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얼마나 깊게 생각할 수 있는가
김민형 지음 | 편집부 옮김
인플루엔셜 | 2018
다섯 사람이 자동차를 타고 길을 따라가고 있는데
갑자기 길 한가운데 세 사람이 나타났다.
너무 갑작스러운 등장에
브레이크를 밟을 틈이 없는 긴박한 상황.
자동차 바퀴를 틀어서 진로를 바꾸는 건 가능한 상황에서
계속 가면 건널목에 있는 3명이 죽게 되고,
진로를 바꾸면 도로의 장벽에 부딪혀서
자동차 안에 있는 사람 5명이 죽는다.
나 혼자 차를 타고 가고 있고
할머니가 건널목에 있다.
앞의 상황과 같은 상황일 때
어떻게 할까?
직진해도 4명이 죽고
진로를 바꿔도 4명이 죽는데,
진로를 바꾸면 죽는 사람은 도둑들일 때,
진로를 바꿀것인가?
점점 결정하기 까다로운 상황으로
선뜻 질문에 답하기가 어렵다.
위의 질문들은 자율주행 자동차에 들어갈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MIT 기계공학과에서 만든 게임이다.
5년 후든 10년 후든 눈앞으로 다가온 자율주행 자동차 시대.
실제 자율주행 자동차가 경우에 따라 내릴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게임으로
책임 역시 인간에게 돌아오는 일이다.
<수학이 필요한 순간>의 내용중
확률론의 선과 악에서 제시된 예이다.
현재의 우리에게는 간단하게 들리는 확률 개념은
17세기에는 발명해야 하는 개념이었다고 하는데,
기초 산수인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이
고대에는 전문가들의 영역이었으며,
지금 우리에게 다소 어려운 문제들도
언젠가는 상식이 될 것이라고 저자는 예견한다.
도저히 답을 찾을 수 없거나
어떤 답을 원하는지조차 모르는 경우에 직면할 때,
질문을 탐구하는 과정 자체가 새로운 길을 보여줄 때가 있는데
그런 순간이 바로
수학이 필요한 순간이라고 강조한다.
수학적 사고란 구체적인 예를 통해서
궁극적으로는 전체적인 틀이 형성되어가는 것으로,
다양한 현상들의 유사성을 파악하려면
어느 정도 추상적인 사고가 필요하다고 한다.
저자는 역사를 바꾼 3가지 수학적 발견을
1. 페르마의 원리 : 빛은 시간을 최소화하는 경로로 진행한다.
2. 아이작 뉴턴의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의 편찬 : 뉴턴의 운동법칙, 중력장 이론 등 수록
3. 좌표의 발견 : 데카르트의 <방법서설>의 3개 부록 중 하나인 '기하학'
이라고 꼽는다.
좌표는 지금의 우리에게는 매우 익숙한 표현법인데,
데카르트가 바로 이 표현법을 만들었다며
좌표를 다르게 그린다는 건
관점을 바꾼다는 말과 같은 것으로
아주 중요한 발견임을 강조한다.
우리는 흔히 윤리적인 것, 인문적인 것은
수학적인 것과 전혀 다른 결과를 지향하고 있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기도 한데, 그러나 오히려
수학적 사고가 우리를 도덕적 오류로부터 구출한다고 본다.
"
수학을 잘하려면, 특히 창조적인 수학을 잘하려면
가설을 세웠을 때
그 가설이 틀릴 수 있는 가능성도
자꾸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자기 주장이 어떻게 틀릴 수 있는지
자꾸 해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도 모르게 고장이 많은
큰 기계를 만들게 되어 버리는 것이다.
수학은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인간이 답을 찾아가는데 필요한
명료한 과정을 만드는 일이다.
일상의 문제에서도
정답부터 빨리 찾으려고 하기보다
좋은 질문을 먼저
던지려고 할 때,
그것이 수학적인 사고이다.
어쩌면 ... 수학적 사고를 통해서만 우리는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고,
우리가 찾은 답이
의미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
<수학이 필요한 순간>은 1년여의 강의를
대화식으로 묶어낸 책으로,
저자는 이 책에서 복잡하고 난이도 높은 수학의 세계를
기초적인 호기심만 가지고 있다면
누구나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하는 작업을 해냈다고 평가받는다.
직관적인 사례와 정교한 논리를 통해
생각의 근육을 단련시키면서
듣는 이로 하여금
수학의 아름다움에 빠져들게 만드는,
오로지 순수하게 수학만
이야기하는 책,이라고 편집부는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