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노마드랜드 > 모도책장new

본문 바로가기

작성일 2021-08-08 12:53:26
조회: 1,564  
제목 [book] 노마드랜드
 

본문


 
 
 
 
nomadland_28129.jpg 
 
 
 

 
제시카 브루더 지음 | 서제인 옮김
2021년 | 엘리
 
 
 
"우리는 빠르게 바퀴 달린 국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1936년 <뉴욕타임스>에 한 저명한 사회학자가 쓴 글이다.
 
<하퍼스 매거진>은 "바퀴 달린 집들"이 "결국에는 우리의 건축, 도덕, 법률, 산업 체제, 그리고 조세 체계를 바꿔놓을 새로운 삶의 방식"을 대변한다고 공언했다.
 
이 이야기는 21세기의 미국에서 다시 현실이 되고 있다.
 
결코 노마드가 되리라고 상상해본 적 없는 사람들.
 
소프트웨어 회사의 임원으로 지내며 홍콩, 파리, 시드니, 텔아비브를 돌아다녔던,
한 해에 10만 달러를 생활비로 썼던 돈 휠러.
 
워싱턴 주립대학교 지도 교수였으나 현재는 세탁실에서 셔츠를 거는 중인 린다 체서.
 
목재 제품 회사의 회계사였던 남편과, 실내 장식가였던 아내.
 
자신을 '홈리스' 보다는 '하우스리스'라고 부르는 것을 선호하는 광고 아트디렉터였던 앨 크리스천슨 .
 
이들을 포함하여
영혼을 탈탈 털어가는 소모적인 노동에 자신의 시간을 몽땅 바치는 대가로
간신히 집세나 주택 융자금을 낼 수 있을 만큼의 보수를 받으면서,
장기적으로 상황을 나아지게 할 방법도,
은퇴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도 없는 상황에 놓여버린 사람들.
 
승부가 조작된 게임에서 지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써버렸다고 느끼는 사람들.
 
그들은 전통적인 형태의 '벽과 기둥으로 된' 집을 포기함으로써 집세와 주택 융자금의 족쇄를 부숴버렸다.
 
중산층으로서 직면했던, 선택 불가능한 선택들로부터 차를 타고 달아나
그들의 진짜 집, 길 위로 돌아가 미국의 혈관을 따라 혈구들처럼 움직이는 노마드가 되었다.
 
임금은 낮고 주거비용은 치솟는 시대에, 그럭저럭 살아나가기 위한 한 방편으로 집세와 주택 융자금의 속박에서 자신들을 해방시키며 미국을 살아내고 있다,고 저자인 제시카 브루더는 노마드들을 바라본다.
 
더 이상
청구서들이 흩어져 있는 부엌 테이블 위의 꺼지지 않은 전등 아래에서 눈물을 터뜨리며 똑같은 계산을 또 하고, 다시 하고 또 다시 하는 일이 없는 삶을 선택한 노마드들
 
임금에서 식료품 구입비를 빼고,
의료 요금을 빼고,
신용카드 사용 금액을 빼고,
공공요금을 빼고,
학자금 대출과 자동차 할부금을 빼고,
그리고 이 모든 지출 중에 가장 액수가 큰 집세를 빼낸 사람들.
 
"하지만 다른 누구에게나 그렇듯,
그들에게도 생존이 전부는 아니다.
그래서 필사적인 노력으로 시작된 것은 좀 더 위대한 무언가를
외치는 함성이 되었다.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최소한의 생활 이상 무언가를 열망하는 일이다.
우리에게는 음식이나 거주지만큼이나,
희망이 필요하다.
 
그리고 길 위에는 희망이 있다.
그 희망은 앞으로 나아가는 힘에서 생겨나는 부산물이다.
이 나라 전체만큼이나 넓은,
기회의 감각,
뼛속 깊이 새겨진,
더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신념.
그것은 바로 앞에, 다음 도시에, 다음번 일자리에,
다음번 낯선 사람과의 우연한 마주침 속에 있다."
 
 
 
상위 1퍼센트에 속하는 사람들이 하위 50퍼센트에 속하는 사람들의 81배를 벌고 있는 나라.
하위 50퍼센트에 속하는, 약 1억 1700만명의 성인 미국인이 1970년대부터 변하지 않은 소득을 유지하는 나라.
임금 격차가 아닌, 차리리 하나의 단절이라고 저자가 단언하는 미국은
점점 커지는 분열의 대가를 모두가 치르고 있다.
 
