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와 살육, 희망과 낭만, 과학과 예술이 교차했던 우리들의 20세기
세계사를 결정지은 주요 사건과 인물들의 내밀한 보고서
폴 존슨 지음 | 조윤정 옮김
살림 | 2008
<1권 차례>
제1장 상대주의 시대
제2장 전제주의 유토피아
제3장 히틀러를 기다리며
제4장 제국의 쇠퇴
제5장 일본의 신정, 중국의 혼란
제6장 마지막 이상향
제7장 대공황
제8장 악마의 횡포
제9장 침략의 절정
제10장 유럽의 종말
<2권 차례>
제11장 분수령
제12장 초강대국과 대량학살
제13장 강제된 평화
제14장 반둥 세대
제15장 야만의 왕국
제16장 거대한 사회 실험
제17장 유럽의 부활
제18장 미국의 자살 기도
제19장 1970년대의 집단주의
제20장 자유의 회복
<본문 중에서>
현대 세계는 1919년 5월 29일에 시작되었다.
...
2백 년 이상 세계를 지배했던 뉴턴의 우주론은
유클리드 기하학의 직선과
갈릴레오의 절대 시간 개념에 기초하고 있다.
뉴턴의 이론을 토대로 유럽의 계몽주의와 산업혁명이 생겨났고,
19세기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인간의 지식과 자유, 번영이 전 세계에 퍼져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미 반세기 전부터 뉴턴의 이론을 상당 부분 수정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강력한 망원경이 개발되자 이상한 점이 하나 둘 눈에 띄기 시작했다.
특히 수성의 궤도는 뉴턴의 물리 법칙에 기초한 예측치와 1백 년당 43초만큼의 오차가 생겼다.
왜 이런 오차가 생긴 것일까?
1905년 스물여섯 살의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을 설명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에서, 아인슈타인은 특수한 상황에서는 거리가 줄어들고 시계가 느려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아인슈타인의 발견은 시간과 공간이 절대적인 척도가 아니라 상대적인 척도에 불과하다는 의미였다.
...
1907년에 아인슈타인은 모든 물질이 에너지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E=mc2이라는 등식으로 요약되는 이 이론은
나중에 원자폭탄 개발 경쟁의 시발점이 되었다.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이렇게 요약했다.
"상대성 원리는 가장 넓은 의미에서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물리적 현상의 총체성은 어떤 특성을 띠는데,
이 특성에 따르면 '절대 운동'의 개념을 도입할 만한 근거가 없다.
좀 덜 정확하지만 더 간단하게 말하면,
절대 운동은 없다는 것이다."
...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사람들 대부분이 직선과 직각으로 구성된 뉴턴의 물리학은 쉽게 이해할 수 있었지만,
상대성이론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다.
상대성이론은 사람들에게 불안과 모호함을 안겨 주었다.
절대 시간과 절대 거리는 권좌에서 물러났다.
...
갑자기 천체 운동에서 확실성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
1920년대 초, 더 이상 절대적인 것은 없다는 믿음이 대중에까지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시간과 공간, 선과 악, 지식과 가치에 대한 절대적인 기준이 사라졌다.
상대성이론을 상대주의와 혼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