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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08-08-17 21:09:01
조회: 6,335  
제목 무용 usel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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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지아장커
주연 | 마커
제작국가 | 중국
상영시간 | 80분
개봉일 | 2008. 5. 22
 
 
영화에는 세 가지 옷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첫 번째는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옷에 관한 것,
두 번째는 세계적인 디자이너의 작품(무용)에 대한 것,
세 번째는 동네 수선집에서 고쳐지는 옷, 그 옷을 입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마커는 'Exception de Mixmind’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10년 동안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다.
옷이 쉽게 입혀지고 버려지는 것에 반대하여 자신의 옷 만은 그런 경향에서 예외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은 브랜드명이다. 그러나, 자신의 브랜드도 결국은 대량 생산되는 옷이라는 생각에 아무 쓸모 없는,
근원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의도로 <무용>이라는 이름의 옷 제작에 들어간다. 진시황의 무덤 같은 세트를 만든
파리에서의 전시는 성공을 거두고, 마커는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인정 받는다. 
 
첫 번째 이야기에는 마커의 옷을 생산하는 광동의 공장 노동자가 등장하며,
두 번째 이야기에는 마커 자신이 직접 인터뷰하며 자신의 브랜드 '무용'에 대해 설명한다.
세 번째 이야기에는 산샤 지방의 탄광촌을 배경으로 낡고 헤진 오래된 옷을 수선해 입는 광부들과
그들의 옷을 수선해 주는 재봉사의 이야기가 나온다.
 
산샤 지방은 지아 장커가 아티스트 삼부작 중 첫 번째로 찍은 <동>을 찍은 곳이기도 하며,
장편 영화 <스틸 라이프(삼협호인)>을 찍은 배경이기도 하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중국 최대의 댐인
산샤댐을 짓기 위해 파괴되고 수몰되고 있는 지역이다.
 
첫 이야기, 두 번째 이야기를 볼 때 까지는 디자이너 마커의 우아한 가치관에 고개가 끄덕여 지다가,
세 번째 이야기까지 모두 보았을 때는 감독이 마커를 주인공으로 한 것이 의아하게 생각된다.
한적한 곳에 넓은 작업실을 마련하고 고풍스런, 그리고 쓸모없는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 마커보다,
빨랬줄에 걸려 있는, 빨아도 검댕이 지워지지 않은 광부들의 옷과, 그 옷을 입고 일하는 노동자들과 그들의 삶이
더 위대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옷이 생존인 사람들에게 쓸모없는 옷(무용, useless)을 만드는 디자이너의 우아한 가치관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자신의 다지인 철학에 맞게 옷을 만들기 위해 며칠 동안 새로 만든 옷을 흙에 묻어 두었다가 꺼내는 마커의 행동은,
노동하다 묻은 검댕을 씻어내는 노동자들 앞에 너무 배부른 행동은 아닌가?
 
Exception을 만드는 노동자들은 자신들을 찍는 카메라를 적대적으로 바라보며, 양호실에 앉아 진찰 받는 이의 표정은
초점 없이 멍하다. 디자이너의 철학은 그들의 삶이 아니며, 옷을 생산하는 것은 그들의 생존에 관한 문제이다.
 
명품 의류 매장 앞에서 아무 표정없이 아이스크림을 먹는 소년처럼
철학이 담긴 명품 브랜드는 그들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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