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이용주
출연 | 엄태웅, 한가인
제작사 | 명필름
상영시간 | 112분
개봉일 | 2012년 3월 22일
홈페이지 |
http://gunchook.co.kr/ <건축학개론>... 이라는 영화를 개봉한다는 정보를 보았을 때,
대학교 때, 이런 수업이... 있었나...? 기억이 나지 않았다.
1학년때 얼핏,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적어도 영화 속 교수님과 같이 도시를 탐색하도록 과제를 내주는 수업은 아니었던 것 같다.
영화를 다 보고 나니, 감독이, 건축과 출신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뭣도 모르던 시절에 잘난체 하는 같은 학년의 나이 많은 누군가를 생각나게 하는 에피소드가,
현실에 40%쯤, 가까웠다.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는 단연 '납뜩이'였다.
영화를 보기전에 들었던 걱정은,
또 여러 명의 학생들을, 건축의 수렁으로 빠뜨리는 건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실제 생활에서는 0.1%쯤에 해당하는 멋있는 모습을 건축가의 모습으로 착각하고
건축학과를 지망한 후, 실망에 실망을 거듭하다 결국은 포기하는 수많은 인재를 어찌할꼬...
그동안 건축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들처럼 허무맹랑하지는 않아서 다행이다.
건축사 시험을 보러 들어가는 곳이, 근사한 국제회의장 같은 곳(내 머리속의 지우개)이 아닌 중/고등학교 교실이라는 것.
2층 높이의 벽면을 가득 채운 책장에서 뽑아든 책이 껍데기 뿐인 건축가의 작업실(작업의 정석)
많게 보아줘야 20대 후반정도인 주인공 건축가가 미술관 설계를 수주할 수도 있는 상황(개인의 취향)
이 세 이야기의 여주인공이 모두 한 배우라는 것이, 지금 새삼스럽다.
얼핏 생각나는 영화와 드라마만 나열해도, 그동안 건축가를 묘사한 덧없는 이야기들이
얼마나 많은 수재들을 모아들였었나...
적어도 <건축학개론>은 건축가를 환상적으로 묘사하지 않았음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35세의 나이에, 건축가라고 불리기엔 부족한 설계사무실의 직원으로 있는 아주 현실적인 캐릭터이기에.
또한 이 영화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닌 '집'이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간직한 채 덧붙여진 집은 낯설지 않으며 정감이 있다.
붉은 벽돌의 낙서를 집안으로 끌어들이고
발자국이 찍힌 시멘트 바닥을 연못으로 변화시킨 것은,
실제로 집을 설계해 본 건축가가 관여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여러가지 현란한 계획안으로 건축주(한가인)에게 들이대지만,
건축주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
겉보기에 화려한 집이, 나의 삶과는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집이라는 것이, 누군가의 삶을 담아내는 꿈의 공간이라는 것을 되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