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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2-06-12 00:07:09
조회: 7,307  
제목 [film] 다른 나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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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제목 | In Another Country
감독 | 홍상수
출연 | 이자벨 위페르, 유준상, 정유미
         윤여정, 문소리, 권해효, 문성근, 김용옥
제작국가 | 한국
상영시간 | 88분
개봉일 | 2012-05-31 
 
 

얼마전에 막을 내린 칸느영화제에서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가 경쟁부문에 진출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2010년에 이어 또 수상을 하게 되길 바랬었다. 영화를 보기도 전이었지만.
 
<하하하>와 비슷한 구조인 듯 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느낌을 갖게 되는 이유는,
<하하하>가 등장인물의 실제 이야기의 엇갈린 구조인 반면에
<다른 나라에서>는 원주(정유미)의 시나리오 속의 세가지 이야기이기 때문인 듯 하다.
말그대로 현실이 아닌 초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장면들이 있다.
 
세 이야기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요소는,
안전요원인 유준상,
등대,
원주(정유미),
종수(권해효)와 그의 아내(문소리) 이다.
 
모두 다른 이야기이지만
안전요원의 짧은 영어실력과 친절한 태도는 변함이 없으며,
등대를 찾아 헤매는 안느(이자벨 위페르)도 동일하고,
펜션을 지키는 친절한 원주의 말과 행동들,
술만 마시면 여자를 밝히는 종수의 행동과 그런 남편을 질타하는 아내는 똑같이 등장한다.
 
각각 다른 인물들과 만남을 갖지만 이 인물들의 본성은 변함이 없는 것이다.
 
언젠가 <해변의 여인>을 보고 쓴 글에서,
홍상수의 영화가 좋은 이유를 이렇게 이야기했다.
 
"너무나 리얼한 풍경을 담아내는 영상때문이다.
아름다운 화면으로 채워진 영화는 그 나름의 이미지를 보는 재미가 있긴 하지만
현실과는 참으로 동떨어져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나오는 장면들은, 아무런 치장없는
그저 우리가 항상 보는 그 길, 그 건물, 그 바닷가, 그 술집, 그 식당, 그 무엇무엇들이다.
건축가로서는 당연히 고치고 싶은 풍경들이지만,
그러나, 그것이 우리의 엄연한 현실인 것을."
 
<다른 나라에서>는 현실의 풍경이 비현실적인 이야기와 만났을 때 공감을 형성하기 힘든 것으로 보인다.
 
십수년전, 설계사무실의 스탭으로 근무할 당시에 파주출판도시의 전시회 opening엘 다녀온 적이 있었다.
국내외의 내로라하는 건축가들이 작업한 작품들이 한 자리에 모인 뜻깊은 전시회였는데,
그 당시의 눈으로 보기에도 조금 미흡해 보이는 디자인의 건축물이 있었다.
그러나 그 자리에 모인 이들은 그 건축가에게 작품이 훌륭하다는 의견을 주고 있었다.
 
오늘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보고 이 에피소드가 문득 떠올랐다.
한 작가가 거장이 되었을 때, 그 명성에 맞지 않는 작품을 만들어도 추켜세워질 때가
가장 위험한 순간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런 순간이 오지 않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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