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영원의 건축 > 모도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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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6-03-03 14:06:25
조회: 6,126  
제목 [book] 영원의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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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알렉산더 지음 | 한진영 옮김
안그라픽스 | 2013


 


 


 


이런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이 도시는 왜 획일적으로 보이는 것일까?
근사하고 멋진 이 건물은 왜 공허해 보일까?
이 마을은 왜 활기가 없을까?
근대 건축의 거장이 발명한 빛나고 멋진 도시는 왜 실패하였을까?

<영원의 건축>을 보면 이런 질문들이 생기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우리처럼 건축가로서 교육을 받아온 사람들 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삶의 중심에 이런 욕망이 자리하고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언젠가는 근사하고 아름답고 숨막히게 멋진 건물,
사람들이 수백 년 동안 걷고 꿈꿀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그런 욕망.

언젠가는 가족을 위해
가장 아름다운 집,
정원과 분수, 연못,
따사로운 햇살이 드는 널따란 방,
꽃이 피고 새로 돋아난 풀냄새가 풍기는 마당이 있는
집을 짓겠다는 꿈을 품고 있다고.

영원의 방식을 추구하여 건물을 짓는다면
누구나 어떤 건축물 못지않게 아름다운 건축물을 지을 수 있다고 저자는 속삭인다.

영원의 방식은 다른 무엇이 아니라,
우리 자신으로부터 질서를 이끌어내는 방식이며
획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나른하고 세련되지 않은 우아함이 묻어나는 편안한 건물들은
아름답고, 질서있고, 조화롭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살아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건물을 살아 있게 만드는 능력은 이미 우리 안에 있지만,
그 능력이 그동안 얼어붙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아름다운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능력은 이미 우리 안에 있다는 사실은
비유가 아닌, 문자 그대로 사실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바로 지금 그대로의 우리.
단순하면서도 심오하며, 태어날 때부터 우리에게 있는
영원의 방식의 핵심은 무명의 특성인데,
생명력, 편안함, 자유로움, 정확함, 무아egoless라는 단어로 설명하고 있다.

어떤 건물이 활기가 없고 공허하다면,
그 배후에는 항상 주동자가 있는 것이라며.
그것을 지은 사람의 의지가 가득 차 있어
건물의 본성이 드러날 여지가 없다는 것.

우리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탐색해야 할 특성은 '살아 있음'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것이 삶의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이며 우리가 가장 진실하게 살아 있는 순간은
살아 있음의 순간과 상황을 탐색하는 일이라고.

놓아주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고
그대로의 모습이 되어
우리 안에 있는 힘을 자유롭게 해방시키고,
우리 자신에 대한 관념과 의견, 갇혀 있는 이미지들에 대한
집착을 벗어야 한다고 조언해 준다.

내부의 힘이 해소되면 편안함을 느끼게 되고
뭔가를 유도하는 이미지도 없으며,
숨어 있는 힘도 없이
그저 자유로울 뿐이다.

이 책의 두번째 버전인 <패턴 랭귀지>에는 200여 가지가 넘는 패턴이
소개되어 있다.
무명의 특성으로 이루어진 이 패턴들을 수십년간 연구해온 저자는
이 패턴들을 조합하여 독특한 건물을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렇다면 건축가가 보통 사람들보다 더 나은 점이 뭐란 말인가?
과연 건축가가 필요하기는 한 것일까? 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는데,
한 건물을 짓기 위해 필요한 수십가지의 패턴을, 그 모든 규칙들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유롭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남다른 목적 의식 뿐 아니라 초인적인 의지가 필요하다는 데에
전문가의 역할이 있음을 피력한다.

건물과 도시에 내재하는 무명의 특성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적인 활동에 의해
간접적으로 천천히 생성되는 것이다.
발명해낼 수도 없고,
궁리해낼 수도 없고,
설계할 수도 없다.
생성의 과정에서 저절로 흘러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물이 만들어질 때는 그 안에 만드는 사람의 의도가 들어가게 마련인 반면,
그것이 생성될 때는 자아가 배제된 상태에서 자유롭게 주변 환경에 맞춰가면서
그 고유한 형태가 저절로 드러나게 된다.

과정의 힘이 만드는 사람의 억압된 의도를 극복했을 때,
만드는 사람이 자신의 의도를 포기하고
과정이 그 자리를 차지해야만
맨 끝에 이르러 아름다워질 수 있다.
과정의 힘이 의도적인 창조 행위를 대신함으로써
최종적으로 살아 있는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

똑같은 패턴을 사용하더라도 무명의 특성을 지니고 살아 있다면,
그런 건물이나 마을은 유일무이한 것이 된다.
지구상에서 완전히 똑같은 장소는 없기 때문이다.

똑같은 방,
똑같은 집,
똑같은 아파트와 같이
규격화된 요소로 똑같은 건물을 지어야 한다는 것은
20세기 건축에서 가장 보편적인 전제가 되었다.

100년동안 만들어진 획일적인 건물들과,
수천년간 지어진 전통 건물들을 생각해 본다.

