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니자끼 준이찌로 지음 | 김지견 옮김 | 조인숙 엮음 | 발언
'음예'란 '그늘도 그림자도 아닌 거무스름한 모습'을 일컫는다.
어스름한 창호지와 촛불에 일렁이는 어두운 공간의 아룸다움,
양갱과 붉은 된장국과 검은 칠기 그릇의 관계는 이 음예에서
비롯한다고 타니자끼는 말하고 있다.
60년 전의 한 일본 지식인이 쓴 수필에 주목하는 이유는,
근대화와 도시와의 과정에서 서구의 사상이나 문물에 대한 가치관에
이상적인 잣대를 설정하고 실용적, 합리적이라는 이름의 이 잣대에
맹목적으로 의존함으로써 본시의 뜻과는 달리 버려졌을지도 모를 우리문화의
가치와 의미를 되짚어 볼 기회라고 건축가 조성룡은 전한다.
<본문 중에서>
우리가 이미 잃어가고 있는 음예의 세계를 애오라지 문학의 영역에서라도
되불러보고 싶다. 문학이라는 전당의 처마를 깊게 하고 그 벽을 어둡게하고
지나치게 밝아 보이는 것은 어둠 속으로 밀어넣고 쓸데 없는 장식을 떼내고 싶다.
어느 집이나 모두 그런 것이 아닌 집 한 채 정도만이라도 그런 집이 있으면
좋을 것이다. 자. 어떤 상태가 되는지 시험적으로 전등을 꺼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