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 the spave] 3회. 현상설계 > over the 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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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5-04-26 15:54:43
조회: 6,217  
제목 [over the spave] 3회. 현상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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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해 여름, 제주도에 집을 짓겠다며 건축주께서 모도를 찾아주셨다.
집을 지을 장소가 화북지구 인근이라고 알려주시는 건축주의 말씀에,
'이런 세상에나!' 속으로 외쳤다.
 
김씨가 처음 조성룡도시건축을 다니면서 설계를 하게 된 프로젝트가 바로
<제주 화북지구 공동주택> 이었던 것.
 
현상설계에 참여하여 3등으로 마무리된 아쉬운 프로젝트였지만
건축가의 설계 프로세스를 처음 함께했다는 의미와 함께,
우리가 흔히 접하는 아파트라 불리우는 공동주택과는
그 설계 내용이 너무나 달라 기억에 두고두고 새겨넣은 프로젝트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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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화북지구는 3가지 유형의 주동으로 구성된 단지이다.
15평형, 18평형, 25평형으로 이루어진 2400세대의 대단지이다.
 
ㄷ자형으로 주동을 구성하고,
필로티를 만들어 눈높이에서 단지 전체가 열린 시야를 확보하도록 하며,
복도형으로 이루어진 가운데 뚫린공간을 두어 반달리즘의 위험을 최소화하도록 설계하였다.
 
1995년 당시에 사무실의 모든 스텝이 이 현상설계에 올인할 정도로
스튜디오의 사활을 건 프로젝트였다.
 
이제 입사한지 얼마되지 않은 김씨는 사례조사부터 시작하게 되었는데
주로 일본의 집합주택을 많이 연구하였다.
 
사례조사를 통해 가장 염두에 두었던 내용은
서로 다른 평면을 구성하여 다양한 생활 공간을 만들어 내는 유형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아파트와 같이 획일적으로 한 가지 평면으로 수천 세대를 만드는 것이 아닌,
다양한 생활을 담아낼 수 있는 다양한 유형의 평면을 만들고자 했던 것.
 
15평, 18평의 최소 규모의 평면일지라도
오밀조밀한 평면 구성으로 단독주택 못지 않은 흥미로운 공간 구성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였다는 생각이 든다.
 
짧은 기간에 현상설계를 마무리해야 하는 이유로
멀리서 출퇴근해야했던 김씨에게는,
2주간을 집에 가지 못하고 사무실에서 지내야했던
아주 혹독한 수련기간이었다.
 
그 다음으로 이어진 프로젝트는 <서울대 연건 학생기숙사> 지명현상설계이다.
서울대 연건캠퍼스를 다니고 있는 의대생과 치의대생을 위한 기숙사였는데,
당시에 김씨의 동생이 이 기숙사를 이용하고 있는 중인 이유로
나름대로 큰 의미를 두고 진행한 프로젝트였다.
 
이 현상설계 역시 2등이라는 아쉬운 성적으로 마감하여 실현되지 못하였다.
 
엠에이알류의 김종규 건축가와 공동으로 디자인을 진행하였는데
에이에이를 국내 건축가로는 최초로 졸업한 건축가로 유명세를 탄 분이다.
엘 크로키라는 스페인 잡지를  국내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던 시절에
그 책을 잔뜩 갖고 계셨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엘 크로키에 소개된 카쥬요 세지마의 여자 기숙사 건물을 케이스 스터디 삼아
많이 연구하였다.
 
일정한 틀을 가진 건물에 프로그램이 명확하게 들어가는 세지마 건물의 유형을
한참이나 연구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현상설계안의 제출물이 A1 크기의 청사진 도면이었는데,
며칠 밤을 샌 김씨가 이 제출물을 혼자 들고
지하철을 타고 가서 제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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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설계를 할 때마다, 그 당시에나 지금이나
가장 황홀한 순간은 제출한 바로 다음 그 순간이다.
 
마치 기나긴 산고를 거쳐 아이을 낳았을 때의 기분이 그러할까.
현상설계를 진행하는 동안의 모든 고통과 시름이 눈녹듯이 사라지며
날아갈 것만 같은 기분이다.
바로 내일은 또 다른 시름이 이어질지라도.

 
조 선생님의 현상설계 진행과정을 잘 알고 있는 사무실의 한 선배는,
 
'현상설계를 하려면 될 수 있도록 해야지, 안 될 현상을 맨날 하면 무엇하냐'며
불만을 토로하였다.
 
그 당시에는 이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잘 몰랐는데,
모도건축을 열고 10년 넘게 작업하다 보니 어렴풋이 그 의미를 깨닫게 된다.
 
국내의 현상설계는 말하자면,
사전에 미리 말아놓고 뛰어드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말아놓는다?
이 말도 최근에야 알게 된 표현인데,
발주처와 이미 사전 조율이 되어 있어 당선될 곳이 정해져 있다는 의미이다.
 
한 번도 말아놓고 현상설계에 참여한 적이 없어서
당선이 되지 않았나... 하는 자괴감을 한 동안 갖고 있기도 하였다.
 
그러나, 요즈음 들어 그런 말아놓은 현상설계와 가까이 지낸 적이 없다는 것이
큰 자부심으로 다가온다.
 
현상설계의 이런 부조리함이 조금씩이나마 바뀌고 있다는 것이 감지되기 때문이다.
 
김씨만 해도 몇 번의 심사나 평가를 맡는 자리에 나가면
수십번을 현상설계에 떨어진 경험이 있는 이유로
제출한 안을 꼼꼼히 정성들여 들여다 본다.
 
나름대로는 모두 최선의 안이라 생각하여 제출한 그 안을,
비록 당선작은 한 작품일지라도 정성껏 보아주는 노력이라도 기울여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에서이다.
 
 
세상은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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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회. 편집디자인
두 개의 현상설계를 마무리하고 북디자인을 배우게 된다.
플러스 95년 10월호의 <건축가 조성룡의 도시주거 읽기_도시주거와 풍경> 특집기사 편집을 시작으로
80년대 중반부터 그 당시까지의 작업을 책으로 만드는 작업을 하면서
건축가의 발표되지 않은 작업들을 접하게 된 것은 아주 큰 기회였다.
그 이야기는 다음 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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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양재287.3 보러가기

2회. 서울건축학교 보러가기

4회. 편집디자인 보러가기

5회. 호암미술관 한국정원 '희원'의 건축 보러가기

6회. 종로5가 프로젝트 보러가기

7회. 의재미술관

8회. 소마미술관
9회. 선유도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