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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0-12-13 13:25:51
조회: 6,017  
제목 [book] 약한 건축
 

본문

bee0c7d1b0c7c3e0.gif  쿠마 켄고 지음 | 임태희 옮김
  design house | 2009
 
 
 
 
 
 
 
 
 
 
 
 
 
 
 
 
 
<목차>
 
프롤로그
건축, 고독한 괴물 덩어리
 
모더니즘을 넘어 : 다시 보는 안도, 코르뷔지에, 미스
건축이 비평을 담는 속내
공급자와 형식은 승리했는가
공공에서 개인으로, 안도 타다오라는 브랜드
욕망, 건축과 세상을 나누는 마력
데스타일이 코르뷔지에와 미스를 넘지 못한 이유
 
권력과 거대 건축을 넘어
프리캐스트 콘크리트로 민주주의 건축을 ; 루돌프 쉰들러
경쾌해지는 성 문화, 그리고 조립식 주택
콘크리트의 시대
인클로저, 닫힌 도시와 건축
이념은 건축 상품을 구원할 수 있는가 ; 무라노 토고
 
 
건축의 외부 변수들
건축 사진, 아름다움을 대체하다
도심에 알맞은 건축 표현이란 ; 미요시 드림센터
건축 예술과 민주주의의 갈등 ; 우치다 요시치카
"집을 달라, 텔레비전을 보여 달라" ; 1995년 베니스 비엔날레
소녀와 행자 ; 2002년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
현실 세계에 기생하는 가상 세계
 
 
에필로그
 
 
<한국어 출판을 하면서> 중에서
한국 전통문화와 나의 건축
 
나의 건축 스타일은 일본의 전통적인 건축보다 오히려 한국의 전통 건축에 가까울지도 모른다고
나는 자주 생각해왔다.
...
일본의 전통건축에서는 한정된 부분에서만 가늘게 해서 도드라져 보이게 하기 때문에,
전체가 보이지 않고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이와 반대로 한국에서는 대범하게 완벽한 균형을 맞추려는 지향이 강한데,
나는 그러한 균형 감각이 좋다.
 
일찍이 나는 일본적 방법론으로는 현대 세계의 복잡한 상황에 대응하기가 어렵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런 까닭에 한국의 전통문화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현대에는 무언가 배척하고 프레임 밖에 두지 않는다.
돌과 같이 투박하고 무거운 것도 간단하게 배척하지 않는 시대에 우리들은 살고 있다. 다양하고 이질적인 것을
허용하면서 받아들이고, 거기에 있는 인간에게 쾌적하고 아름다운 환경을 만드는 일이 지금 우리가
부여받은 과제이다.
 
제한된 프레임 안에서 극도로 아름다운 것을 구축해가는 방법론은 되풀이해서 적과 우리 편을 만들어,
현대사회의 혼란을 조장하기만 할 뿐이다.
'약한 건축'은 무엇인가를 배척하기보다는 이렇게 다양한 것을 받아들이는 방법론이다. 이질적인 것을 허용하는
'지는' 방법론은 한반도의 디자인에서 커다란 영향을 받았다.
 
 
<프롤로그> 중에서
건축, 고독한 괴물 덩어리
 
공공건축, 토목, 건축 같은 분야는 확실히 악의 대명사로 취급받고 있고, 사회의 적일지도 모른다.
어떻게 건축은 이렇게 미움을 받게 됐을까?
 
건축은 분명 미움을 받아 당연하며, 여러 가지 부정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
우선, '크다'라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크기는 건축의 숙명이기도 하지만, 건축의 정의 그 자체이기도 하다.
크면 클수록 당연히 방해물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건축을 하는 쪽, 예를 들어 건축주나 건축가는 많은 경우,
눈에 띄고 돋보이는 멋진 건축물을 목표로 하게 된다. 건축물의 크기는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어쩌면 실제보다 더 크게 보일지도 모른다. 어쨋든 그 결과, 건축물은 점점 눈에 거슬리게 되고, 점점 미움을 받게 된다.
 
건축이 미움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물질의 낭비이다.
건축물은 크기 때문에 대량의 자원을 쓸 수밖에 없다.
 
더욱 미움을 받는 이유는 회복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한 번 만들고 나면,
그 건축물은 간단하게 뜯어고치거나 부숴 버리기가 불가능하다.
 
...
 
엄청난 건축의 시대를 지나오면서 사람들은 단순히 짓는 일만 경험하지는 않았다.
사람들은 그 건축물을 계속 사용하면서 그곳에서 살아 나가는 '삶'도 경험하고,
그 경험 역시 쌓이게 됐다. 따라서 건축을 현실에서 절단되고 단절된, 동떨어진 대상으로만 판단하지 않게 됐다.
시간이라는 끝도 없이 긴 연속체의 한 부분으로 건축을 판단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사실, 짓는 데 걸리는 시간은 일순간이지만, 세우고 난 뒤에는 훨씬 더 긴 시간이 남아 있다.
짓고 나서부터가 시작이다....
건축이 살아 있는 시간은 결국, 지은 뒤에 남는 그 이야기들이다.
 
...
 
긴 시간 전체를 디자인하여 건축할 수는 없을 까?
하루하루의 일기이면서 역사이기도 한, 시간의 설계도를 그리는 일은 불가능할 까?
이에 비하여, 보통 우리가 설계도라고 부르고 있는 것은 이 무한의 깊이를 가지고 있는
설계도의 한 절단면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지금껏 보아 온 설계도는 그만큼 궁핍하고 가벼운 존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