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지나치는 풍경을 의미 있게 바라볼 때
그 풍경의 아름다움이 새롭게 다가온다
강영조 지음 | 효형출판 | 2003
누구든 한 번은 풍경을 보고 그 아름다움에 감동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산 능선이
끝간 데 없이 겹쳐지면서 깊고 멀리 이어지는 풍경일 수도 있고 또 잔잔한 호수 저 너머에
우뚝 솟은 산이 물에 비친 제 그림자를 보라보는 듯이 서 있는 광경일 수도 있다.
심지어 길가에 핀 작은 꽃과 같이 생활 환경에서 만나는 사소한 풍경에서 가슴저미는
아름다움을 맛보기도 한다.
이 책에서 풍경을 보고 거기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단순하고도 찬란한 체험의 원천을
소개하려고 하였다. 풍경의 미적 체험은 개인의 감수성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그것은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다. 그렇기는 하지만 우리 모두가 좋아하고 그 아름다움에 동의하는
풍경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교량 미학의 권위자 레온하르트는 왜 아름다운 다리를 만들어야 하는가 하는 우문에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추한 다리는 사람을 병들게 하기 때문이다"
추한 풍경은 그것을 보는 우리를 병들게 한다. 애석하게도 우리는 살아가는주변에서
추한 풍경을 너무 쉽게 본다.
이 책에 담은 글들은 풍경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그 아름다움에 한발 더 다가설 수 있도록
인문, 과학, 예술 분야을 아우르며 해설한 것이기도 하지만, 아울러 아름답고 쾌적한 생활 환경이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대답이기도 하다. <지은이의 말 중에서>
<책 속에서>
세월에 스러져 이윽고 자연으로 환원되는 모든 것은 아름다울 수 있다.....차가운 강철조차 붉게
녹을 피우고 있을 때에는 아름답다. 고산의 묵은 등걸이 아름다운 것도 이 때문이다.
허물어진 성벽, 궁터의 주춧돌, 폐광, 풍화하는 가을의 평원, 사람 없는 겨울 바다, 삭풍을 안고
있는 겨울 나무,아스팔트 틈의 잡초, 물때 앉은 콘크리트 바닥, 이끼 낀 블록 담과 골목길,
산 능선을 차지한 색바랜 고층아파트, 세월을 안고 스러져가는 이 모든 것들이 아름답다.
그런데 폐허의 감수성은 폐허에서 거리를 두고 그것을 음미할 때 온전히 느낄 수 있다.
폐허의 추억은 그래서 언제나 아름답다. 그런 의미에서 폐허는 철저하게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