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엑스 동문 광장에서 열리고 있는 <하늘에서 본 지구> 전시회는
8월 27일로 막을 내린다. 급한 마음에 사진기를 챙겨 들고 쫓아간다.
막바지 더위가 한풀 꺾인데다 하늘엔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어 야외
전시를 보기에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하지만 사진이 많은 탓일까,
공간을 넓게 쓰지 못한 탓일까. 120x180cm에 달하는 사진을 감상하기엔
전시대의 간격이 좁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눈으로만 보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기록을 남기고 싶어하는 나 같은 사람에겐 더더욱.
그러나 삼삼오오 모여든 나이든 어른들, 엄마 손을 잡고 사진을 구경하는
아이들,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지나가다 들르는 직장인들, 편안한
차림으로 물끄러미 전시대를 바라보는 아저씨, 머리가 희끗한 할아버지,
데이트하는 연인들, 친구들과 함께 모여든 이들이 야외전시장을 허전하지
않게 메우고 있다.
하늘에서밖에 볼 수 없는 넓은 평원과 빙하의 모습들, 드넓은 경작지,
기원전 아주 오랜 옛날 절벽 위에 새긴 동물상 등의 사진보다 지진,전쟁,
원자로 폭발로 폐허가 된 도시와 힘겹게 살아가는 도시민들, 노동자들의
집합 주거, 전쟁으로 인해 난민이 된 이들의 거주지, 인구밀도를 해결하기
위한 주택 단지의 모습, 죽은 자의 도시에서 살아가는 산 자들, 어느
부족의 독특한 건축 양식, 농촌에서 생계를 위해 도시에 내다 팔기위한
벽돌을 만드는 장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베네치아, 건축가가 설계한
건물 등에 먼저 눈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