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17. 09. 01 - 2018. 02. 18
장소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전시 소개>
<종이와 콘크리트: 한국 현대건축 운동 1987-1997>은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중반에 결성된 건축 집단의 활동을 통해 동시대 한국 건축의 출발선을 살펴보는 전시다. 87체제 30년, 러시아혁명 100주년 등 국내외 중요한 사회적 변혁을 성찰하는 현 시점에서 이 전시는 최근 문화예술계 전반에 파고든 1990년대에 대한 비평적 관점의 연장선에 놓여있다. 동시에 이 기간은 한국 현대건축의 역사적 전환기로서 교육을 비롯한 건축의 여러 제도적 틀을 확립하는 자양분을 형성한 시기이다. ‘콘크리트’가 민주화 이후 건설과 소비를 비롯한 한국 사회의 폭발적인 성장과 IMF로 이어지는 짧은 영화의 붕괴를 상징한다면, ‘종이’는 그에 대응한 건축운동이 남긴 결과물이자 건축 집단이 추구했던 이념을 뜻한다. 민주화와 세계화의 거센 물결을 헤치기 위해 각자 다른 배경을 가진 건축인들은 공통된 이념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또한 김수근과 김중업 한국을 대표하는 두 건축가의 타계, 포스트 올림픽 등 건축계의 변화 속에서 건축가들은 국가적 규모의 프로젝트 수행을 벗어난 새로운 작업 방향을 모색한다. 청년건축인협의회, 건축운동연구회, 민족건축인협의회, 4.3그룹, 건축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 서울건축학교 등은 동문 중심으로 조직된 과거 소그룹과는 차이가 있었다. 3저 호황으로 한국사회가 가장 풍요로왔던 시절 등장한 이 집단들은 결과적으로 10년 넘게 지속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각 집단들은 연대를 통한 학습과 실천을 병행하며 한국 건축을 세계와 동시대적인 흐름 속에 동참시키고자 했다.
이 전시는 건축 집단의 실천적 결과를 평가하지는 않는다. 그 보다 각 집단을 움직이게 한 동력을 추적하고자 한다. 세미나, 크리틱, 워크숍, 답사, 전시 등 각 소그룹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지적 탐구의 형식을 통해 당시 건축계는 무엇을 열망하고 성취하고자 했는지 살펴본다. 이들 움직임들은 건축을 사회문제와 연결시키고, 다른 한편으로 건축 내부의 질적 향상을 추구했다. 이러한 활동들은 결과적으로 1990년대 중반에 이르러 건축 교육에 대한 이슈로 연결된다.
1990년대는 건축인들이 건축 내외부 경계를 넘나드는 지적 토대를 쌓고자 분투한 시기였으며, 한국에서 건축의 의미를 다시 묻고자 한 때였다. 당시 운동은 사라지고 이제 대안적 실천은 제도화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유약하지만 ‘콘크리트’의 세계에 대응하고자 했던 ‘종이’가 남긴 유산을 대면할 수 있다. 그리고 전시는 이러한 만남을 주선하는 장으로서 한국 현대건축을 둘러싼 다층적인 맥락과 지평을 펼치고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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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mmca.go.kr/exhibitions/exhibitionsDetail.do?menuId=1020000000&exhId=2017031300005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