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 2015. 02. 05
장르 | 다큐멘터리
국가 | 한국
러닝타임 | 108분
[포스터 및 스틸컷 출처 = 네이버 영화] 2012년 세계 최초로 개인이 인공위성을 쏘아올렸다.
순수 개인 자본으로, 개인이 제작한 인공위성을 발사한 것.
어느 일요일 늦은 오후, 마감과 회의 일정으로 가득한 다음주 일정을 잠시라도 잊어버리고자
OTT 플랫폼에서 볼 만한 영화를 찾던 중 우연히 발견한
<망원동 인공위성>의 이야기다.
인공위성을 제작한 주인공은 이미 방송에도 여러번 출연한 이력이 있는 것은
영화 정보를 검색하다가 우연히 알게 된다.
영화의 도입 부분,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보안컨퍼런스에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발표하면서
만 장의 티셔츠를 팔아 1억원의 비용을 마련하겠다며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던 예술가는
영화가 진행되면서 점차 심경의 변화를 겪어간다.
"당신의 별을 쏘아드립니다" 라는 솔깃한 홍보 문구를 제안하는 백화점의 스폰도 엎어지고,
발리우드의 재력가로부터 받은 인공위성을 이용한 불법 영화 홍보 제안도 거절하면서
자신의 꿈과 희망을 지키고자 노력하지만,
돌아오는 건 10만 4천원의 전기세와 129만3천원의 가스비 체납고지서,
1억원의 수수료, 보험료로 지불해야 하는 1억여원 (960억원에 대한 보험료)의 빚이다.
제작비는 그 비용이 얼마인지도 모르겠다.
지난 6년여간 재미있게만 생각해오던 이 프로젝트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면서
어댑터를 만드는 프랑스 회사에서는 계약한대로 송금을 하라고 재촉하고,
러시아의 소유즈 로켓 발사 계획은 언제일지 알 수 없는 일정으로 미루어지고,
만 장의 티셔츠는 팔리지 않고,
작업이 신선하고 의미있어 보인다며 도와주러 온 자원봉사자는 기다림에 지쳐 나가버리고,
인공위성의 실제 제작을 맡아줘야 할 청계천의 정밀 회사들은 등을 돌리고,
그나마 이 작업의 의미를 이해해주는 몇 사람만이 그의 곁에서 절실한 도움을 주고 있는 상황
여러 차례의 발사 연기 끝에 결국 송호준의 인공위성은 쏘아올려지지만
그의 인공위성은 통신이 두절되어 하나의 희망, LED 불빛이 반짝이기를 고대하며 쏘아올린 그의 위성은
그렇게 우주로 사라졌다.
생각해보면,
만 장의 티셔츠를 만 원에 팔기 위해서는
로고디자이너가 디자인을 만들어줘야 하고,
티셔츠의 뒷면에 박음질도 해야하고 (1000원)
한 장 한 장 접어 비닐로 포장 후 주소를 출력해 택배를 보내야 하는데
하루에 백 장씩, 3개월이 넘게 매일매일 해야만 도달할 수 있는 목표였다.
인공위성을 만들기 위한 각종 부품들을 주문하고,
프랑스와 러시아 등 전 세계 인공위성학회에서 발표를 위해 수시로 해외를 다녀와야 하는 상황에서
혼자서, 티셔츠 만 장을 팔면서, 인공위성 제작을 위해 청계천을 헤매고, 모르는 내용을 공부하면서,
제작된 부품을 납땜으로 조립해야 한다.
그것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10cm 길이의 입방체 안에, 1kg의 무게를 초과하지 않도록.
작업이 진행되면서 자신이 불가능에 도전하고 있음을 실감해 가는 예술가는
점점 꿈과 희망이 도대체 뭐지? 라는 자괴감에 빠져든다.
자본이 없으면 꿈과 희망도 사라지는 건가,
국가도 과학자도 아닌 그저 평범한 한 개인이 우주로 인공위성을 쏘아올리겠다는 건
정말 불가능한 일인가...
누군가 지금 자신에게 100억원을 준다면
그 돈에 꿈과 희망을 팔아버리겠다며 자조 섞인 농담까지 곁들인다.
물론 그는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으리라는 걸 누구나 알고 있다.
파워유닛
메인 보드
페이로드
적외선센서
슈퍼캐피스터
배터리
디플로이먼트 스위치
...
끝도 없는 부품들을 설계하고 제작하고 조립하고 완성해내야 한다.
1년 전에 이거 한 번 해보자, 했는데
이제 이틀 전이야...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구
뭐 하고 있는건지 모르겠어
그냥 초현실이야, 초현실 바로 내일, 프랑스로 조립한 인공위성을 보내야 하는데
새벽에 OTL 자세로 무릎을 꿇고, 여태까지 아무 것도 해 내지 못한 자신을 원망하면서
기도인지, 그 무엇인지 모를 속마음을 읊조린다.
12시간도 안 남았어.
납땜도 하나도 안 됐어.
...
3시간 남았어
조립 못 할 것 같은데?
통신은 되겠지>
확인했어?
아니... 제작에 들어가기 전, 안되면 돌덩이라도 쏘아올리겠다던 자신감은
이미 어딘가로 사라진지 오래지만 이렇게 마음에 들게 뭘 만들어 본 적은 별로 없다며
외곽 프레임 칫수가 안 맞는 가조립 인공위성을 소중하게 들고 있다.
그저 인공위성이라는 물체를 쏘아올리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훨씬 더 쉬웠을 일이다.
여기저기 기업 스폰을 받아 필요한 인력을 구해서
만들어서 프랑스 어댑터 회사를 거쳐 러시아로 보내면 될 일이다.
그러나 송호준은,
국가와 개인,
아마추어와 프로페셔널,
과학과 예술의 경계점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 위해
인공위성 만들기에 도전한다고
어느 방송 인터뷰에서 밝히고 있다.
기술적인 성공이 중요한 게 아니다.
전 세계 모든 이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 하는 거다.
라는 목표로
결국 어찌어찌 인공위성은 발사되었고, 송호준의 꿈은 이루어진 것이 아닐런지.
꿈과 희망은 뭔지 몰라도 일단 전파하는 겁니다. 라는 자조를 거쳐
나라도 희망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자괴감을 극복하며 이루어낸 결말에
박수를 보낸다.
자신의 꿈과 희망은 자기 자신 만이 지키고 이루어낼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여겨진다.
인공위성 발사 이후 송호준은
자신의 계정에 인공위성 제작 관련 자료를 오픈 소스로 공개하여
누구라도 인공위성 만들기에 도전할 수 있도록 레퍼런스를 제공하고 있다.
OSSI
Open
Source
Satelite
Initiative
만 장의 티셔츠에 새겨진 로고의 의미를 실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