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을 앞둔 나이에도 여전히 현역에서 왕성하게 영화작업을 하고 있는 에릭 로메르는, 누벨바그 감독 중 가장 연로한 작가면서도 여전히 가장 젊은 감성을 가진 시네아스트이다. 에릭 로메르의 영화는 앙상블의 영화로 도덕 이야기, 희극과 격언 이야기, 계절 이야기 등 다양한 시리즈로 구성되어 있다. 그는 언제나 같은 이야기를 말하면서도, 무한히 다양한 연출을 추구한다. 고전주의를 전면에 내세워 프랑스에서 가장 문학적인 시네아스트로 평가받는 에릭 로메르는, 작품 대부분을 프랑스의 특정 지역과 특정 계절의 자연을 배경으로 인간 삶의 숙명과 우연을 섬세한 감성으로 표현해냈다. 초기 단편을 포함한 그의 대표작을 상영하는 이번 회고전은 50년 이상 유지하고 있는 에릭 로메르 영화의 젊음과 자유로움을 발견할 기회이다.
에릭 로메르 Eric Rohmer (1920~):
프랑스 낭시에서 태어난 로메르는 장-마리 쉐레가 본명이고 나치 점령기에는 질베르 코르디에라는 필명으로 소설을 썼다. 1950년부터 에릭 로메르라는 이름을 걸고 영화평론을 시작했다. 클로드 샤브롤과 함께 쓴 알프레드 히치콕 연구서는 지금도 학계에서 높이 평가되고 있다. 로메르는 동료 누벨바그 감독들이 영화감독이 되어 활동하고 있는 동안에도 ‘카이에 뒤 시네마’를 지키면서 편집장으로 일한 후, 천천히 영화 창작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로메르는 18세기 철학자 파스칼, 라 로슈푸코 등의 ‘도덕주의 철학자’(Moraliste)들의 사상을 영화로 옮기려 했다. 그러면서 사소한 일상에서도 인간의 보편적인 마음을 읽어내어 영화에 담는 놀라운 성찰의 눈과 마음을 지닌 예술가다. 자신이 ‘여섯 개의 도덕 이야기’라고 이름 붙인 <몽소 빵집의 소녀 La Boulangere de Monceau>(1963)과 <수잔느의 경력 La Carriere de Suzanne>(1963), <모드 집에서의 하룻밤 Ma Nuit Chez Maud>(1969), <클레르의 무릎 Le Genou de Claire>(1970), <수집가 La Collectionneuse>(1967) 등이 그 좋은 예이다.
이후 80년대에 발표한 ‘희극과 격언’ 연작, 90년대 이후의 ‘계절 이야기’ 연작 등으로 그는 여전히 현대인의 마음의 풍경을 예리하고 섬세하게 담아내는 현대 영화 최전선의 현역 감독으로 남아있다.
일시 | 2007.10.5.Fri ~ 10.24.W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