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도서관, 그 소란스러운 역사 > 모도책장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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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2-09-04 13:07:54
조회: 5,407  
제목 [book] 도서관, 그 소란스러운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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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5b5bcadb0fc.gif 매튜 배틀스 지음 | 강미경 옮김
 넥서스BOOKS | 2004
 
 
 
 
 
 
 
 
 
 
 
 
 
 
 
 
 
<도서관 읽기 중에서>
도서관을 읽으면서 우리는 이내 하나의 뚜렷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즉 대부분의 책들은 나쁘다는, 그것도 아주 많이 나쁘다는 사실이다.
그 가운데 무엇보다도 가장 나쁜 점은 도서관의 책들 대부분이 통상적이라는 것이다.
즉, 도서관의 책들 중 당대의 반박과 혼란을 완전히 뛰어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따라서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 붓고도 예외적인 책들, 다시 말해 범례를 깨는 책들을 찾기 힘든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도서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책들이 문화사에 대해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어쩌면 평범해 보이는 책들이 우리가 애지중지하는 이른바 위대한 책들보다 더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
 
[바벨의 도서관]이라는 단편소설에서 보르헤스는 우주를 도서관이라고 상상한다. (혹은 그 반대일지도 모른다.)
소설의 화자에 따르면 플라톤의 이데아처럼 기이할 정도로 동일한 형태를 유지하는 도서관은
"끝간 데 없이 이어진 육모꼴의 열람실로 이루어져 있다." 네 개의 벽에는 각각 다섯 개의 책꽂이가 세워져 있고,
나머지 두 개의 벽은 똑같이 생긴 방으로 연결된다.
화자는 "이곳을 지나면 끝없이 아래로 추락하다가 다시 까마득히 위로 치솟은 나선형 계단이 나온다."라고 설명한다.
......
어떤 질문에 대해서든 도서관은 딱 부러지는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하지만 도서관은 지금 살고 있거나 앞으로 살아갈 모든 이들의 삶을 예언해준다.
뿐만 아니라 우주의 기원과 활동을 설명하는 이론을 모두 아우르고 있다.
하지만 신빙성이 의심스러운 설명들도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너무 많아서 진실과 거짓을 구별해낼 방법이 없다.
사서들은 무리를 이루어 돌아다니기도 하고 혼자 외롭게 배회하기도 한다.
개중에는 모든 책의 목록이 수록되어 있는 한 권의 책을 찾아 헤매 다니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인류의 수수께끼'를 풀어줄 단서를 찾아 나선 이들도 있다.
반면 이런 노력들을 신이라는 완벽한 건축가를 모방하려는 열등한 존재의 몸부림으로 치부하면서 책에 아무 가치도
두지 않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보르헤스의 화자는 도서관에 이르는 만능열쇠, 곧 삼라만상의 최종 이론을 발견했다고 믿는다.
그는"도서관은 끝없이 순환한다."라고 쓰고 있다.
그렇다면 영원한 여행자가 어는 방향에서든 도서관을 가로질러 갈 경우 수세기가 흐른 후에도
그는 똑같은 책들이 똑같이 어지럽게 널려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여기서는 반복이 곧 질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