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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4-07-31 14:00:07
조회: 11,527  
제목 [news] 건설경제_동숭동 모 베터 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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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미감> 동숭동 카페 모 베터 블루스



기사입력 2014-07-29 18:33:17




시멘트 모르타르의 재해석...도심 골목에 옛 풍경 살려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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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50년쯤 지나면 정이 들까. 막 성형을 마친 여자를 연상시키는 이 도시와 한 50년쯤 지겹게 부대끼면 정 드는 날이 올까. 급속한 경제발전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사라진 풍경에 지나친 집착을 보이는 것은 궁상이라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서울 북촌을 가리켜 가장 잘 보존된 역사라고 말하는 이들을 보면 내심 불편하다. 북촌 한옥은 강남에 아파트 몇 채씩 있는 사람들이 별장처럼 쓰는 세컨드 하우스 개념이 강하다. 인공적인 것은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서울은 이율배반적인 도시이고, 겉모습과 속마음이 다른 의뭉스러운 도시다. 프랑스가 아름다운 것은 그들이 관광지로 내세우는 샹젤리제 대로와 그 사이 사이로 거미줄같이 이어진 골목길이 큰 어긋남 없이 조화롭게 어울리기 때문이다. 반면에 서울은 대로에서 한길만 벗어나면 풍경이 확연히 달라진다. 서울의 대로와 골목 풍경은 이질적이다. 인공적으로 가다듬어진 예쁜 얼굴과 텅빈 머릿속의 부조화를 남들보다 조금 넉넉한 신용카드로 얼버무리는 여성에 서울을 비교하면 너무 지나친 비약일까.

 이제 급속한 경제발전 시대는 지났다. 경제성장률 3%도 못 채워 허덕이는 형국에 서울 도심지 풍경이 급격하게 바뀌길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어떻게 서울의 ‘풍경’을 지켜낼지 고민할 여유가 생긴 셈이다. 대체 우리가 지켜야 하는 풍경은 무엇일까.

 대학로에 위치한 ‘카페 모 베터 블루스(mo’ better blues)’는 대로와 골목 사이를 조화롭게 이어나가는 데 건축물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지 보여준다.


 


 


 


내부 3층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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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의 건물은 1층짜리 카페였다. 번잡한 상업시설이 즐비한 길 뒤편에 조용히 자리잡아 12년을 버틴 가게다. 그런데 대지 뒤편에 새로이 뮤지컬 극장 공사가 진행되며 카페의 한 귀퉁이가 갑작스레 잘려나갔다. 건물을 신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빚어졌다. 이웃에는 조악한 간판이 달린 부동산 가게가 있고, 보도블록 하나 낡은 서울의 골목길에 자리 잡은 카페가 신축 과정에서 선택한 것은 ‘옛 풍경’의 유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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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카페, 모 베터 블루스


 


 


 


 



 설계를 맡은 건축사사무소 모도건축의 김경희 대표는 “처음 현장을 방문했을 때 조립식 가건물로 된 카페의 외벽에 붉은색과 푸른색의 페인트가 대비되어 칠해져 있고 담쟁이가 외벽을 타며 자라고 있었다”며 “복잡한 대로에서 한 블록 뒤로 들어오니 조용한 시골의 풍경이 펼쳐진 듯했다. 이 대지에 새롭게 자리할 건축물 역시 대도시 속에서 낡고 오래된 이 풍경을 기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건축물 부지는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높이 면에서는 자유로웠지만, 좌측 3m 도로에서의 도로사선을 적용해야 하는 제약조건 탓에 각 층의 층고를 최대한 줄여야 했다. 특히 1층은 다른 층에 비해 면적이 작아, 다른 층의 층고를 높이고 카페 테라스와 연결되는 접이문을 설치해 공간의 답답함을 해소했다.

 장기적으로는 모든 층이 카페로 사용될 계획이지만, 우선 1층과 2층만 카페 용도로 사용되고 나머지 3개 층은 사무실로, 지하층은 공연연습장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건물은 과거의 낡은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가기 위해 일부러 1층과 2층 카페의 마감 재료에 신경을 썼다. 바닥은 콘크리트를 건식으로 갈아낸 후 우레탄 코팅했고, 천장은 배관 노출 부분만 제외하고 나머지에서는 콘크리트 구조체를 그대로 노출했다. 주방 측 벽면은 시멘트 벽돌을 쌓았고, 2층의 화장실벽은 미송널을 사용하는 방식 등으로 1층의 이미지를 이어나가는 데 주력했다.

 김경희 대표는 “예산의 제약 때문에 모든 면을 같은 재료로 마감하지 못하는 탓도 있었지만, 시멘트 모르타르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담고 싶었다”며 “시골 마을에 무심하게 지어진 시멘트 모르타르의 창고가 주변의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보며 세월의 흐름 속에서 낡고 버려진 재료조차 풍경을 이룰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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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 농기계 보관 창고


 


 


 



 건물의 각 층에는 녹색 테라스가 있다. 과거 카페가 화분과 꽃, 담쟁이덩굴에 싸여 있던 추억을 기억하기 위함이다. 특히 3층 후면의 테라스는 부정형인 대지의 형상을 담아내고자 캔틸레버구조로 설치돼 눈길을 끈다. 담쟁이덩굴은 특유의 생명력으로 새로 지어진 건축물을 감싸안고 올라갈 것이다.

골목 풍경은 서울 대로(大路)의 세련됨을 나름의 방식으로 이어갈 수 있다. 언젠가는 골목들도 개발이 될 것이다. 하지만 개발 과정에서 이 골목들은 이질적이되 촌스럽지 않게, 정겹되 낡아 빠지지 않은 풍경으로 되살아날 수 있다. 그 많은 흠결을 남긴 짧은 경제성장 속에서 그나마 우리가 터득한 놀라운 기술력과 경험은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최지희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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