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우울한 열정 > 모도책장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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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2-02-20 23:06:37
조회: 6,444  
제목 [book] 우울한 열정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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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Under the Sign of Saturn>
 수전 손택 지음 | 홍한별 옮김
  2005 | 시울
 
 
 
 
 
 
 
 
 
 
 
 
 
 
 
<차례>
 
폴 굿맨에 대하여
매혹적인 파시즘
토성의 영향 아래
지버베르크의 히틀러
바르트를 추억하며
열정의 정신
아르토에 다가가기
 
<본문 중, 폴 굿맨에 대하여 중에서>
파리에 있는 작은 방 안에서, 등나무 의자에 앉아 정원이 내려다보이는 창 앞에 놓인 타자기로
이 글을 쓰고 있다. 등 뒤쪽에는 간이침대와 작은 탁자가 있고 바닥과 책상 밑에는 원고뭉치, 공책,
책 두어 권이 흩어져 있다. 애초에 그러려고 계획하거나 예상한 것도 아닌데 이 작고 세간도 거의 없는
방에 살면서 일을 한지 벌써 1년이 넘었다. 이런 생활을 시작한 것은 다 버리고 한동안 틀어 박혀서
기대거나 의지할 것을 최소한으로 줄인 상태에서 새로 시작할 필요를 느꼈기 때문이다.
 
<본문 중, 토성의 영향 아래 중에서>
젊은 시절 벤야민의 모습은 "심오한 슬픔"이 그의 특징인 것처럼 보였다고 숄렘은 썼다.
벤야민은 스스로를 우울한 사람으로 생각했고 현대 심리학에서 붙이는 명칭을 경멸하여 전통적인
점성술적 개념을 끌어 온다.
"나는 토성의 영향 아래 태어났다. 가장 느리게 공전하는 별, 우회와 지연의 행성...."
 
벤야민은 과거에서 떠올린 것 전부를 미래에 대한 전조로 간주한다.
기억이라는 작업은 (스스로를 뒤에서부터 읽어나가는 것이라고 그는 부른다.) 시간을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자서전이라는 이름을 거부한 벤야민의 회상에는 시간적 순서가 없다.
기억, 과거를 무대에 올리는 것은 사건의 연속을 장면 장면으로 바꾸어 놓는다.
벤야민은 과거를 되살리려 한 것이 아니라 이해하려고 한 것이다.
과거를 공간적 형태로, 예언적 구조로 압축한다.
...
벤야민에게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주제는, 세상을 공간화하는 방식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예를 들어 사고와 경험은 폐허로 개념화한다.
무언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 지형을 이해하고,
어떻게 지도로 그릴지 안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길을 잃을 수 있는지 아는 것이다.
토성의 영향 아래 태어난 인물에게 시간은 제한, 부적절한 것, 반복, 단순한 완료의 수단이다.
시간 속에서 어떤 사람은 단순히 그 사람일 뿐이다.
항상 그대로의 사람.
공간 속에서,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