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리즘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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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산책 | 2017
피오나 핸디사이드 엮음 | 이수원 옮김
영화 관련 책을 펼치면 늘 보게되는 것이 누벨바그이다.
<카이에 뒤 시네마>와 항상 붙어다니는 단어.
장 뤼크 고다르, 프랑수아 트뤼포, 자크 리베트, 클로드 샤브롤 등
카이에 뒤 시네마의 편집진들은 누벨 바그의 대표 감독으로 이름을 알렸는데,
1957년부터 1963년까지 편집장의 자리에 있었던 에리크 로메르는 다른 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빛을 보지 못한 채 문학에 뿌리를 둔 격식 있고 보수적인, 그리고 저항보다는 예술로서의 영화에 대한 미적 취향이 반영된 글쓰기를 고집스럽게 이어갔다.(p.344 옮긴이의 말)
옮긴이는 로메르의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반복과 변주로 이루어지는 남녀삼각형의 설정을 보며 홍상수 감독을 떠올린 적이 종종 있다고 고백한다.
평범해 보이는 일상과 뻔한 듯한 남녀 문제의 이면에 깔린 내면의 깊이, 이를 받쳐주는 영화 제작의 절실함으로 우리를 인도하는 로메르의 영화를 알고싶다면 이 책을 읽는 것이 도움이 되리라 여긴다.
뒤늦게 에리크 로메르의 영화에 관심을 갖게된 것은 감독의 건축과 도시계획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
오늘날 현대적인 것은 라데팡스의 고층 건물들, ‘들어가서 살기 위한 기계들’이 아니라 진정한 집이라고 할 만한 마른라발레의 작은 건물들일지 모릅니다. 금세기 초엽, 세상을 뜯어고치길 원했던 자만에 가득 찬 건축가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건축이 세상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생각했죠. 이제 더 이상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후계자들은 겸손에 대한 중요한 교훈을 얻었고, 더 이상 인간이 건축에 맞춰서 변해야 한다고 요구하지 않습니다. 건축이 인간에게 적응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한 것이죠. 그것이 내가 이야기하고자 한 바예요.
”
영화감독의 역할이란 (건축가나 화가가 그럴 법하듯이) 세계의 질서정연한 아름다움을 변화시키려 하기보다는 그것을 기록 (그리고 보존)하는 데 있다고 말하는 감독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순간, 자신의 시대에 대한 증언이라고 선언한다.
건축적 공간과 영화적 공간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며 스튜디오 촬영보다는 장소에서 영감을 받는다는 이유로 현장에서의 촬영을 고집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어떤 식으로든 흥미롭지 못한 건축물은 없다고 생각하며 고치로서의 장소 개념을 언급, 마치 집이 자아 및 정체성과 연관된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협력을 전혀 필요로 하지 않으며, 영화를 만드는 중에는 누구하고도 이야기 하지 않는다. 완성된 후에라야만 누군가에게 읽어보도록 한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날씨와 풍경을 중요하게 여기며 “자연에 대한 사랑으로 이끈 예술이 영화”라고 말하는 감독의 인터뷰를 엮은이는 로메르의 인터뷰가 지니는 폭과 깊이에 대한 바람직한 개요를 제공하기 위해 이 책을 만들었다고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