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전에 삼성동에서
<하늘에서 본 지구> 사진전이 있었다.
대로변에 마련된 전시회를 지나가며 구경하는 이들은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을 보며
'어머, 건물이 이렇게 예쁘네~' 하며 감탄을 연발한다.
쇠퇴해가는 스페인의 공업도시를 일약 세계적인 도시를 탈바꿈시킨 훌륭한 건축물이다.
서울은, 쇠퇴해가는 도시가 아니라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활기차기가 어느 도시보다 더한 우리의 도시이다.
이런 도시에, 과연, 사막에 있었어도 좋을,
기막히게 훌륭한 건물,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가 들어섰어야 했을까.
김씨는 1995년 1월 4일부터 조성룡도시건축에서 실무수련을 했다.
그 당시에 사무실에 있던 모형 중에
용인의 근대미술관을 계획했던 모형이 있었다.
어딘가 루이스 칸의 미술관 같기도 하고, 호수 위에 떠 있기엔 너무 모던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모형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발주한 미술관이었는데,
수년 후에 한남동에 마리오 보타, 장 누벨, 렘 콜하스에게
각각 디자인을 맡겨 미술관 단지가 완성된 것을 보았다.
서울역에서 인천공항까지 연결되는 공항철도의 역 중, 검암역이 있다.
집에서 가까워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이 역을 거쳐가게 되는데,
몇 년전 처음 이 역이 세워졌을 때 참 말들이 많았다.
이용자도 몇 명 없는데 저렇게 크고 화려하게 역사를 지어놓았다고.
하지만 지금은 공항철도가 서울까지의 거리를 1/4로 줄여준 덕에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출퇴근시간에는 철도가 가득 찬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도 좋아하건 싫어하건,
지금은 논란이 많지만 서울의 명물이 될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명소가 될 것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 건축가가 훌륭한 건축가라는데도 이론의 여지는 없을 것이다.
다만, 전 세계에 상품을 팔듯이 자신의 명품을 동네 분위기는 아랑곳없이
팔아치우는 것을 굳이 사 들여야 했을까... 라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아이들에게 밥 줄 돈은 없다던 그, 서울이 말이다. 5000억원이나 들여서.
다시 생각해본다.
3월 21일에 드디어 개관을 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설계되고 지어질 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는지.
어쩌면 우리에게 적합한 근대를 찾지못해
변형되고 왜곡된 근대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사이,
우리의 주체성은 소멸하고 그들에게 우리의 자리를 내어준 것은 아닌지 말이다.
문화를 스포츠처럼 생각하는 것만큼 비문화적인 의식과 행태도 없지만,그것은 전적으로 열등의식의 소산인 탓에,자기 자신을 존재하는 바,현상하는 바 그대로 인정하고 부끄러움 없이 받아들이는 주체의식, 주권의식의 확보와 함양이야말로사회적으로 북돋아야 할 선급한 과제일 것이다.......건축에서 정체성이며 주체성이며 식민성의 이슈는,우리 땅에서의 건축수업과 여전히 동떨어져 있기도 하고,그것을 접하기조차 여간 어렵지 않다.그리하여 건축을 한다는 것은 곧,그들을 충실히 흉내 내어 마침내 혹은 기어이 그들처럼 되는 것이다....... 이 글을 쓰는 것도 정확히 그것에 반해,그들의 건축'이 아니라 우리식의 건축을 하고,그로써 저들과 어떤 열등감도 없이 자유롭고 즐겁게교섭할 수 있기 위해서다.<이종건, 건축 없는 국가> 중에서또다른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스위스의 건축가 페터 춤토르의 책에서 이 글을 인용하고 싶다.이론적으로나 기능적으로나 여러모로 흥미로운 건물이 분명합니다.
다만 문제는 그 안에 영혼이 없다는 것입니다.2013년 10월 서울시 신청사에서 열린 건축문화제의 행사중 <좋은 건축이란 무엇인가> 라는 토론회가 있어 가 보았다.우리 앞 세대라 할 수 있는 건축가께서, 이렇게 청중을 향해 성토하신다.남의 것을 잘 베껴서 세련되게 하면 선배들이 칭찬해 주니 평생을 그렇게 해 왔어요.그러고 와서 지금에 보니 내 것이 없어요.여러분들은, 조금 덜 세련되고 이상하게 보일지라도 꼭 자기 것을 하세요.이 건축가의 외침이 참, 가슴깊이 울려오는 날이다. 2014년 3월 21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