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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4-02-21 00:25:51
조회: 7,055  
제목 [film] 마이 플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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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자신만의 역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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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제목 | My Place
감독 | 박문칠
출연 | 박문칠
제작국가 | 한국
상영시간 | 77분
장르 | 다큐멘터리
홈페이지 | http://www.facebook.com/DocumentaryMyPlace
개봉일 | 2014-01-30
 
 
(사진출처=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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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나,를 만든 것은 무엇인지 궁금할 때가 있다.
 
화천,부산,충주,일산,송추,선산,인천,서울,부천에서 살다 
중학교 2학년때부터 정착한 인천에서 지금까지 살고 있다.
 
인천 앞의 지명들은 어린 시절 살았던 장소이다.
 
아버지가 군인이셨던 이유로 전국의 발령지마다 이사를 수십차례 다닌 것.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곳은 선산이다.
초등학교 6학년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 2년을 살았던 곳이다.
 
아버지가 대대장의 지위에 계신 덕에
부대 안의 관사에,
넓은 마당에는 예쁜 화단이 가꾸어져 있고,
테니스장이 집 옆에 있어 매일 아침 군인 아저씨가 땅을 정지해 주던 기억이 난다.
탁구대까지 있어 신나게 놀았고,
여름이면 거실에 앉아 솔솔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었다.
낙동강변으로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고 놀러가기도 했다.
 
피엑스에서 과자를 사먹고,
연병장에서 자전거를 타고,
바둑이에게 먹이를 주고,
여름이면 마당의 평상에 앉아 푸짐한 식사를
군인아저씨들과 함께 하고,
부대 옆의 개울에서 올챙이와 개구리를 잡으며 놀았던 기억.
 
송추에서는 초등학교 5학년까지 보냈다.
송추에서 놀러갔던 계곡이 북학산 자락의 어디쯤이라는 것은
커서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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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생활을 시작한 건 중학교 2학년, 인천으로 이사오면서 부터이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쭈욱 아파트에서만 살아왔다.

나는 왜 크고 화려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건축물에 흥미가 생기지 않을까.
왜 땅과 가까이 있는 작은 건축이 좋을까.
  
유년 시절의 장소가 내 기억 속에 저장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마르셀 프루스트는
 
"우리 스스로 새겨 넣은 글자들이 아니라
우리의 내면에 새겨진 것들이 들어 있는 책이
우리의 유일한 책이다."

 
라고 말한다.
 
현재는 주관적으로 선택할 수 없는 특정한 과거에 의해서 새겨진다는 것이다.
언제 현상될지 알 수 없는 음화에 비유한다.
 
 
감독은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를 낳겠다고 하는 여동생의 생각이 이해되지 않아
카메라를 들기 시작한다.
 
여동생을 인터뷰하고,
아버지와 어머니의 생각을 물어보고,
자신의 생각이 나레이션으로 흘러나온다.
 
캐나다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행복하게 보냈던 남매는,
한국으로 역이민을 오겠다는 부모님의 선택으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게 된다.
 
불합리한 것에 이의를 제기하다 매번 당황스러운 벽을 만나게 되는 여동생은
자신 안으로 숨어들고,
한국의 환경에 잘 적응한 듯 보였던 오빠는,
사실은 자신을 숨기고 살아온 것이다.
 
매주 운동장에서 열리는 조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애국가를 부르는 모습에서
나치를 연상한다.
 
남들이 보기에, 공부를 잘하고, 좋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좋은 직장에 들어갔지만,
정작 자신이 원하는 것은 그것이 아님을 깨닫고 영화를 시작한다.
 
여동생이 굳이 아이를 낳고자 했던 이유는,
사실은 자신을 조건없이 이해해주고 사랑해 줄 누군가가 필요했던 것.
 
자신의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단식을 하는 딸을 모르는척 했던 차가운 엄마는,
사실은 엄마의 가족이 정치의 소용돌이 한복판에서 시련을 당하는 것을 가까이에서 감내하고 싶었던 것.
 
캐나다에서 두 아이를 키우며 일을 그만두어야 했던 엄마였기에,
딸이 아이를 낳으면 자신이 키워줄 거라고 말한다.
 
서로 다른 의견으로 언쟁을 하다 오랜 세월 딸과 말문을 닫고 살았던 아버지는,
혈연이나 지연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이 나라에서 떠났으며,
가난 속에서 하고 싶은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한 이유로 자식에게 공부를 강요했고,
다시 돌아온 후로 정치만이 혈연과 지연 없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 생각한 것.
 

아버지는 몽골에,
여동생은 캐나다에,
오빠와 엄마는 이곳 저곳을 옮겨다니며 살지만,
소울soul이 태어나고 과거의 기억이 망각의 강으로 흘러가면서
긴 세월 서로를 오해하고 멀리했던 이들은 따뜻한 가족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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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란 한 주체가 자신의 과거를 자신의 현재와 관련짓는 정신적 행위 및 과정이다.
......
만일 과거가 이미 존재하지 않고
미래가 아직 존재하지 않으며
현재가 항상 존재하지 않는다면
시간은 어떻게 존재할 수 있을까?
 
역사란 더이상 유일한 공적인 기억이 아니라
과거를 재현하는 여러 방식들 중 하나이다.
 
(역사가 기억을 말하다, 전진성 지음, 휴머니스트, 2009)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