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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09-09-15 11:39:55
조회: 5,470  
제목 [book] 눈의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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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꼴에 숨겨진 발상의 근원 찾기
 
마츠다 유키마사 지음 | 김경균 옮김
정보공학연구소 | 2006
 
 
 
 
 
 
 
 
 
 
 
<목차>
프롤로그_ '닮은꼴'이라는 것
 
1  직선의 꿈
1_01 선의 난무
1_02 가로와 세로
1_03 수평선에 떠 있는 풍경
1_04 반중력
1_05 괘선의 춤
1_06 경로
1_07 모듈
1_08 직선의 꿈
 
2  면의 휘어짐
2_01 반대칭
2_02 주변 중시
2_03 투명
2_04프로세시즘-과정의 미학
2_05 동화와 반전
2_06 깊이 반전
2_07 정면과 측면
2_08 재조합
 
3  형태의 꼴라주
3_01 이불털이개의 비밀
3_02 원반 이야기
3_03 증식
3_04 부분
3_05 뒤덮는, 감싸는
3_06 추가하다
3_07 가두다, 담다
3_08 지우다, 사라지다
 
4  숫자.문자.암호.심벌
4_01 피겨
4_02 216,126,32,12
4_03 기묘한 문자
4_04 세로쓰기
4_05 종이와 서체와 인쇄
4_06 문자와 스탠다드
4_07 꼴라주와 몽따주
4_08 !와 ?
4_09 암호해독
4_10 메시지
 
5  보는 것과 보여지는 것
 
5_01 진동하는 안구
5_02 안광 빔
5_03 응시하다
5_04 형태의 지각
5_05 물질적 상상력
5_06 패스워드
5_07 반전되는 이미지
5_08 빛을 비추다
 
 
<프롤로그_'닮은꼴'이라는 것> 중에서
닮은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지 벌써 30년이 다 되어간다. 그 계기는 1978년에 출판된 마츠오카 세이고의 <유1001, 상사율>에 흥미를 느끼면서부터였다. 형태가 비슷한 것들을 모아놓은 이 책은 마치 닮은꼴 카탈로그와도 같은 느낌을 주었다.
 
연금술과 같은 신비주의에서는 심볼리즘이 중요한 아이템으로 등장한다. 여기에는 '유추'라는 방법론이 필수적이다. 과학이나 물리에서도 유추는 새로운 발견의 중요한 계기가 된다.
 
발상의 원점에 '닮은꼴'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잘 알려져 있다. 칼 G. 융의 아키타입설은 우리가 원이나 사각형에 자꾸 가까워지려고 하는 이유가 그것이 원래부터 우리의 뇌에 각인되어 있는 형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융의 아키타입을 굳이 인용하지 않는다 해도 우리의 눈이나 뇌가 닮은 것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피에트 몬드리안은 이런 시도를 풍경화에서 시작하였다. 모든 풍경은 궁극적으로 수평과 수직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판단 하에 수평.수직선만으로 이루어진 추상 풍경화가 탄생한다. 몬드리안은 이어 1942-3년, <브로드웨이 부기우기>나 <빅토리 부기우기> 등 수평.수직선과 점으로 구성된, 뉴욕 지도와 같은 추상화를 완성시킨다. 이것은 어떤 대상물의 특징을 부각시켜 그 특징만을 그린 회화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다양한 방안 모양의 그림을 동일선상에 나열할 수 있게 된다.
 
브로드웨이 지도와 교토 지도가 닮았다는 것은 '도시'라는 공통점 때문에 어쩌면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그 밖에도 장기나 체스 게임을 하는 궤적이나 컴퓨터 회로도, 태장계와 금강계 만다라, 루이스 칸의 필라델피아 교통 흐름도, 데 스틸지의 표지 그림, 르 코르뷔지에의 그리드 스케치, 레오나르도 키츠나 빅토르 바자렐리의 패턴, 파울 클레의 정사각형, 중국 명나라의 인장이나 문자 등 닮은꼴의 예는 한없이 이어진다.
 
환경 파괴는 인류가 대지를 개간하여 농업을 시작할 때부터 시작되었지만 철도의 탄생은 지난 7,000년에 걸쳐 느리게 진행되어오던 환경파괴 속도를 단번에 뒤집어버렸다. 철도의 보급은 또한 세계의 공간과 시간을 단축시켰다. 그 단축에 의해 공간은 보다 먼 곳으로까지 확대되었다.
 
마차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를 획득한 철도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지각 방식을 가능하게 했다. 그때까지 명확하게 보였던 풍경이 붕괴되면서 전혀 새로운 형태로 사람들 앞에 다가왔던 것이다.
빅토르 위고는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에 대해 "밭두렁에 핀 꽃은 이미 꽃이 아니라 색채의 방점이다. 아니 점은 이미 사라지고 오히려 빨갛고 흰 띠, 띠만이 존재한다. 밀밭은 매우 긴 띠의 행렬처럼 보이고 클로버밭은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것처럼 보인다. 마을도 교회탑도 나무들도 춤을 추면서 마치 미친 것처럼 수평선에 용해되고 있다."고 표현했다.
 
'닮은꼴'이라는 것을 기준으로 한 형태와 시각 탐색의 여행은 끝이 없다. 이 책의 제목을 '눈의 모험'으로 정한 데에는, 내가 좋아하는 책인 쿠사모리 신이치의 <원의 모험>과 타키 고지의 <눈의 음유-시선의 현상학>에서 영향을 받은 바 적지 않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데자뷰 체험을 떠올리게 하는 제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