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백 > 모도책장new

본문 바로가기

작성일 2010-09-06 15:01:22
조회: 5,861  
제목 [book] 백
 

본문

00b9e9.gif 하라 켄야 지음 | 이정환 옮김
 안그라픽스 | 2009
 
 
 
 
 
 
 
 
 
 
 
 
 
 
 
 
 
하라 켄야는 그래픽디자이너이자 미술대학 교수이다.
2002년부터 <무인양품>의 아트디렉션을 담당하고 있다. '물건'이 아닌 '현상'의 디자인을 지향한다.
 
'백'은 색채가 아니다. 이미지를 생성시키는 쉼 없는 변천, 즉 정보의 생성과 퇴행의 다이너미즘을
생명의 발생과 쇠퇴 혹은 에너지의 생멸이라는 우주적 리듬에 호응시켜 생각하는 동안에 만들어진
하나의 논고이다. 그것은 회전하는 사고의 물레 속에서 살며시 태어난 조선의 백자와 같은 것이다.
 
저자는 자신이 만든 모든 것들이 시와 같기를 바란다. 언어의 예술이라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최소한의 표현이며 그 존재 방식을 허락받는다는 의미에서라고 말한다.
'백'은 표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자신의 미의식이며 사상이자 최소한의 모습을 지향하는
예의이기도 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문은배(한국색채연구가)는 반야심경의 <색즉시공 공즉시색>에 백의 핵심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물질은 본질이요, 본질이 물질이다'라고 해석되는데, 즉 '모든 사물은 없는 것과 같고 아무것도 없는 것은 모든 물질과 같다'라는 의미에서다. 모든 사물과 상징을 담으면서도 아무것도 없는 것으로 보여지는 것. 그렇기 때문에 백에 다각적인 해석과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차례|
 
제1장 백의 발견
        백은 감수성이다 | 색이란 무엇인가| 이토시로시 | 색을 벗어난 색 | 정보와 생명 본연의 모습
 
제2장 종이
       현저한 촉발 능력 | 하얀 판으로 태어나다 | 창조 의욕을 북돋는 매개물 | 되씹어 보는 백 |
       하얀 사각형의 종이 | 언어를 접는다 | 문자라는 존재 | 활자와 타이포그래피
 
제3장 공백-엠프티너스
        공백의 의미 | 하세가와 토하쿠의 송림도 병풍 | 가능성으로서의 공백 | 이세신궁과 정보 |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 백 바탕에서 적색 원이 지닌 수용력 | 공과 백 | 다도 |
        와시쓰의 원형 | 발상은 공백에 깃든다 | 독창적인 질문에 해답은 필요 없다
 
제4장 백을 향하여
        퇴고 | 백을 향한 도전 | 청소 | 미지화 | 하얀 모래와 달빛
 
 
<머리말 중에서>
백에 관하여 이야기하는 것은 색채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간결함과 섬세함을 낳는 미의식의 원점을
백이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찾아보는 것이다.
 
나는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전공은 커뮤니케이션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물'이 아닌 '감성'을 만든다.
나는 나의 작품을 얼마나 인상적으로 기억시킬 수 있을지, 얼마나 선명하게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 있을지 고민을
하며 일을 해 왔다. 그런 일을 되풀이하는 동안에 나뿐 아니라 어쩌면 일본의, 또는 세계 문화 속에 축적되어 온
의사소통의 지혜와 비결 같은 것을 의식하게 되었다. 그 중 하나로 공.엠프티너스, 즉 '텅 빈 공간'이라는 개념이 있다.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을 할 때에는 일방적으로 정보를 던지는 것보다 상대방의 이미지를 받아들이는 쪽이 오히려
효과적인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 얼마나 많이 설득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이 들을 수 있었는가 하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의 질을 좌우한다.
...
이 책을 읽은 당신은 이제 '백'이 단순히 하얗게만 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때로는 정말로 하얀 존재가 보다 강렬한 색으로 느껴질 것이다.
그것은 당신의 감각이 보다 풍부해지고 세밀해졌다는 증거이다.
'백'을 느끼는 감도가 향상된 만큼 세상의 암울한 정도도 증가할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