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 자리에 있을 사람에게
심보선 산문
문학동네 | 2019
오랫동안 씨네21의 <디스토피아로부터>의 필자로 이름을 올리다,
씨네21 1235호를 마지막으로 작별 인사를 고한
심보선의 산문집이다.
자신을
글쟁이, 시 쓰고 사회학 공부함.
대학에서 예술과 사회의 관계에 대해 가르침.
이라고 소개하며 적어온 칼럼들을 재미있게 보아왔는데,
책의 몇 꼭지에는 이 글들이 실려있기도 하다.
글의 내용으로 유추해보건대 신촌의 한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듯.
한적한 식당에서 건설 일용직인 남편이 일을 나가지 않자
“당장 일 나가! 내가 당신에게 일을 나가라고 하는 건
자존심 굽히고 돈 벌어오라는 게 아냐.
일 안 나가고 여기서 이러고 있는 게 뭐하는 짓인지 알아?
이건 영혼을 낭비하는 짓이야!”
라는 주인 아주머니의 외침에서 영혼의 문제를 생각해보며,
국가적 재난을 기억하기 위한 공간에 대한 이야기까지,
넓고 다양한 범위의 사유들을 풀어놓고 있다.
<디스토피아로부터>의 마지막 글에서,
자신의 지식인 자의식이 안팎으로 도전받았다고 고백하며
나는 지식인이 아니다,라고 선언한다.
불확실성과 혼란이 자신의 참된 상태라며,
“저는 지금 세상사와 사람살이에 대해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더이상 칼럼을 쓸 자신이 없습니다.”라며 마지막 인사를 전한다.
남몰래 시를 짓던 아버지의 넋두리,
“멋지게 살려 하지 말고
무언가를 이루려 해라”라는 말로
서문을 대신하며
글이란 불확실성의 극치라며,
단 하나의 준비된 문장도 없이
또 한 권의 책을 내게 되었다,며
글을 마무리한다.
세상사와 사람살이, 관계와 상처에 대한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전하는 책의 제목
<그쪽의 풍경은 환한가>는
오로지 책 제목만으로 독자를 끌어들이는 것이 아닌가, 싶을 만큼
오랜만에 아껴두며 읽은 책으로 기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