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에 설계를 시작하고, 이제 공사를 마무리한 공주의 마을회관이다.
공주시에서 1시간여를 들어가야 하는 아주 깊은 산속의 땅을 제일 처음 찾았을 때
새로 들어설 건축물이 자연 속에서 튀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졌었다.
겨울인 탓에 아직은 담쟁이를 심을 수 없지만 원래의 의도대로
노출콘크리트 벽면을 따라 담쟁이가 자라 3년 쯤 지나면
이 건물의 진짜 외장재료는 그 담쟁이가 될 것이다.
몇 년 후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차츰 자라나게 될 담쟁이는 뒷벽을 따라 올라와
지붕을 덮어 가면서 세월의 흐름을 간직한 자연재료가 될 것이다.
공주시에서 이른바 명품건축을 만들겠다고 추진한 사업인 이유로
설계의 원안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완성되었기에,
몇가지 아쉬운 점은 마음 속에 간직하기로 한다.
<산에 집을 짓는 자들을 위한 규칙들>
그림같이 짓지 마라. 그런 효과는 담장에게, 산에게, 해에게 넘겨줘라.
그림같이 옷을 입은 인간은 그림이 아니고, 어릿광대다.
농부는그림 같이 옷을 입지 않는다. 그는 그 자체다.
네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잘 지어라. 더 잘 짓지 말고, 너를 치켜 올리지 마라.
그리고 더 나빠지지도 마라. 네가 산에 갔다고 해서 고의적으로 너의 출생과
교육이 쌓아준 그것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너를 끌어내리지 마라.
농부들과 너의 언어로 이야기하라.
농부가 짓는 형태에 주목하라. 그것은 선조들의 지혜에서 흘러나온 원액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형태의 근거를 찾아라. 기술의 진보는 그 형태의 개선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에
항상 그 개선의 여지를 이용해야만 한다.
평지는 수직적인 건축구성을 요구한다. 산은 수평적인 구성을 요구한다.
인간의 작품은 신의 작품과 경쟁해선 안 된다.
...
진실해라! 자연은 진실에 의해서만 유지된다.
...
비현대적이라고 욕먹은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옛 건축방식을 변형하는 것은
그것이 하나의 개선을 의미할 때만 허락되는 것이다.
그 밖에는 옛것에 머물러 있어라. 왜냐하면 진실은, 그것이 수백 살이 된 것이라면,
우리 옆을 스쳐가는 거짓말보다 훨씬 더 우리와 내적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장식과 범죄>, 아돌프 로스, 1919
설계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