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내가 얼마나 많은 영혼을 가졌는지 > 모도책장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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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8-11-22 18:01:48
조회: 2,783  
제목 [book] 내가 얼마나 많은 영혼을 가졌는지
 

본문


페르난두 페소아 시가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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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난두 페소아 | 김한민 옮김

문학과 지성사 | 2018

















비계 飛階



내가 꿈꿔온 시간은

인생에서 몇 년간이었던가!

아, 내 과거의 얼마만큼이

내가 상상한 미래에 관한

거짓 인생뿐이었던가!



여기 이 강변에서

이유 없이 평정하네.

이 텅 빈 흐름은

그려낸다. 익명으로 차갑게,

실패 속에 산 삶을.



이룬 게 거의 없는 희망!

어떤 기대가 기회만 한 가치가 있을까?

어린애의 공 하나도

내 희망보다 높이 오르고,

내 욕망보다 더 구르지.



강변의 물결, 어찌나 잔잔한지

너희는 물결조차 아니지.

시간들, 하루들, 해들, 빨리도

흘러간다 - 같은 태양이 죽게 만드는

신록 또는 눈.



난 가지지 않았던 걸 모두 써버렸다.

난 실제보다도 더 늙었다.

나를 지탱하던 그것, 환상은

오로지 무대 위에서만 여왕,

벗어버리자, 왕국은 끝났다.



천천히 흐르는 가벼운 물소리,

지나친 강변에 게걸스럽게,

안개 낀 희망들의

나른한 기억들이라니!

삶과 꿈은 어떤 꿈들인가!



난 인생에서 뭘 했는가? 나 가진을 찾은 건

이미 길을 잃은 때였지.

인내심을 잃고 날 포기해버렸지

마치 자신에게 기각된 데에서

고집을 부리는 미치광이를 대하듯.



흘러야 하기에 흐르는

부드러운 물의 죽은 소리,

기억들뿐만 아니라 죽은 희망들도

데려가거라-

결국은 죽어야 하기에 죽어버린.



나는 이미 미래의 사자死者.

오로지 꿈만이 나를 나와 이어준다-

내가 되었어야 하는 것의

늦어버린 모호한 꿈 - 버려진

내 정원의 담장.



지나간 파도여, 날 데려가다오

바다의 망각에게로!

내가 되지 않을 것에게, 물려주어다오

짓지 않은 집을

비계로 에워싼 내게.



1924.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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