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얼룩이 번져 영화가 되었습니다 > 모도책장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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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4-09-19 07:01:18
조회: 24  
제목 [book] 얼룩이 번져 영화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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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이 번져 영화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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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원 지음 | 바다출판사 | 2024




차례


프롤로그

영화를 ‘쓴다’는 것


1장 어쩐지 잊히지 않는

“나는 이곳에서 영원히 일어나고 싶지 않다” <프렌치 디스패치><퍼스트 카우>

언제나 지금 여기 우리 함께 <보이후드>

사유의 시작이 되는 영화가 있다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우연이 이야기가 될 때까지 <우연과 상상>

얼룩이 번져 영화가 되었습니다 <헤어질 결심><탑건:매버릭>

변하지 않는 건 모든 것이 변한다는 것뿐 <아이리시맨>

영화를 향한 향수병 <1917>

어떤 균열은 반갑다 <시카리오:암살자의 도시>


2장 선명하다가도 흐릿한

영화가 사라진 자리에서 <감기>

“신세계가 구세계를 구할 것이다” <덩케르크>

액자가 그림의 일부일 순 있어도 <사울의 아들>

서사를 잃고 헛돌다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설득당하고 싶은 마듬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반도>

겪어보지 못한 기억을 추억하기 <남매의 여름밤>

시네마는 마법의 이름이 아니다 <라라랜드>

거짓과 자기기만의 굿판 <곡성>

아직 준비가 안 됐다 <염력>


3장 뒤돌아보면 그곳에

미야자키 하야오의 세 번째 은퇴 선언 <바람이 분다>

그 감정이 거기에 있었다 (홍상수 초심자가 홍상수 초심자를 위해 쓴 가이드)

정의하길 멈추고 기억하기 <미나리>

네버랜드와 원더랜드 사이 어딘가에서 <승리호>

‘최고의 영화’에 대한 고찰 <기생충>

끝끝내 버텨내 오늘에 다다른 마음들 <파친코>

순간을 영원으로 바꾸는 기록자 <이별의 아침에 약속의 꽃을 장식하자>

다른 사람의 이야기 속 나의 자리 <3월의 라이온> 16권 포장을 뜯으며 생각한 것

점, 선, 면으로 그린 환상의 세계 <환상의 마로나>


에필로그

지나간 영화가 나에게 말을 걸 때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영화와 사랑, 그 운명에 대하여 <이터널 선샤인>



*** 책의 차례에는 영화 제목이 표기되어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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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글을 써서 먹고살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 국어국문학과에 들어갔다고 고백하며 책을 시작한다.

씨네21을 통해 영화평론가로 데뷔한 후에 기자로 입사하여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영화에 관한 글을 써오다, 얼마전부터 편집장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송경원 편집장의 글을 읽다보면 여느 평론가의 비평글과는 다른 느낌을 갖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그 이유를 어렴풋이 알게된다.


김씨는 좀 더 대중적인 영화를 통해 건축을 일상으로 스며드는 분야로 느꼈으면 하는 바램으로 <영화를 보고 건축을 말한다>라는 글을 써보기도 했는데, 프롤로그를 읽으면서 저자의 '영화'라는 단어를 '건축'으로 바꿔보기도 한다. 이렇게 많은 상황이 겹칠 수가 있냐며, 재미있게 읽는다.


매 주 한 권의 영화 잡지를 완성하는 일이 도대체 가능한 일이었을까. 

처음 씨네21을 발간하기로 결정했을 당시에도 내부에서는 무슨 내용으로 영화 주간지를 채울 수 있겠냐며, 반대하는 이들도 있었다고. 1995년 무렵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당시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우후죽순 많은 영화 잡지들이 주간과 월간으로 발행되었던 것 같다. 지금은 모두 사라지고 남은 건 씨네21뿐. 어떤 힘이 이 잡지를 오랜 세월 동안 유지시켜줄 수 있었을까, 항상 궁금해하며 매주 우편으로 도착하는 잡지를 펼쳐본다.


저자를 비롯하여 씨네21의 기자와 객원기자들, 평론가들은 영화에 대한 애정이 넘친다는 것을 언제나 알 수 있다. 그것만이 오랫동안 이 잡지를 유지시켜온 하나의 원동력일 것이라고 짐작한다.


