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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05-12-21 12:56:41
조회: 6,213  
제목 film 8과 2분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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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원제 | otto e mezzo
감독 |
페데리코 펠리니
출연 | 마르첼로 마스트로이안니, 아누크 에메,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 바바라 스틸
제작국가 | 이탈리아
상영시간 | 138 분


 

영화 소재의 고갈로 고민하던 영화감독 귀도는 제작자와 협의해 우주로 도피하려는 제3차세계대전 생존자들에 관한 영화를 만들려고 한다. 그러나 영화제작은 뜻대로 진행되지 않고, 항상 동업자들, 제작자와 시나리오 작가와 배우들은 그에게 영화에 대한 의견을 쉴새 없이 물어대지만 귀도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그가 깨달은 것은, 자신이 인류를 위한 메시지를 담은 거창한 영화를 만드는 건 불가능하며 자신의 혼란, 불확실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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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제목은 펠리니 감독이 이제까지 만들었던 영화의 편수를 합산하여 만든 것이다. 6편의 장편을 6으로, 한편의 공동작업과 두편의 단편을 각각 0.5로, 그리고 이 영화 <8 1/2>을 한편으로 보면 된다.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의 거장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무방비 도시 로마>, <전화의 저편>과 같은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로 영화인생을 시작한 펠리니는 차츰 그 영향에서 벗어나 꿈과 환상, 내면의 의식을 따라 흐르는 영화를 만든다. <8 1/2>은 "영화는 꿈을 꿀 수 있는 예술이며 환타지이다"라고 했던 펠리니의 생각이 가장 잘 반영된 영화이다. 관객은 꿈과 환상, 현실이 뒤섞인 모자이크와 같은 영화의 장면 속에서 감독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영화의 첫 장면, 교통체증으로 앞뒤가 꽉 막힌 폐소공포증적인 상황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귀도가 하늘로 날아 오르며 해방감을 느끼는 순간, 발에 묶여 있는 밧줄로 인해 다시 바다로 추락하는 것은 탈출구 없는 답답한 현실의 표현이다. 현실 속의 귀도는 기자회견장에서 책상 밑으로 숨어버리는 나약한 인간이지만, 환상 속에선 모든 이들을 폭력으로 다스리는 군주가 된다. 현실의 정부는 창녀가 되고, 바가지 긁는 아내는 청소부가 된다. 그러나,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마지막 장면에서 모두가 함께 손을 잡고 둥글게 춤을 추듯이 현실을 인식하고 함께 즐기는 수 밖에. 귀도가 혼자 중얼거리는 것처럼. "인생은 축제일과 같은 것이다. 모두가 함께 축제와 같은 인생을 살아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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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모스크바 국제영화제에 참석한 펠리니는 생각한다. "나는 갑자기 이 영화가 개인적인 영화라는 생각이 났다 – 내 유년기의 회상, 현재의 번민, 프러듀서와의 관계 등. 그것은 다분히 이렇게 인종이 다르고, 습관이 다른 8천명이나 되는 사람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얘기였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가 끝나는 순간  전 관객으로부터 따뜻한 박수가, 더 없을 박수가 터져 나온다. "아마 영화를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무엇인가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심사위원들은 이 영화에 대상을 안겨주며  "우리는 <8 1/2>에 상을 주기로 했습니다. 이 작품은 진실을 추구하고 있는 예술가의 노동을 증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평한다.

<숨어있는 영화 살아있는 영화>의 저자 노영일은 1993년 10월 30일 펠리니의 부음을 세계 영화계의 한 시기를 마감하는 종소리와도 같은 것이라고 회상한다. 펠리니의 죽음으로 세계 영화사는 거장들의 시대를 마감했기 때문이라고.


 

펠리니의 자취를 감상하고 싶다면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는 <로베르토 로셀리니 회고전>을 보면 된다. 2004.6.29 - 7. 4, 7.9-7.12 까지 열리는 회고전에서 <무방비 도시 로마>와 <전화의 저편>을 감상할 수 있다. 또 다른 거장 로셀리니를 만나는 경험과 함께. http://www.cinematheque.seoul.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