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일을 했던 건축물을 학생들과 다시 찾았다.
1992년에 완공된 노출콘크리트로 된 소규모 근린생활시설 건물
지하층을 제외한 전체 5개층을 설계사무실에서 사용하고 있다.
지금은 흔하게 쓰이는 재료가 노출콘크리트이지만,
십수년전만 해도 노출콘크리트를 외장재료로 쓴 건물은 흔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내부 마감도 합판이나 몰탈, 무늬강판, 시멘트블럭같은
화려하지 않은 재료로 마감되어 있고, 천정은 콘크리트바닥판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건축에 문외한인 사람들이 보면 짓다 만 건물처럼 보인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콘크리트로 된 외관이 삭막하다는
견해도 있지만, 건축적으로는 의미가 큰 건물이라고 생각한다.
공간구성도 흥미로운데, 지하로 내려가는 외부계단은 선큰마당으로
연결되며, 마당에는 작은 연못이 있다. 항상 비어있던 연못이었는데,
이번에 가서 보니 지하층의 디자인 회사에서 물고기도 담아 놓고, 수초도 심어놓았다.
1층에서 내부로 들어가는 계단은 3층까지 직선으로 연결되어 있어
좁은 현관이지만 3개층을 한번에 볼 수 있는 공간이 형성되어 있다.
층마다 발코니의 위치도 다르고 형태도 달라 다양한 공간구성을
경험할 수 있다.
최상층인 5층은 경사지붕으로 처리하여 다락층을 만들고 고측창을 통해
실내로 빛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곳에서 8년여를 보내면서 건축의 시작을 체험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여러가지 현실적 고통을 감내하며 끝까지 건축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
하고 싶다는 열정까지도.
<건축가 조성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