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 > 모도책장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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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6-02-04 10:49:24
조회: 4,104  
제목 [book] 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
 

본문

 
 
산촌자본주의, 가능한 대안인가 유토피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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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 2015
모타니 고스케, NHK 히로시마 취재팀 | 김영수 옮김



<차례>
머리말  '산촌자본주의'를 추천하다

제1장 세계경제의 최첨단, 주고쿠산지

제2장 21세기형 선진국, 오스트리아

중간정리  '산촌자본주의'의 진정한 의미

제3장 글로벌 경제로부터의 노예해방

제4장 '무연사회'의 극복

제5장 '마초적인 20세기'에서 '유연한 21세기'로

최종정리  '산촌자본주의'로 불안.불만.불신에 결별을 고하자

맺음말 산촌자본주의의 상쾌한 바람이 불어오는 2060년의 미래




2015년 12월 31일자로 또다시 에너지절약설계기준이 강화되었다.

(국토교통부 고시 제 2015 - 1108 호)

2015년 중반에 새로워진 설계기준이 몇달만에 다시 조정된 것.

이번의 설계기준에서는 건축물의 각 부위에 설치해야하는 단열재의 기준값이
큰 폭으로 변경되었다.

예를 들면 지붕에 설치해야할 단열재의 두께는 18센티미터에서 22센티미터로,
외벽은 12센티미터에서 15.5센티미터로 강화된 것.
(중부지방, 공동주택, 단열재 가등급 기준)

2025년까지 모든 건축물을 제로에너지하우스 기준으로 강화할 예정인 것이
정부의 정책으로 알려져 있다.

산촌 자본주의 책을 뒤적이며 건축과 관련된 이 내용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흔히들 집을 짓는다고 하면
그 집을 지을 때 드는 공사비만 따져보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 집을 짓는 기간은 1년 내외라고 한다면
이 집을 사용하는 기간은 수십년에서 수백년을 넘을 수도 있는 것.
살면서 춥지 않고 덥지 않도록 유지하기 위한 에너지 비용을
돈으로 환산한다면 공사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터이다.

집의 열효율을 유지하기 위한 에너지를, 2025년부터는 나라에서 제공해 주지 않겠다는 것이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간단하게 설명하는 말이다.
자신의 집을 따뜻하고 시원하게 유지하기 위한 에너지를 스스로 생산하거나
그런 에너지가 필요하지 않도록 집을 지어야 하는 것이다.

전기, 가스등이 공급되지 않을 때에
우리는 어떻게 살 수 있을까.

이 책을 읽다보면 시골에 살며 돈이 들지 않는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숲이 가까운 시골에 살며 땔감이 필요하면 숲에 나가 나무를 주워와
직접 만든 친환경 스토브를 이용하여 밥을 짓는다.

이웃 주민이 놀리고 있는 밭을 빌려 채소농사를 시작하고,
"가지랑 오이가 너무 많이 열려서 썩히게 됐으니 먹어" 하며 가져다주시는 할머니 덕에
슈퍼에 가는 횟수가 줄어든다. 

도시에서 받는 월급의 10분의 1이라도 전혀 힘들지 않게,
풍요롭게 살게 된 것이다.


이 책은 2011년 여름, 주고쿠 산지의 활기찬 아저씨들의 혁명적 행동에 충격을 받은
엔에이치케이 취재팀이 모타니 고스케와 힘을 합쳐 '산촌 자본주의'라는 단어를 만들어내며
1년 반에 걸쳐 취재 및 제작하여 방영한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쓰여졌다.

발상의 출발점은 머니 자본주의.
우리가 100년 동안 상식으로 알고 있던 경제시스템이,
2008년 가을 미국의 증권회사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을 시작으로 무너져 내렸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압도적인 힘을 자랑했던 미국경제,
어느 기업은 매년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이익으로 종업원의 월급을 아무리 올려도
돈이 남아서 먼 장래를 위한 대비, 연금을 계속해서 늘려갔다.
순조로왔던 성장이 다른 나라의 추격으로 무너지기 시작하자 
돈으로 돈을 만들어내는 경제 시스템을 고안한다.
리먼 사태는 그 '사기 같은 경제의 최후'를 볼 수 있는 사례였던 것.

노후대비를 위한 연금구조는 성장이 계속되던 시절에는 가능하겠지만,
'성장'이 멈춘다면 어떻게 될까?

리먼 사태 뒤에 찾아온 세계경제의 변화, 
위기에 빠진 기업을 구하고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국가가 재정을 출동시켰다.
빚을 대신 짊어진 것.
그 결과로 '약해진 나라'가 돈이라는 맹수의 먹이가 된 것,
이것이 유로 위기의 본질이며
유로권 중에서도 가장 약했던 그리스가 제일 먼저 희생양이 되었다고
저자는 판단한다.

그러나 처음부터 노후를 윤택하게 보내기 위해 연금을 받는 것 밖에 방법이 없는가,
연금이 없어도,
날씨가 좋으면 밭에 나가 일하고 비가 오면 집에서 쉬면서
돈이 들지 않는 생활을 하면 되지 않을까, 라는 무리해 보일 수도 있는 물음이
이 책 전반에 스며들어 있다.

여러가지 사례들.
현대의 최첨단 시스템에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 풍요로운 삶을,
최소한의 돈으로 해결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시골로 유턴이든 아이턴이든 하고 싶은 생각이 절로 솟아오른다.
(유턴:시골에서 자라고 도시에서 생활하다 다시 시골로 돌아가는 것.
  아이턴:도시에서 자라 생활하다 시골로 이주하는 것.)

저자는 결코 편리한 도시생활을 버리고 시골생활을 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라며,
어쩌면 생활 자체는 그다지 변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본질은 '혁명적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풍요로움에 대한 가치관이 바뀌면 누구보다 최첨단의 21세기형 인간으로서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여긴다.

"자잘하게 절약하지 마라. 계속해서 에너지와 자원을 소비해라.
그것을 훨씬 뛰어넘는 수익을 올리면 된다.
규모를 키울수록 이익은 늘어난다.
그것이 바로 풍요로움이다."
라는 생활방식이 아니라,

"성과가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상관없다.
다 같이 산에 들어가서 산을 깨끗이 정리하는 일이 즐거웠다.
70대의 노인들이 볼이 빨개질 정도로 땀을 흘리고 
산을 돌보는 일에 전념하는 즐거움,
상쾌함, 그런 것들이 있으면 충분하다."

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삶의 풍요로움이 있으면 족하지 않을까.

장래의 성과를 위해서 현재를 평가하는 것이 지금의 경제라면
그런 방법으로는 현재는 언제까지나 수단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저자는
샹쾌한 바람이 불어오는 미래는
이미 한 번 잊혔던 산촌의 산자락에서
시작되고 있다,며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