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지으려면 3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
집 한번 지으면 10년은 늙는다. 집을 지으려는 분들이 흔히 접하는,
흘러다니는 이야기들이다.
그 만큼 집 한번 짓기가 쉬운 일이 아니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집을 지으면서, 짓고 나서도 행복한 삶을 이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고 하듯이,
집 짓기에도 무슨 대단한 비결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것 뿐.
집을 지으면서 발생하는 여러가지 상황들에서
현명한 결정을 하기 위해서라도
기본과 원칙을 반드시 지키며,
돌다리도 두드리며 건너는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이
유일한 길이다.
건축주로서
설계자/감리자로서,
또한 시공자로서
지켜야 할 기본과 원칙을 지키면서.
건축주는 집을 지으려는 최초의 목적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집을 짓는다 하면 동네 목수부터 지나가는 사람, 주변의 집 한 번은 지어보신 분들의
훈수가 끝도 없이 이어진다.
집 짓는 과정을 몇 번 반복하다 보니 그 내용들이 모두 대동소이하다.
정작 살펴보고 귀담아 들어야 할 내용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까지도.
그런 혼란스러운 상황속에서도 흔들림없는 중심이 서 있어야 한다.
중심이 흔들린다면 그 때부터 고난의 길이 시작될 수도 있으므로.
설계자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사용자/건축주의 의견을 귀담아 듣는 것이다.
이 집으로 무슨 대단한 걸작을 만들겠다는 야심을 드러낸다거나,
남의 돈으로 작품 하나 만들어보자는 흑심은 바다에 던져버려야 할 것이다.
대단한 작품을 욕심내기보다,
이 집을 짓고, 그 안에서 살고자 하는 분들의 삶을 더 면밀히 들여다보고,
귀담아 듣고, 살펴보고 헤아린 후에,
그것을 물리적인 실체로 옮겨야 할 것이다.
집짓기 과정중 가장 문제가 많이 발생할 여지가 있는 것이 공사중일 것이다.
설계를 아무리 꼼꼼하게 한다 하더라도
현장에서 수시로 발생하는 예기치 못한 상황은 저마다 다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어떤 기준으로 판단을 하고 결정하여
다음 과정으로 나아갈 것인가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경우이다.
사공을 최소화해야 한다.
건축주-설계자-시공자가 항상 같이 의논하는 상황이 공사를 진행하는 동안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
설계자는 모르는 상황을 건축주가 시공자에게 별도로 요구하거나,
시공자가 도면을 나름대로 해석하여 건축주에게 변경안을 제시한다거나,
설계자가 마음대로 현장의 상황을 조정하는 경우가 없어야 한다.
집짓기 과정 전체에서 함께 의논하고 결정하고 완성한다면,
종이 위에 집이 그려진 순간부터
첫 삽을 떠 땅을 파고 지붕이 덮이는 모든 순간이
하나의 즐거운 추억으로 오래도록 남게 될 것이다.
그 추억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집,
그 집에서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보내다보면
어찌 젊어지지 않을 수 있을까?
다음글에서 계속...
집짓기, 아는 만큼 보인다 1 - 땅은 어디에
집짓기, 아는 만큼 보인다 2 - 내가 살고 싶은 집은집짓기, 아는 만큼 보인다 3 - 집의 자음과 모음, 공간별 구조
집짓기, 아는 만큼 보인다 4 - 시공자는 누구로
집짓기, 아는 만큼 보인다 5 - 단열재는 어떻게
집짓기, 아는 만큼 보인다 6 - 창호는 무엇을
집짓기, 아는 만큼 보인다 7 - 냉방과 난방은 어떤 방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