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위상학 Topologie
장용순 지음 | 미메시스 | 2010
이 책은 저자가 2007년 파리8대학 생드니 철학과에서 최고 성적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현대 건축과 도시론의 철학적 기초>를 토대로 쓴 책이다. 지금까지 2권의 책(01.위상학, 02.은유와 생성)이 출판되었고, 조만간 3,4권의 책이 출간될 예정이다.
질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 <주름- 라이프니츠와 바로크>, <천개의 고원>, <의미의 논리>를 읽으며,
천 개의 고원을 해설한 이진경의 <노마디즘>을 읽으며, 이런 철학을 건축의 관점에서 정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건축가에 의해 쓰여진 이 책이 더욱 반가운 이유이다.
철학박사인 저자를 건축가라 부르는 이유는, 저자가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1997년 파리로 건너가 베르사유 건축 학교를 졸업한 뒤 프랑스 국가 공인 건축사 자격을 취득하였으며, 민현식 교수의 기오헌에서 실무를 거친 후 홍익대학교 교수가 된 이력 때문이다.
올해 홍대에서 4학년을 맡게 되었는데, 1학기의 주제가 '집합주택'이다. 장용순 교수와 팀이 되어 학생들을 지도하게 되면서 이 책들도 알게 된 것이다. 집합주택을 보는 유사한 관점, 선례로 여기는 사례가 동일하여 흥미로운 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책의 근간이 된 논문의 핵심 생각들은 1995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저자는 말한다.
건축가 민현식의 건축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 김광현 교수의 르코르뷔지에에 대한 해석, 김현철 교수의 공간론, 자유 평면과 라움 플랜에 대한 논의, 렘 콜하스의 <S,M,L,SL>, 들뢰즈의 <철학이란 무엇인가>는 당시 저자가 갖고 있던 건축, 미술, 과학, 철학, 영화 등 여러 분야들 간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열어 주었다.
김현철 교수의 <건축 공간 박물관>은 졸업할 무렵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책이었다. 렘 콜하스의 <S,M,L,SL>은 아직까지도 스테디셀러로 사랑받는 흥미로운 책이다.
이론과 실체가 정확한 접점에서 만날 때, 건축은 비상할 수 있는 작품성을 가진다고 여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경향의 현대 건축에 대해 새로운 관점으로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는데,
근대 건축의 거장인 르 코르뷔지에가, 여러 근대 건축가들 중에 돋보이는 이유는 새로운 위상의 건축을 제시하였기 때문으로 저자는 해석한다.
기하학의 조합으로 여겼던 안도 다다오의 건축도 새로운 위상을 제시한 작품으로 다시 보게 되었다.
프랭크 게리의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은 화려한 외관과 달리 아주 단순한 위상을 가진 건축물로 해석된다.
저자는 자신이 품었던 호기심에 대한 탐구와 공명하는 질서들에 대한 신기함들이 이 책을 통해 전달되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한다. <현대 건축의 철학적 모험>을 떠나는 많은 사람들이 시대와 거리를 뛰어넘는 다양한 생각의 공명, 과학과 철학, 건축, 예술에서의 분야를 뛰어넘는 공명, 그리고 그런 공명 속에 반짝이는 신비로움을 발견하고 즐거움을 느꼇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