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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7-11-13 20:50:53
조회: 3,656  
제목 [book] 자기만의 방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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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 지음 | 박혜원 옮김
더스토리 | 2017년
 
 
 
 
<본문 중에서>
 
소설은 사실에 충실해야 하며
그 사실이 진실에 가까울수록
더 좋은 소설이 된다.
 
 
 
소설은 상상력의 산물이기는 하지만
조약돌처럼 땅 위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
소설은 거미줄과 같아서
아주 약한 힘이라도
삶의 네 귀퉁이에 들러붙어 있습니다.
 
 
 
18세기가 끝을 향해 달릴 무렵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
중산층 여성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걸작이란 홀로 외로이 탄생하는게 아니니까요.
걸작은 여러 해에 걸쳐 수많은 이들이 함께 생각한 결과이고,
그 때문에 하나의 목소리 이면에
집단의 경험이 존재하는 것이지요.
 
 
 
 
책은 문장을 이어붙인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문장을 회랑이나 둥근 지붕으로 지을 때
완성되는 것이지요.
 
 
 
 
휴식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일을 하는 것이다.
 
 
 
 
교육은 비슷한 점보다 다른 점을 육성하고 강화해야 하지 않을까요?
 
 
 
 
여러분이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것,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무슨 수를 쓰든 여러분 자신의 힘으로 여행하며,
한가로운 시간을 갖고, 세계의 미래나 과거를 사색하고,
책을 상상하며 길모퉁이를 배회하고,
생각의 낚싯줄을 강속에 깊이 드리울 민큼
충분한 돈을 갖기를 바랍니다.
 
 
 
 
다른 무엇이 아닌 자기 자신이 되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간단하게 그리고 평범하게 중얼거릴 뿐입니다.
...
사물을 있는 그대로 생각하라고요.
 
 
 
강연 중에 나는 셰익스피어에게 누이가 있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녀는 젊어서 죽었고, 안타깝게도 글은 한 줄도 쓰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엘리펀트 앤드 캐슬역 맞은 편의 버스 정류장이 된 자리 어딘가에
묻혀 있습니다.
이제 나는 글 한 줄 쓰지 못하고 교차로에 묻힌 이 시인이 여전히
살아있다고 믿습니다.
그녀는 여러분 안에, 내 안에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설거지를 하고 아이들을 재우느라 오늘 밤 이 자리에
오지 못한 다른 많은 여성 안에도
살아 있습니다.
위대한 시인은 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영속하여 머무는 존재입니다.
다만 우리 사이를 육신의 모습으로 걸어다닐 기회가 필요할 뿐이지요.
나는 여러분의 능력을 발휘하여 그녀에게 이 기회를 주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앞으로 100년 남짓 더 살면서 (개개인으로서 각자의 소소한 삶이 아니라
진정한 삶으로서 공동의 삶을 말하는 것입니다.)
1년에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을 가진다면,
자유로운 습성과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정확하게 쓸 수 있는 용기를 지닌다면,
공용 거실을 잠시 벗어나
인간을 늘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실재와 관련해서 본다면,
어떤 인간도 시야를 가로막아서는 안 되므로
밀턴의 악령을 넘어서서 볼 수 있다면,
우리에게는 매달릴 팔이 없으므로
홀로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가 관계를 맺는 세계는
남자와 여자의 세계일 뿐 아니라
실재의 세계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마주한다면,
그 때 기회가 찾아올 것입니다.
 
 
 
 

박인환의 시 <목마와 숙녀> 속 버지니아 을프(1882-1941),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
 
버지니아 울프를 처음 접한 건 아마도 이 시를 통해서일 것이다.
2002년의 영화 <디 아워스>에서는 1923년의 버지니아 울프와,
그녀의 소설 <댈러웨이 부인>을 읽는 1950년대의 여인,
이 여인과 관계가 있는 그 후의 여인,
세 여인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는 평탄하지 않았는데,
어린시절 부모와의 사별로 평생을 신경증에 시달리다
1941년 봄, 강가로 산책을 나갔다가 다시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은 것으로
생의 마지막이 묘사되어 있다.
 
<디 아워스> 영화속 버지니아 울프가 강물 속을 유유히 떠다니는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케임브리지 대학에서의 강연을 토대로 한 <자기만의 방>(1929)은
어째서 여성이 작가가 되기 어려운지를 사회적, 역사적인 측면에서 다루는데,
페미니즘 문학의 선구적인 작품으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