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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05-12-21 12:28:39
조회: 5,660  
제목 film 메트로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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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7년
원제 | metropolis
감독 | 프릿츠 랑
출연 | 브리키트 하름, 알프레드 아벨, 구스타프 프롤리히
제작국가 | 독일
상영시간 | 130분


노동자의 도시는 지하 깊은 곳에 있고 그 위로는 강당과 도서관, 극장, 경기장이 있는 ‘아들의 클럽’이라는 이름의 건물이 서있다. 기계혁명의 주동자들은 아들들을 위해 영원한 정원의 기적을 이룩해냈다. 거대 도시 메트로폴리스의 지배자인 프레더슨의 아들 프레더는 지하세계에서 비참하게 일하는 노동자들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 채 영원의 정원에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내던 중 지하세계의 성녀와도 같은 존재인 마리아를 만나고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마리아를 찾아 지하세계로 들어간 프레더는 그곳의 비참한 상황에 경악한다. 노동자의 일을 대신 해주던 프레더는 지하세계보다 더 깊은 지하 납골당에서 마리아가 노동자들에게 하는 설교를 듣는다. 그녀는 ‘머리와 손의 중재자는 심장’임을 강조하며 평화로운 화해를 기원하고 있다. 이를 지켜보던 프레더슨과 과학자 로트방은 노동자들을 혼란에 빠뜨리려는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로트방은 프레더슨을 몰락시키려는 또 다른 계략을 품고있다. 마리아를 납치한 로트방은 그녀와 똑 같은 로봇을 만들어 지하세계로 내려보낸다. 로봇 마리아는 노동자들을 선동하여 기계를 부수게 하고 아들의 클럽에서는 환락을 조장한다. 노동자들의 봉기로 메트로폴리스에는 홍수가 일어나고 프레더슨은 로트방의 음모를 알아차린다. 노동자들은 자신들을 선동한 마리아를 화형에 처하지만 곧 그녀가 로봇임이 밝혀지고 진짜 마리아는 프레더와 함께 노동자의 아이들을 홍수로부터 구출했음을 알게 된다. 성당 앞에서 노동자와 프레더슨은 프레더의 중재로 화해한다. 화면에는 ‘머리와 손의 중재자는 심장이다.’라는 글이 중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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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베를린 영화제에서 <메트로폴리스>의 복원판이 상영되었다. 1927년 만들어질 당시 210분이라는 긴 상영시간 때문에 각 나라마다 다른 버전으로 상영되어 원본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랑은 종종 "왜 사람들이 존재하지도 않는 영화, <메트로폴리스>에 대해 계속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곤 했다. 내가 본 DVD도 영화의 1/4 이상이 분실되었을 것이라 추정하며 현존하는 모든 요소를 재구성해 첫 개봉당시의 모습을 재현하려 시도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처럼 원본이 불확실함에도 <메트로폴리스>가 우리를 유혹하는 이유는 놀라운 시각적 완성도 때문일 것이다. 특히 건축을 공부한 랑 답게 건축적 표현주의로 형상화한 미래도시의 모습은 충분히 매력적이라 할 수 있다. 거대한 피라미드처럼 보이는 마천루와 당시 건축가들의 계획안을 연상시키는 다층의 도로들, 아돌프 루스의 장식을 배제한 입면을 상기시키는 일련의 건물들, 상상 속의 바벨탑, 지하세계의 기계들과 납골당, 지상세계의 경기장과 영원의 정원, 과학자 로트방의 낡은 집 등은 그 각각의 특성에 맞게 서로 다른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 1927년 이 영화를 본 초현실주의 영화의 거장 루이스 브뉴엘이 “앞으로 영원히 건축가는 무대 디자이너를 대신하며 그의 가장 대담한 꿈을 영화를 통해 실현하게 될 것이다.“라고 그 높은 완성도에 찬사를 보냈을 정도이다. 는 <메트로폴리스>가 “무엇보다도 표현주의 건축의 강력한 은유의 영화이며, 근대적인 관점의 집합체이자, 영화 속 건축의 발전에 있어 중요한 전환기를 이룬다”고 적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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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스>의 각본은 프릿츠 랑의 아내 테오 폰 하르보우가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24년 랑과 테오는 제작자 에릭 포머와 함께 뉴욕을 방문한다. 항구에서 바라본 뉴욕은 휘황찬란한 불빛과 거대한 빌딩들로 가득 차 있다. 여기서 랑은 미래도시의 이미지를 떠올리고 뉴욕 어딘가에서는 대다수 인간이 노예처럼 살고 있을 것이라 추측한다. <메트로폴리스>가 SF영화의 신기원을 이룬 작품임을 실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세기를 지나 근래에 개봉된 영화 <아이,로봇>의 미래세계도 뉴욕을 근거로 했음을 밝히고 있고, 그 영화적 기원은 <메트로폴리스>임을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각적 완성도에 대한 인정에도 불구하고, <메트로폴리스>는 자본가와 노동자의 타협이라는 안이한 결론에 도달함으로써 히틀러의 등장을 예고하는 나치 선전 영화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기도 하다. 각본을 쓴 테오 폰 하르보우가 나치 당원이었음을 상기하면 놀랄 일도 아니지만. 후에 랑은 나치 선전 영화를 만들어달라는 히틀러의 제안을 뿌리치고 미국으로 망명하여 필름 누아르의 선구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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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은 교대시간이 되면 나치 전당대회를 연상시키는 대열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세계로 들어간다. 노동자들의 밀집된 모습은 그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보이게 하기 보다는 마치 세트의 일부인 듯 기하학적인 형태로 비추어진다. 지하세계는 기계로 가득 차 있는 암울한 도시 그 자체다. 노동자들은 이름 대신 ‘11811번’과 같은 숫자로 불려진다. 쉴새 없는 노동에 지친 그들은 유대인 시나고그를 연상시키는 저 깊은 지하 납골당에서 마리아의 설교를 듣는다. 마리아는 바벨탑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노동자들이 탑을 계획한 이들의 꿈을 이해하지 못해 그들을 저주하게 되었으니 중재자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다소 위험하게 들리기도 한다.

한편, 지상세계는 낙원과도 같다. ‘영원의 정원’에서 여인들에 둘러싸여 지내는 프레더, ‘아들의 클럽’의 혜택받은 이들은 그 아버지 세대가 이룩한 거대도시의 풍요로움을 만끽한다. 환락가 ‘요시와라’의 모습은 <블레이드 러너> (Blade Runner, 1982) 의 거리풍경과 유사하다. 번쩍이는 네온사인과 동양적인 모습의 건물들은, 이 또한 SF영화의 전형이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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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롯의 미심쩍음에도 불구하고 <메트로폴리스>는 세기를 뛰어넘어 SF 영화의 고전으로 대우받는다. <메트로폴리스-아방가르드 예술과 건축에 관한 13가지 주제>(2002, 열린책들, 김원갑)는 “<메트로폴리스>는 1927년 랑이 영화화한 이래, 그 내면의 갈등 구조나 사회학적 분석보다는 고층 건물들과 입체적 도시 구조물들의 눈부신 화려함, 무수한 바벨탑과 공중 정원들이 내뿜는 휘황한 광채와 사악함의 미학이 그것의 이미지를 결정했다.”고 그 역사적 평가를 서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