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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3-11-07 13:02:50
조회: 8,722  
제목 [film] 말하는 건축 시티: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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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제목 | City:Hall
감독 | 정재은
출연 | 유걸
제작국가 | 한국
상영시간 | 106분
장르 | 다큐멘터리
홈페이지 | http://blog.naver.com/cityhall2013
개봉일 | 2013-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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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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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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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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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씨네21
 
 
 
 
  
서울 신청사 건립 과정은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지난한 과정이었다.
 
정재은 감독이 <말하는 건축가>에 이어 
서울 신청사의 건립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찍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도
서울 신청사에는 전혀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었다.
 
또하나의 동대문, 이겠거니... 했다.
 
그러나, 동대문디자인파크와 서울 신청사는 달랐다.
 
동대문의 건축가는 디자인만 하고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서울 시청의 건축가는 어떻게해서든 자신이 참여해서 완성시키기 위해 너무나 큰 노력을 기울였다.
 
아마도 시공사의 입장에서는 서울시청이 훨씬 더 힘든 과정이었을 것이다.

 
 
 
상황1.
 
10년전.
선유도공원의 개장식이 열렸다.
개장식 전에 조성룡도시건축으로 서울시에서 전화와 걸려와,
설계자가 개장식에 참여할지를 물어오는 것이다.
 
조성룡 선생님은 노발대발하셨다.
 
당연히 설계자를 초청해야 할 것인데.
올 것인지 말 것인지를 물어보는 것 자체가 도리에 어긋난다는 것.
 
 
상황2. (가상)
 
공사가 한창인 현장.
건축가가 현장을 둘러보며,
 
"저건 왜 저렇게 되어 있지?
저렇게 처리하면 안되는데.
공사를 중지하고 건축가의 디자인 의도를 살릴 수 있게 고치시오."
 
 
상황3. (가상)
 
신생아들로 가득한 산부인과 병원에 찾아온 아동복지회 직원은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미혼모이니 이 아이는 우리가 알아서 키울게요."
 
 
첫번째 상황은,
말하는 건축에서 끝무렵의 장면에 건축가와 작업에 참여한 분들이 땅바닥 멍석에 쭈그리고 앉아
개청식을 보는 장면과 오버랩된다.
개청식을 보기 위해 서울광장에서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깔끔하게 정리된 좌석 저 너머로 건축가를 안내하는 인물이 있다.
 
유걸 선생님께서 "설계자에요."
그 인물, "네,,저쪽이요. (그러니까요, 저기 땅바닥 멍석에 앉으세요.) "
 
서울 신청사 내부에 전시할 작품이 당선된 전수천 작가가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며 감독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건축자재를 나르는 인부들이 지나가야 할 아주 좁은 길을 막아서고 있으니
그들과 한판 언쟁이 붙는다.
 
<생명의 회오리>라는 작품을 설명하는 와중에 인부들은 공사에 방해되는 이 작가를 큰 소리로 나무란다.
 
정재은 감독이 관객과의 대화에서,
건축에 관한 영화를 만들면서 2년여를 건축계를 들여다보니
건축가가 참 소외된 마이너 계층이구나, 라는 생각이 드셨단다.
 
엉뚱하게도 이 작가의 인터뷰 과정이,
바로 우리 사회에서 건축가가 차지하는 위상이 아닌가, 싶다. 


두번째 상황은,
공기가 정해져 있는 공사 현장에, 디자인 의도를 살리기 위해 다목적홀의 내부 디자인을
최소나마 애써서 변경하려는 노력을 보며 상상한다.
 
공사가 시작되면 모든 시공사와 발주처의 최대 관심사는 예정공기안에 공사를 마무리하는 것이다.
시공사는 공사가 미루어질 때마다 하루하루가 돈이며,
발주처는 꼭 공사 완료시점에 커다란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그 와중에 건축가는 공사 현장을 확인하며 도면으로 미처 파악하지 못한 문제점들을 보게되고,
그제서야 무언가를 고쳐보려 하면 항상,
새로운 디자인은 공기안에 마치기 어려우니 안된다, 는 답변을 듣게 된다.
건축가는 최대한 공기를 연장하지 않을 수 있는 선에서
부지런하게 최선의 안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서로의 입장 차이에 따라, 큰 사건이 터지기도 한다.
 
감리단장과 서울시청 주무관, 건설사의 설계팀장, 디자인감리사의 팀장이 모여
회의를 하는 장면은 마치,
강호에서 한판 승부를 벌이는 무인들의 모습같다.
결국은 공기때문에 디자인 의도를 살리도록 변경공사를 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나자,
모두가 떠난 회의실에서 김순훈 팀장은 애써 눈물을 참고 있다.
 
내 아이를, 조금 더 잘 자라게 할 수 있는데,
그 기회조차 주지 않는 상황이 너무 슬픈 것이다.
 
건축가는, 조금 더 부지런해질 수밖에 없다.
관련 공사가 진행되기 전에,
공기를 연장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내 실수를 수정할 수 있는 기회를 빨리 찾아내야 한다.