지금은 24마리의 염소들이 잡초를 뜯어먹으며 배회하는 유령 마을이 된 엠파이어는 미국의 중산층이 무너진 대표적인 사례이다. 지역 우편번호인 89405마저 사라진 동네.
 
엠파이어가 사라진 그 시기에, 새로운 유형의 기업이 다른 곳에서 번성한다. 아마존닷컴.
 
이 회사는 크리스마스 전 3-4개월에 걸친 대목의 막대한 배송 수요를 맞추기 위해 노마드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 이 기간이 되면 물류 창고에서 수십킬로미터 떨어진 곳까지 노마드들의 차량이 주차장을 찾아 헤맨다.
 
자신들을 '워캠퍼workamper'라 부르는 노둥자들은 '과학 기술 시대의 만물 수선공들'이라고 돈 휠러는 정의한다.
 
이들의 대부분은 CheapRVLiving.com을 운영하는 밥의  새로운 사고방식을 공유하는 듯이 보인다.
 
차량을 고르고
필요한 장비를 갖추는 것
계절성 일자리 찾기
길 위에서의 건강한 식생활
옥상 태양전지판 설치하는 법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에는 밥의 가치관이 철학이 되어 피력되어 있다.
 
너덜너덜해진 사회질서 바깥에서 작동하거나,
심지어는 그 질서를 초월할 수 있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유랑 부족을 형성하기를 염원하는 바램.
 
소비를 줄이고 돌아다니면서 사는 생활방식이 기본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을 넘어
자유, 자아실현, 모험 같은 더 고결한 목표로 가는 문이 되어줄 수 있다는 주장.
 
어쩌면 주류 미국인들에는 현대판 <분노의 포도>를 떠올리게 할 단기 체류 생활이지만
노마드들은 자신들이 새로운 무언가의 진원지에 있다는 느낌을 갖는다.
한밤중에 캠프파이어를 함께 둘러싸고 있노라면 마치 유토피아를 살짝 맛보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저자는 오랫동안 RV 생활자 대부분이 빈둥거리면서 차를 몰고 미국내를 한가롭게 돌아다니고, 관광을 하고, 수십 년의 직장 생활이 끝난 뒤 얻은 휴식을 즐기는 은퇴자들일 거라고 가졍해왔다,고 고백한다.
그런 태평스러운 연금 생활자들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새로운 노마드들이 그들에게 합류하여 새로운 종류의 유랑 부족이 떠오르고 있다고 판단한다.
 
 
논픽션인 <노마드랜드>를 소설과 같은 재미로 이끌어주는 인물은 60대 여성 린다이다.
 
저자가 린다를 처음 만난 곳은 '타이어 떠돌이들의 랑데부'이다.
그곳이 어떠냐는 질문에 린다는,
 
"며칠 전에,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즐겁다고 느꼈어요. 즐겁다니! 그건 행복보다도 더 좋은 거에요."
 
라고 말하며 넘실대는 좋은 기분의 파도를 타며 대답한다.
그낭 하루하루 살아남는 게 아니라 노년을 풍요롭게 보내고 싶어하는 열망을 충족하고 있다는 듯이.
 
사실 린다의 꿈은 어스십(EarthShip)을 짓는 것이다.
3공 바인더에 자료를 꼼꼼히 모으며 언젠가 짓게될 어스십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행복해한다.
 
어스십을 짓기 위해 사막의 황폐한 땅을 구입하고 그 땅을 밟는 것으로 린다의 꿈이 이루어질 희망을 전하며 글은 마무리된다.
 
 

 

nomadland_28229.jpg 
린다 메이와 반려견 코코
 
 
 
 
 
nomadland_28329.jpg  
제시카 브루더가 아마존닷컴에서 일하는 모습
 
 

 
 
미국에서 출판된 책에는 노마드들의 사진이 간간이 실려있는데,
국내 번역본에는 실려있지 않다.
 
번역본의 경우 조금 더 낭만적인 느낌으로 다가오는 듯한데,
표지디자인에도 그런 경향이 반영되어 보인다.


영화 <노매드랜드>에서 린다는 아주 잠깐 스치듯이 등장한다.

영화의 주인공은 가상의 인물로,

책에 적혀 있는 여러가지 상황을 체험으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