송경원 편집장은, 글을 업으로 삼겠다 결심한 자는 정해진 시간에 마감을 당하는 좌절의 운명을 갖고 있다고 고백한다.


"영화를 보고 나면 어김없이 글이 쓰고 싶어지고, 머릿속에서 몇 가지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스쳐 지나간다. 뭔가 대단한 글이 나올 것 같은 가벼운 흥분에 휩싸여 힘차게 펜을 든다. 그리고 반드시 실패한다. 핵심은 여기에 있다. 예정된 실패. 10년이 넘도록 답을 찾아 헤맸지만 아직 마감 잘하는 비결 같은 건 발견하지 못했다. 다만 마감이 '어떻게' 끝날지는 몰라도 '언제' 끝날지는 확실하다.... 피로에 찌든 몸은 뒷일까지 생각할 체력을 허락하지 않는다. 금요일 오전은 짧은 행복과 해방감의 시간이다. 반나절의 달콤한 성취가 스치듯 지나가면 오후부터 자기반성과 후회가 파도처럼 밀려온다. 그렇게 주말 내내 천천히 수면 아래로 잠긴다.... 좋은 글이 뭔지 여전히 알 길이 없다. 다만 어떤 사람들이 계속 버티고 글을 쓰는지는 희미하게 감이 잡힌다. 글쓰기는 필연적으로 실패와 좌절을 동반하는 작업이다."


이 책은 15년간 영화와 대화를 나누면서 영화의 어떤 부분에 반응해 왔는지 되돌아본 고백의 궤적을 엮은 것,이라고 저자는 알려준다.


"점에서 선으로, 한 편 한 편 꾹꾹 눌러쓸 때는 미처 몰랐던 궤적이 이제야 보인다. 이 얼룩의 궤적이 당신에게 어떤 방식으로 가닿을지 모르겠다. 작은 바람이 있다면 이 책에 담긴 실패의 고백들과 당신 사이 희미한 연결선이 그어지길 바라본다. 그제야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얼룩이 번져 영화가 되었다."


<프렌치 디스패치>가 개봉한다는 소식을 씨네21을 보여 알게 되었을 때, '이 영화는 영화 잡지 기자들이 꼭 봐야겠는 걸?'이라고 생각했다. 역시나, 이 책의 첫 영화는 바로 <프렌치 디스패치>다. 


"매체가, 시대가, 삶이 바뀌고 있다. 끝자락에 선 기분이다.... 잡지 (혹은 세계)가 끝났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건만 이 이야기가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어째서일까. 이건 흘러간 과거일까. 아니면 끝에서 다시 시작되는 이야기일까. 중요한 건 여기가 길의 끝자락인지 아닌지가 아니다. 발 디딘 자리에서 고개 들어 어디를 볼 것인가이다."


26년 만에 정식으로 개봉하는 에드워드 양의 영화는 시간의 풍화와 무관하게 아니 시간이 지날수록 걸작으로서 그 진가를 드러내는 이유가 영화라는 형식을 통해 현실에 한없이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세상 모든 영화에게 이렇게 충고한다. 현실이 되려 하지 마라. 모든 것을 말할 수 있다고 착각하지 마라,고.


현실이 이야기로 구성될 때, 이야기가 현실로 변모하려 발버둥 칠 때 우리는 비로소 삷을 입체적이고 객관적으로 통찰할 수 있는 거리를 확보한다,며 <우연과 상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릇의 내용물보다 그릇의 형태에 집중하는 감독은 과대평가된 엔터테이너라고 생각한다며 저자의 의견을 차분히 정리한다. 흥미롭지만 알맹이가 없다고 느꼈다,는 솔직한 심정을.


같은 화면비를 사용한 세 개의 영화를 비교 분석하며 

"화면비는 인물의 시점이 아니라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겠다는 관점과 태도의 문제다."라고 선언한다.

같은 화면비(1.33:1)를 사용한 <사울의 아들> <산하고인>(지아 장커, 2015) <자객 섭은낭>(허우 샤오시엔, 2015)을 소개하면서, 화면비가 단순히 과시욕으로 사용된 영화도 있으며, 적절한 화면비를 사용하여 세계와 인물들의 관계 맺음, 주관과 객관을 넘나드는 시점의 문제, 장면과 행간을 비워둔 접혀있는 시간의 문제와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있다.(자객 섭은낭)고 극찬하기도 한다.




<2024. 0922>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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