 
세번째 상황은,
아이디어를 제공한 건축가를 철저히 배제하고 설계와 공사를 진행하다,
여론의 뭇매를 맞자 마지못해 건축가를 모셔온 상황의 근본적인 문제점과 유사하다.
 
 
영화에서 보여진 다른 설계안들은 뚜렷한 차별성이 보이지 않는 통일감을 선사하고 있다.
 
자크타티의 영화 <플레이타임>이 떠오른다.
 
말끔한 커튼월 건물 내부에 걸려있는 각기 다른 도시의 선전 포스터에는
이 건물과 똑같은 유형의 커튼월 건물로 자신들의 도시를 광고한다.
 
그러나 미국에서 파리로 관광온 클라우디아는 허름한 꽃파는 노점상 할머니와  에펠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싶어한다.
 
서울 신청사의 계획안은
나머지 현상설계안 모두와 유걸 선생님의 작품이 대비될 정도이다.
 
서울을 상징하는,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건축물이
과연 말끔한 초고층의 커튼월 건물인가... 라는 의문이 든다.
 
차라리
서울광장에서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촛불집회와
천막농성과
붉은 악마의 함성과,
다양한 이벤트들이 서울을 상징하는 것이 아닌가, 여겨질 정도이다.
 
여론에서 줄기차게 거론하는 것은 서울 신청사의 형태에 관한 것이다.
 
쓰나미가 구청사를 뒤덮고 있다거나,
곡선 지붕에 쌓인 눈이 열선을 지붕에 설치하지 않은 까닭에 보행자에게 낙하될 안전의 우려가 있다는 등등.
 
디자인에 관한 호불호야 충분히 갈릴 수 있지만,
영화를 보면 현재의 안이 최선의 안이었다는 것이 느껴진다.
 
문제는,
아이디어에 머물러 있는 현상설계의 당선안을,
건축가를 배제하고 진행한 탓에 건축가의 진짜 의도를 간파하지 못한 진행 과정에 있다.
 
유걸 선생님은 시청을 시민에게 돌려주기 위해
내부 최상층에 떠있는 다목적홀을 제안하고 그 모습이 외부로까지 연장되도록 설계하였다.
곡선의 그 표피적인 형태에 집착한 것이 아니었다.
 
20013년 10월 12일에 서울 신청사를 처음 들어가 보니,
외부의 그 어렵게 만든 곡선의 형태가 전혀 보이지 않는 내부공간을 보며
디자인 의도가 전혀 살아 있지 않다고 여겼다.
덕수궁측 도로에 면한 측면에 어지러운 사선들과,
배면의 너무나 건조한 형태 또한 전체적인 외관의 디자인과 너무나 동떨어져 보였다.
 
 
영화속에서 유걸 선생님께서 시청을 투어하면서
똑같은 말씀을 하고 있다.

 
측면의 어지러운 사선은, 구조체로 이루어졌어야 할 선들이다.
이 선을 구조체가 아닌 입면의 형태로 해석한 것은 건축가가 배제되었기에 생긴 해프닝이다.
 
마치 도자기를 빚는 도예가의 마음이나,
신생아를 성인이 되도록 키우는 엄마의 마음으로
건축물의 디자인은 건축가의 궁극의 의도에 맞도록
상황상황에 맞게 유기적으로 살아있는 개체로서 다루어져야 하거늘,
 
엄마에게서 아이를 빼앗아가버리니,
그 아이는 사회의 문제아가 된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도 사회에 적응시키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한 엄마에게 기립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이다.
 
<말하는 건축 시티:홀>은
영화를 보면서도, 이 글을 쓰면서도
한숨이 끊이지 않게 한다.
 
영화를 보면서는 개그콘서트보다 웃긴 현실에 크게 웃었고,
쓸쓸히 땅바닥 멍석에 앉아 개청식을 지켜보는 건축가와 건설에 참여한 분들을 보면서는 애잔한 마음이 넘친다.
 
영화속 건설사의 이상희 설계팀장은, 아마도 가장 힘든 시간을 보냈던 분 중 한명일 것이다.
영화속 개청식이 아닌 언론사를 위한 개청식에 홀로 조용히 먼발치에서 시청사를 지켜보다 쓸쓸히 돌어섰다는
이야기까지 전해 들으니, 이 분 또한 엄마의 심정이었겠다, 싶다.
 
시청이 말을 한다면 아마도 이렇게 외칠 것이다.

"제발, 나를 엄마가 키울 수 있게 해 주세요!!!"

그 엄마가, 이 아이를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으며 올바르게 키울지, 
혼자의 독단으로 문제아로 키울지는 지켜보아야 할 일이다.
 
이제 시청은 시민에게 돌아왔고,
잘 돌보는 일은 시민의 몫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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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12일
서울 신청사 내부에 전시되어 있는 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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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10월 12일
                                                 지하1층의 다목적 공간
                                                 <시민청>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이벤트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