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터 키튼 회고전 <항해자> >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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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05-12-26 15:20:19
조회: 7,422  
제목 film 버스터 키튼 회고전 <항해자>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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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4년

원제 | The Navigator
감독 | 버스터 키튼, 도널드 크리스프

출연 | 버스터 키튼, 캐트린 맥과이어
제작국가 | 미국
상영시간 | 63분

홈페이지 | http://www.busterkeaton.com


 

유한계급의 청년인 롤로는 항해자호를 소유한 이의 딸인 벳시를 사랑한다. 그녀에게 청혼하지만 거절당하고 홀로 신혼여행지로 향하는 배에 오른다. 그러나 배는 신혼여행지인 호놀룰루로 향하는 배가 아닌 항해자호이다. 벳시는 납치당한 아버지를 찾아 헤매다 롤로가 탄 배에 승선하게 된다. 둘만이 항해자호를 타고 망망대해를 떠돈다. 음식도 알아서 장만해야 하고 잠자리도 불편하다. 육지로 향하는 줄 알았던 배는 식인종의 섬에 가까이 가고, 그들과 한바탕 싸움을 벌인 후 바다에 뛰어든다. 그러나 뜻밖의 구원자가 나타나 이들을 구한다.


 

keatonnavigator3.jpg  2004.6.13-6.25까지 열린 버스터 키튼 회고전에는 '아크로바틱 액션 개그'라는 설명이 붙어있다. 1895년 영화의 탄생과 함께 출생한 키튼은 세살부터 부모와 함께 무대에 올라 서커스 연기를 선보인다. 21살까지 이어진 이 쇼에서 자연스럽게 익혀진 유연함이 영화에 녹아있는 듯하다. 성룡이 자신의 영화적 스승이라 칭할 만큼 그의 액션은 신체 연기의 극한을 표현한다고 김영진은 서술한다. 화려한 몸의 동작과는 달리 그의 얼굴은 언제나 무표정하다. 이를 평론가들은 위대한 석고상의 얼굴great stone face이라 칭한다. 어려서부터 공연을 한 키튼은 관객을 웃게 만드는 것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가 하는 행동들이라는 것을 알았을까. 80여년이 지난 오늘날 보기에는 다소 어이없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것이 키튼이기에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랑하는 여인에게 청혼하러 간다며 바로 길 건너에 있는 집으로 차를 타고 간다든지, 배에 탄 누군가를 찾기위해 갑판을 빙글빙글 돌며 추격전을 펼친다든지 하는 장면들.

몇주동안 이 남과 여는 갑판 위의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지만 결국은 나름대로 해결책을 찾아낸다. 좁지만 안락한 침실을 마련하고, 음식 준비를 위한 기계장치를 고안하는 등.

채플린이 기계시대의 비인간적인 면에 주목한 반면, 같은 시대의 키튼은 기계화에 애착을 가졌던 듯하다. 선상에서 마련한 식사 준비 장치들은 당시 풍미하던 기계미학의 일면으로 보이기도 한다. 르 꼬르뷔제가 '주택은 살기위한 기계'라고 선언한 것이 떠오르기도 하며, 갑판을 오르락 내리락 하며 추격전을 벌이는 장면(배는 정지화면으로 잡혀있고 두 남녀만 서로를 찾아 뛰어다닌다.)은 무한의 공간을 창조하고자 한 에셔의 판화를 연상시킨다.


 

escher.jpg 

이 작품에서는 세 개의 중력이 서로 교차하며 작용한다. 사람들은 바닥과 계단에서 서로 교차하며 걷고 있다. 이들은 각기 다른 세계에 속하고 있으므로, 아주 가까이 있다 하더라도 서로의 존재를 알아차릴 수 없다. 예를 들면, 중앙에서 한 사람이 석탄을 지고 지하실로부터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그의 오른발이 놓여 있는 바닥은 그의 왼편에 있는 사람에겐 벽이다. 오른쪽에는 계단을 내려가는 또 다른 사람이 보인다. 그는 세 번째 세상에 살고 있다. 맨 위에 있는 계단에서 두 사람이 나란히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한 사람은 내려가고 다른 사람은 올라가고 있다. ( p.129)



   


 
mdkeaton2.jpg <metapolis dictionary of advanced architecture>(ACTAR,2003) 의 keaton란에는 영화 <one week>(1920)가 소개되어 있다. 결혼한 신혼부부가 선물을 받는다. "You can build your own house in a week."라는 슬로건이 붙은 이 선물은 1-12까지의 순서대로 조립하도록 되어 있지만, 여자에게 거절당한 구혼자가 번호를 바꿔 버렸기 때문에 집은 원래의 의도와 전혀 다르게 완성된다. 지붕이 측벽이 되고 출입문이 2층 바닥이 되며 창문은 비뚤어져 있다. 더군다나 집을 기찻길 위에 설치하여 옮기기까지 해야한다. 잘못된 장소에, 엉뚱한 조립 방법으로 지어진 집은 뜻밖의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그러나, 하이브리드 시대인 현대에는 오히려 참신한 아이디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지붕재료를 벽에 붙이고, 바닥재료를 천정에 붙이는 것이 잘못된 것이란 법은 없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