묵하는 쪽이다.
작자가 무슨 생각으로 저 작품을 만들었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그래도  저게 뭘까, 이상한데...라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다.
 
자신의 개념을 설정하는 과정의 낙서를 전시하는 화가, 레디메이드 변기를 전시장에
놓는 예술가를 이해할 수 있을까? 피카소의 유언처럼 동시대인들의 욕망을 간파한
얄팍한 속셈으로 작품을 만들지 않은 예술가가 얼마나 될까, 사뭇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