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 유럽을 만나다 > 모도책장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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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09-12-11 11:43:13
조회: 6,129  
제목 [book]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 유럽을 만나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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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선 지음 | 바람구두
2007
 
 
<prologue 중에서>
카미노의 여인으로 거듭나다
 
유럽의 한 귀퉁이, 이베리아반도. 다시 그 반도의 북서쪽 구석에 자리잡은 산티아고.
순례여행을 떠날 때 순례자들은 "카미노-데-산티아고 간다"고 한다.
스페인어로 카미노는 '길'이다.
지난 봄, 난 기어이 그 길 위에 서서 고스란히 800여km를 걸었다.
50일이 넘도록.
 
걷기에의 충동은 대도시에 갇혀 사는 현대인들의 본능 속에 자리 잡고 있다.
도시의 반대편에 있는 자연 속으로 걷는 길이다.
서양 고전문학의 모든 주인공들은 틈만 나면 숲속으로 걷고,
걷고 나면 무슨 문제든 풀렸다.
버지니아 울프나 워즈워드 남매의 모든 창작은 걷기 여행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베토벤도 걸었고, 루소, 바흐, 괴테도 평생을 걸었다.
 
카미노와 만난 50여 일의 여정 동안 난 무엇보다 이 길 자체에 흠뻑 매료되었다.
삶의 속도에 내맡겨진 채 어느덧 중년이 되어버린 나처럼
평범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낯선 곳이지만, 누구나 결심만 하면 이 길에 오를 수 있다.
무자비한 생의 질주 속에서 간절하게 느림과 여유를 꿈꾸는 이들.
'어떻게 살까'의 문제에 직면하여 새로운 계획과 국면의 전환을 꾀하는 이들,
사람에 대한 관심이 시들고 무기력한 나날 속에서 새로운 용기가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나는 이 낯선 길로 떠날 것을 서슴없이 권한다.
산티아고 가는 길로 떠나고자 하는 이들과 함께 난 다시
'카미노의 여인'이 되어 길 위에 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