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 기억의 형식과 변천
알라이다 아스만 지음 | 변학수.채연숙 옮김
2012 | 그린비
차례
제1부 기능
1장 '기술'과 '활력'으로서의 기억
2장 추모의 세속화: 기억, 명성, 역사
3장 셰익스피어 사극에 나타난 기억투쟁
4장 워즈워스와 시대의 상흔
5장 기억의 상자
6장 기능기억과 저장기억 : 기억의 두 가지 유형
제2부 매체
1장 기억의 메타포
2장 문자
3장 그림
4장 몸
5장 장소
제3부 저장소
1장 기록물보관소
2장 보존,몰락,전재 : 보존의 문제와 문화의 생태학
3장 망각의 휴한지에서의 기억 시뮬레이션 : 현대 예술가들의 설치 예술
4장 '고통의 유물'로서의 기억
5장 기록물보관소의 저편
<여는 말 중에서>
피에르 노라는
"우리가 기억에 대해 많이 언급하는 것은 이제 더는 기억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라고 적고 있다.
이 말은 하나의 현상이 의식되기 위해서는 그것이 완전히 사라진 후에야 비로소 가능하다는,
잘 알려진 논리를 입증해 주고 있다.
......
기억이란 그것이 관련하고 있는 경험이 완결되어 과거지사가 되었을 때 비로소 생긴다는 말이다.
......
시대의 증인들이 갖고 있는 경험기억이 미래에 상실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후세의 문화기억으로 번역되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살아있는 기억은 기념비, 추모지, 박물관, 기록물보관소 같은 물리적 수단에 의지하고 있는
매체상의 기억과는 구별된다.
개인에게서는 기억의 과정들이 대부분 자연발생적으로 진행되고 심리적 기제의 일반적 법칙을 따라
일어나고 있는 데 반해,
집단적.제도적 영역에서는 이 과정들이 의도적인 기억 내지는 망각의 정치를 통해 조정되고 있다.
문화적 기억에는 자체 기구가 없기 때문에 매체와 정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생생하고 개인적인 기억에서 인위적이고 문화적인 기억으로의 이행은 기억의 왜곡, 축소, 도구화의
위험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다분히 문제성을 지니고 있다.
이런 축소와 강화는 공공의 비판, 성찰, 토론을 통해서만이 해결될 수 있는 것이다.
......
미래의 회복을 위해 과거의 영혼을 간직할지니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는 위와 같이 적고 있다.
20세기초 이탈로 스베보는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과거는 늘 새롭다. 그것은 마치 삶이 지속되듯 꾸준히 변한다. 망각 속으로 빠져 버린 듯한 과거의 부분들이 다시 떠오르면 다른 부분들은 다시 사라진다. 왜냐하면 이것들은 새로운 것만큼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는 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을 지휘하듯 과거를 지휘한다. 현재는 바로 이 음정들을 필요로 하지, 다른 어떤 것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러면 과거는 곧 길게도 되었다가 곧 짧게도 된다. 다시 울리다가 곧 다시 잠잠해진다. 과거를 밝혀 주거나 또는 묻어 버릴 수 있는, 과거의 그 부분만이 현재에 영향을 미친다. 그와 같은 시기에 마르셀 프루스트 또한
"우리 스스로 새겨 넣은 글자들이 아니라
우리의 내면에 새겨진 것들이 들어 있는 책이 우리의 유일한 책이다."
라고 말하고 있다.
프루스트의 기억 개념은 현재는 주관적으로 선택할 수 없는 특정한 과거에 의해서 새겨진다는 것이다.
프루스트는 인간 의식의 현재 속에 과거가 떠올려지는 것을,
언제 현상될지 안 될지 알 수 없는 음화에 비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