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 권영주 옮김
비채 | 2018
국립대 경제학부 졸업. 금융기관 연구소 근무.
자신보다 소득이 더 많은 아내.
집이나 인테리어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고,
킬힐을 신으며 가방과 옷에는 아낌없이 투자하는 아내.
출판사에서 편집일을 하며, 오래된 엘피판을 남몰래 간직하는,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비현질적인 꿈을 꾸는 남편.
이들이 십오 년 넘게 살았던 아파트를 아내에게 넘기고
각자의 길을 가기로 한다.
처음부터 상반되는 성격의 이들이 부부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지,
부풀어오르는 거품 경제의 분위기 탓이었나.
이제는 마음껏 자신의 취향대로 집을 고르기로 한 오카다.
자연림이 남아 있는 공원이 근처에 있을 것.
잔디밭이 환하게 펼쳐진 공원이 아니라,
나이를 많이 먹은 거목이 우뚝 솟았고
놀이기구 따위는 없는 살풍경한 공원.
인테리어 공사를 새로 할 수 있는 오래된 단독주택을 찾아 헤맨다.
오십 년도 더 된 낡은 이층 목조 주택,
벤치조차 없는 무뚝뚝한 공원에 면한
1958년에 지어진 단독주택을 빌리기로 한다.
미국으로 떠나는 주인 할머니가 먹이를 주곤 하던 고양이도 한 식구가 된다.
하나뿐인 아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MBA를 따기위해 미국으로 떠난 지금,
자신의 인생을 내 맘대로 살 수 있다는 것 외에는 걸릴 것이 없다.
그런 그를 두고 회사의 부장은,
“오카다는 우아하군.”
“우아하다고요? 아닙니다.”
“오카다는 아직 사십대잖나. 월급은 많이 받으면서
마음 편하게 혼자 살지.
이걸 우아하다고 하지 그럼 뭐라고 하나...하여간
부러울 따름이군.
이걸 우아하다고 하지
그럼 뭐라고 하나.”
무뚝뚝한 공원에 면한 단독주택을 대대적으로 수리하고 들어가 살게된 오카다는
우연히 결혼생활 중에 만났던 가나를 다시 만나게 된다.
근처에서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모시고 살고 있는 가나와
차츰 가까워져 서로의 집을 오가게 된다.
그 집에서 집과 함께 나이를 먹어 혼자 사는 노인이 된 자신을 상상하며,
가나와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서로의 인생을 간섭하지 않으며 살지만
마음 한켠이 허전하다.
미국에 오래 머물 예정이던 주인 할머니가 갑자기 돌아오게 되고,
가나의 집에 사고가 생기는 일이 겹치면서
오카다는 가나의 옆 집을 구입하기로 결정한다.
“집을 짓게 되면 현관에서 휠체어 타고 바로 들어갈 수 있고
화장실, 욕실은 물론 모든 방을 휠체어로 오갈 수 있게 하고 싶은데요.”
“부모님 때문에요?”
“아니, 누구 때문이라기보다 앞으로 살 집은 어쨌거나 그렇게 해두는 편이 좋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최종적으로는 날 위해서겠죠.”
“그러려면 복도도 그런대로 넓어야 하고, 높낮이 차가 없으면 밋밋한 인상을 주기 쉬운데 말이죠...
벽난로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건 물론, 아니, 열효율을 생각하면 장작 난로가 좋으려나요.”
가장 중요한 문제를 잊어버릴 뻔했다.
“또 하나, 이층 남쪽 창문을 옆집 북쪽 창문하고 맞춰주세요.”
...
“옛날 일본 영화에 이웃집 아주머니가 담장 너머,
창문 너머로 말을 거는 장면이 있잖아요?”
그런 식으로 했으면 합니다.”
창문 너머로 대화를 나눌 상대는 물론 가나다.
아니,
나는 멈춰 서듯 다시 생각했다.
그래서는 언제까지고 타인이다.
그런 관계로 만족할 생각인가.
가나와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자고,
시시한 이야기를 하며 함께 웃고 싶다.
나이를 먹어서 정신이 흐려질 때까지.
아니, 흐려진 뒤라도.
외톨이가 된 류 지슈에게
“쓸쓸하시겠어요.” 하고 창 너머로 인사하는 것은
친절한 이웃집 아주머니 아닌가.
그 역할에 가나를 놓으면 어떻게 하나.
몇 번이고 가나와 이야기하자.
집이 완성되고 나서도 늦지 않다.
우아하다는 말은 이제
그만 듣고 싶다.
혼자서, 자유롭게 사는 것이
과연 우아한 것일까.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
자신이 살아왔던 곳,
살고 싶은 집이
결국은 그 자신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