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꽁치가 먹고 싶습니다 > 모도책장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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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2-02-07 14:39:58
조회: 1,393  
제목 [book] 꽁치가 먹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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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 야스지로
박창학 옮김
마음산책 | 2017
 
 
 
힘낼 만큼 힘을 내봤다.
제법 또 힘을 낼 수 있었다.
 
 
<차례>
 
모던 보이 산문
왠지 모르게 한 줄
센부리 풀처럼 쓰다
<도쿄 이야기> 감독용 각본
 
 
 
 
영화를 볼 때,
어떤 배우의 연기가 과연 연기력일까, 라는
의구심을 가지고 보는 경우가 있다.
 
그 배우의 어떤 특성이
감독으로 하여금 자신의 페르소나가 되기에 알맞다는 판단으로
캐스팅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
 
연기 변신이라는 게 가능한 것일까, 라는

 
 
 
어떤 배우가 자신의 개성과 동떨어진 역할을 연기할 경우,
영화의 메커니즘은 아주 사실적이라
그 양자 간의 모순을
기탄없이 폭로해버릴 것이다.
 
(꽁치가 먹고 싶습니다. p.136)
 
 
 
오즈 야스지로는 책의 앞부분에서
모더놀로지를 언급한다.
 
현대의 사회상을 장소, 시간을 정해 조직적으로 조사 연구하고
풍속을 분석하고 해설하는 학문으로, 고고학에 대한 대칭 개념으로 만들어진 조어인 고현학.
 
고현학의 관점에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소설가는 박태원이랄 수 있겠다.
 
1930년대 경성(서울)을 배경으로 장소를 옮겨다니며 이야기를 펼치는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이 그 예이다.
 
당시의 세태와 풍경을 전달하는 것을 문학가의 사명이라 여기고
대단한 사건도 없이, 의식의 흐름에 따라서 관찰한 것이나 사건을 바탕으로 쓰는 소설.
 
오즈 야스지로 또한 평소의 관찰을 중요하게 여긴다.
 
 
기차, 전차, 버스 등 공중의 교통기관은
현대 세태의 풍속화라고도 할 만한 것으로,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예컨대 통근의 왕복도 극히 흥미 깊으며 또한
유익한 시간이 되는 것이다.
원래 내 안에는 공상과 관찰이 함께 살고 있는 듯 해
때에 따라 신문 잡지를 읽고,
생각을 하고,
연상하고,
따분해하고,
졸고, 그리고

또 같이 탄 사람에게 흥미와 관심을 빼앗긴다고 하는,
이 점 지극히 평범한 승객인 것이나,
그래도 교통편 안에서의 기억이
어느샌가 머릿속 어딘가에
엄청나게 쌓여 있기는 하다.
모더놀리지라는 게 있는데,
그런 것도 해보면 재미있을게 틀림없다.
 
(꽁치가 먹고 싶습니다. p.21)
 
 
 
번연된 문장이 왠지 예스럽게 정감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지 궁금하던 차에
변역가의 이력이 눈에 띈다.
 
유명 가수의 곡을 썼던 작사가였던 것.
 


문득 돌어보
같은 자리지만
난 아주 먼길을 떠난듯 했어
만날 순 없었지 한번 어긋난 후
나의 기억에서만 살아있는 먼 그대
...
(이별의 그늘, 1991년)
 
 


결국 이 열흘간 힘낼 만큼 힘을 내봤다.
제법 또 힘을 낼 수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일 만큼 힘을 낸 것으로,
얻기 힘든 체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제부터의 내 인생에서 그 막다른 지경에 이르면,
족제비의 마지막 방귀처럼
나는 이 노력을 무엇보다 더한 무기로 삼고 싶다.


(꽁치가 먹고 싶습니다. p.100)
 
 
 
 
 
현실에서 출발해 끊임없이 현실에 비추어 반성되고,
종국에 현실보다 더욱 완전한,
그리고 더욱 납득 가능한 것이 되려는 노력,
그 위에 자신을 표현하면
그것이 영화 연기의 진수인 것이다.
사실이라는 것이
영화 연기의 기본인 까닭이다.


(꽁치가 먹고 싶습니다. p.130)
 
 
 
 
오랜만에 만든 샐러리맨 이야기로,
회사원 생활을 그려보고 싶었어요.
대학에서 사회로 나온 기쁨,
회사에 취직했을 때의 희망이 점점 무너져서
30년 근무해도 변변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아요.
회사원 생활을 세대 변화에서 접근해서,
거기에 샐러리맨의 비애 같은 것이 표현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
하지만 나로서는 되도록 극적인 것을 피해
아무것도 아닌 신을 쌓아서,
보고 난 후에
샐러리맨이 살아가는 서글픔이 느껴지도록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만.
 
(꽁치가 먹고 싶습니다. p.165, 영화 <이른 봄(1956)에 대하여)

 

 
책의 말미에 해설을 쓴 다나카 마사스미는 오즈의 작품 무대가 도쿄에 한정된다, 고 평가한다.
아주 적은 예외를 제외하고는 늘 동시대 현재형의 도쿄였다고.
 
오즈가 표현한 것은 그때그때 도쿄에 사는 것의 의미라고.
 
일본의 현대극 영화감독으로서 이례적인 경우에 속하는 것으로,
오즈를 쇼와 도쿄의 연대기 작가로 칭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촬영된 실제 풍경, 날것의 현실은 무언가의 추상 작용을 거쳐
보편성을 가지게 된다.
 
 
오즈 영화가 각 시대의 도쿄의 여러 모습을 추상해 그려낸 것들은
결과적으로 근대화, 도시화를 사는 일본인의 표현이라는
보편성에 도달했다.
그것이 근대 일본의 운명과 통하는 이상
거기에 오즈 영화가 광범위한 공감을 부르는 원천이 있으며,
단지 영화라는 것에 그치지 않는
문화로서의 의의도 인정될 것이다.
 
(꽁치가 먹고 싶습니다. p.314 해설 중에서)
 
 
그 당시 영화인 중에서도 으뜸가는 모던 보이였다고 전해지는 오즈는
르 코르뷔지에를 언급하기도 하는 등 미국 영화에 한정되지 않은
해외의 동시대 문화 예술에 대한 관심을 가진 이로 평가된다.
 
 
<꽁치가 먹고 싶습니다>는
사적인 에세이부터
전쟁터에서의 편지,
영화에 대한 감독의 가치관까지
 
오즈의 글과 인터뷰로 구성되어 있다.
 
은 영화인들이 아직도 존경하거나 영향을 받은 이로 언급하는
감독이 했던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오래전, 부모가 되기 전에 보았던 영화
<도쿄 이야기>
DVD의 먼지를 털어내고
다시 보아야겠다.
 
부모가 된 후에,
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잔잔하게 그린 영화가 어떻게 다가올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