전통 건물들은 그 형태가 무한할 정도로 다양하다.
이것들은 모두 형태적으로 독특한 특성을 갖는데,
이런 특성은 역사 때문도 아니고 그것을 만드는 과정이 구식이어서도 아니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그것은 건물들이 심오하기 때문이며, 건물들을 구성하는 각 부분들이
환경과 완전히 하나가 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라고.
이 과정을 거치는 동안 자아는 모두 사라지고
필요성에 대한 온화한 신념만 남기 때문이라고.

이 특성은 옛날 방식을 동경한다고 만들어낼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힘을 이해하고
이런 힘들에 부응하여 건물을 지을 때,
그 건물은 현대의 건물보다 옛날의 건물과 비슷해지는 것이라고.

정육면체나 원, 구, 나선형, 사각형의 형태로 지어진
오늘날의 현란한 건물들의 형태는
정해진 양식을 추구하는 유치하고 고지식한 태도에서 나온 것들이라고 비판한다.
우리가 이런 양식들이 건물에 꼭 필요한 질서라고 생각하게 된 건
그렇게 생각하도록 배워왔기 때문이라며.

인간의 본성을 따르고
자연의 법칙을 따른다면
위대한 전통에 점점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힘을 준다.

역사상 존재해온 수많은 건축물은 단지 오래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건축의 핵심이 되는 비밀에 접근했다는 것이라며,
영원한 건축법은 정말로 영원한 것이라고 말한다.

살아 있는 건물을 지으려면 자아를 버려라!

지붕 가장자리 장식,
출입구 근처의 관목들 사이에서 핀 붉은 꽃,
쿠션이 쌓여 있는 넓은 창문,
어린 모종이 자라고 있는 화분,
벽에 걸린 빗자루,
하늘을 향해 높이 솟은 뽀족탑,
햇빛이 머무는 아치형 천장,
건물 가장자리에 자리잡은 알코브 안의 깊은 그늘.

이런 장소들의 아름다움,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그곳의 특성,
그것을 살아 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보다도
무심함과 순수함이다.

이런 순수함은 우리가 자신을 온전히 잊어버릴 때만 나온다.

타인의 시선에 무심하고,
자신이 무심하다는 사실도 의식하지 못한 채,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자신이 할 일에만 관심을 두어야 한다.

자아가 드러나지 않는 건물을 지으려면
자신의 의도로 가득찬 이미지를 버리고 공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머릿속을 텅 비운 상태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중요한 것은 건물의 이미지가 아니라
그 건물을 둘러싼 실제 환경이라는 것을 알고,
인위적인 이미지를 억지로 밀어넣지 않고,
언어의 패턴들이 우리 머릿속에서 자유롭게 조합되도록
내버려두어야 한다.

패턴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마침내 자아를 버리고 자유로워졌을 때
건물들은 생명을 얻을 것이다.

그 순간부터 그에게는 언어가 필요없다.
작용하는 힘들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고
그 힘들만으로 건물을 지을 수 있고
머릿속의 이미지에 휘둘리지 않을 정도로 자유로워지면,
그 사람은 패턴이 전혀 없어도 건물을 지을 수 있다.
그 패턴들에 담긴 지식,
즉 여러 힘이 실제로 작용하는 방식에 대한 지식이 바로
그의 것이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원래 갖고 있던 가장 근원적인 충동은 옳은 것이며,
그것을 억누르지만 않는다면 패턴 언어는 우리가 옳은 행동을 하도록 이끌 것이다.
패턴 언어는 더할 나위 없이 평범하다.
우리 내면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호불호가 가장 중요하다.

특별한 기술도 필요 없다.
스스로 평범해질 각오가 되어 있는지,
그리고 자신에게 자연스럽게 느껴지고
가장 합당하게 느껴지는 일들을
실행할 각오가 되어 있는지가 문제일 뿐이다.
잘못된 지식이 덧칠한 이미지가 아니라
마음 깊은 곳에서 합당하게 느껴지는 일 말이다.

우리가 그처럼 평범하다면,
필요한 것 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한없이 다양하고 평화로운 건물,
바람 부는 초원처럼 자유롭고 살아 숨 쉬는 도시를 건설할 수 있다.

그때가 되면 우리는 머릿속의 관념과 의견을 버리고
우리 내면에서 떠오르는 것을 정확히 실행에 옮길 것이다.

 

 

 

 

 

 

 

 

 

 

<차례>


 

영원의 방식

1     영원의 방식


 

특성

2     무명의 특성

3     살아 있음

4     사건의 패턴

5     공간의 패턴

6     살아 있는 패턴

7     살아 있는 패턴의 다양성

8     특성 그 자체


 

관문

9     꽃과 씨앗

10    우리의 패턴 언어 (1)

11    우리의 패턴 언어 (2)

12    언어의 창조력

13    언어의 소멸

14    공유되는 패턴들

15    패턴의 실체

16    언어의 구조

17    도시에 적용되는 공용어의 진화


 


 

방식

18    언어의 유전적인 힘

19    분화되는 공간

20    패턴은 한 번에 하나씩

21    단독 건물 설계하기

22    건물군 설계하기

23    건축 과정

24    보수 과정

25    천천히 드러나는 도시

26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특성


 

영원한 방식의 핵심

27    영원한 방식의 핵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