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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4-02-25 16:03:26
조회: 5,400  
제목 [book] 봉인된 시간
 

본문

 
영화 예술의 미학과 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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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지음 | 김창우 옮김
분도출판사 | 1991
 
 
<목차>
 
서문
1. 시작
2. 이상을 향한 동경으로서의 예술
3. 봉인된 시간
4. 예정과 운명
5. 영상
   시간,리듬,몽타주에 관하여
   시간의 조형 예술
   작품 구상과 시나리오
   영상의 형성
   영화 배우에 관하여
   음악과 음향에 관하여
6. 예술가와 관객의 관계
7. 예술가의 책임에 관하여
8. [향수] 이후
9. 맺는 말
10.후기
11.[희생]
 
 
 
 
<책 속에서>
 
p.31
한 감독의 실패는 왕왕 다름아닌
무턱대고 몰상식하게 의미심장함만을 추구하는
병적인 습관 때문인 것이다.
즉, 인간의 행동에 그에 걸맞는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강제된 감독 자신이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p.32
영화적 표현이라는 목적 아래 그럴싸하게 꾸민 거짓 삶의 틀과 생명력 없는 구조가 아니라
삶의 순간 순간들을 꾸준히 관찰해야만 할 것이다.
 
 
p.69
시간이란 결국
어떤 사물이 아니고
하나의 생각입니다.
시간은 인간의 지성 속에서
소멸되고 말 것입니다.
<안드레이 루블료프> 중에서
 
 
p.71
자신의 추억과 기억을 상실한 인간은
껍질뿐인 삶을 살고 있는 셈이다.
그는 시간으로부터 떨어져,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세계와
자신을 연결할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p.73
소련의 저널리스트 오브치니코프는 그의 일본 회상 속에서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일본 사람들은 시간은 그 자체가 사물의 본질을 드러낸다라고 말한다.
이런 연유로 일본인들은 성장의 흔적 속에서 매력을 느낀다.
따라서 이들은 늙은 나무의 검은 색깔에 매혹되고,
비바람에 풍화된 바윗돌, 심지어 수많은 손들을 거침으로써 가장자리가 해진,
그림의 풀려진 올까지도 반기는 것이다.
이런 오래된 흔적을 그들은, 직역하면 녹이라는 뜻인
사바라고 부른다.
사바 - 이것은 모방할 수 없는 노기고,
늙음의 마술이며
비밀스런 봉인,
시간의 우아한 녹청이다. "
 
 
 
p.75
예술가로서의 영화 감독의 면모는,
감독이 자신의 구상 속에 혹은 완성된 영화 속에
감독 자신의 확고부동한 영상 구조를 갖추고
현실 세계에 대한 감독 자신의 사고 체계가 확립되어 있을 때
비로소 나타나게 된다.
그리고 감독의 이 사고 체계는
감독이 자신의 가장 은밀한 꿈들을 알려 주는
관객들의 심판을 받게 되는 것이다.
오직 감독이 사물에 대한 자신의 시각을 드러냈을 경우에만,
즉 일종의 철학자가 되었을 경우에만 감독은
비로소 예술가인 것이며
영화는 영화 예술이 될 수 있는 것이다.
 
 
 
 
p.79
인간은 살아 가는 삶의 경험을 얻으려고 영화관에 간다.
왜냐하면 다른 예술 분야와 달리
영화야말로 인간의 실제적인 경험을 풍부하게 하여 주고
경험을 통해 인간을 노련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아니 단순히 경험을 풍부하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소위 매우 현저하게 연장해 주는 것이다.
영화의 진정한 힘은 바로 이 점에 있는 것이지,
영화사들이 상업적 목적으로 만들어 내는 스타라든가,
진부하고 낡은 주제라든가 또는
현실을 망각토록 유도하는 오락성에 있는 것이 아니다.
 
 
 
p.80
영화 예술의 본질은 무엇인가?
어떤 의미에서 그것은 시간을 빚어 내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조각가가 자신의 마음의 눈으로 자신이 만들어 낼 조각품의 윤곽을 보고
이에 걸맞게 대리석 덩어리의 모든 필요없는 부분을 쪼아내 버리는 것과 흡사하게,
영화 예술가 역시
삶의 사실들로 이루어진 거대하고 정리되지 않은 혼합물들 속에서
모든 불필요한 것들을 제거하고 자신이 만들어 낼 영화의 요소가 되고
예술적인 전체 형상의 없어서는 안될 모든 순간들만을
남겨 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