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몇 년 만에 현상설계안을 제출했다.
2011년까지는 30여번의 현상설계에 계속 참여하였는데 별다른 성과가 없기도 하였거니와
그 이후로는 참여할 만한 프로젝트가 눈에 띄지 않아서다.
수년동안 현상설계에 참여하고 있을 때에도,
주변에서는 거의 모두가
쓸데없는 데에 돈과 시간을 투자한다고 안쓰러워하였다.
국내의 현상설계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작품의 완성도보다는 사전 작업을 통해 이미 당선될 곳이 정해져 있는
현상설계가 대부분이라는 것이 건축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런 와중에도 왜 모도건축은 현상설계에 참여했을까...
100번쯤 참여하면 로비와 상관없는 곳이 한 곳이라도 있지 않을까... 라는 희망이 첫번째이고,
마땅히 설계를 진행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아 설계를 계속하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떨어지면서도 계속된 현상설계 참여로 인해 모도건축의 작업 툴이 많이 발전되기도 했다.
주로 참여한 용도는 동청사와 도서관이었는데,
2006년에는 도서관에서 2등을,
2008년에는 동청사에서 3등을 하기도 하였다.
2006년에 참여했던 도서관 현상설계의 결과가 발표된 후 판넬을 찾기 위해 구청을 찾아갔는데,
우연히 당선안을 제출한 소장님을 만나게 되었다.
이미 많은 현상설계에서 당선작이 많은 유명한 곳이었는데,
모도건축의 판넬을 보시고는,
"벌써 이런 작업을 제출하다니, 대단하시네요.." 라는 말씀을 하셨다.
8년전인 그 때는, 이 말의 의미가 잘 와닿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몇 년 만에 현상설계안을 제출하고 보니
그 말씀의 의미가 크게 와 닿는다.
아마도,
8년전 그 2등안은, 기본에 충실한 설계안이 아니었을까.
그 이후로, 당선되고자 하는 욕심에, 너무 많은 치장을 하며 설계를 한 것은 아닌가,
스스로 뉘우친다.
정말 좋은 설계안은, 로비를 넘어서 모두의 마음을 움직이는 작품이 아닐까...
욕심을 버리고, 한 가지 이야기만으로 작업을 완성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새삼 깨닫는다.
설계안에 치장을 하기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디자인을 끝까지 다듬어내야 하는 것이다.
"내일 오후 3시부터 나는 기본에 충실할거야."
라고 되뇌인다고 해서 그렇게 실행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
기본에 충실하지 않는다면,
그런 내일은 오지 않을 것이다.
기본은 지키는 건축계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