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ys of seeing] 집짓기, 아는 만큼 보인다 2 > ways of se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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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1-06-19 10:17:02
조회: 2,166  
제목 [ways of seeing] 집짓기, 아는 만큼 보인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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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싶은 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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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모두 살아 있는 세계, 즉 우주를 만들고자 하는 꿈을 마음속 어딘가에 품고 있다. 


 

우리처럼 건축가로서 교육을 받아온 사람들은 삶의 중심에 이런 욕망이 놓여 있다. 


 

언젠가는 근사하고 아름답고 숨막히게 멋진 건물,  

사람들이 수백 년 동안 걷고 꿈꿀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그런 욕망 말이다. 


 

형태는 다르더라도 사람은 누구나 이런 꿈을 가지고 산다. 

무슨 일을 하든 언젠가는 가족을 위해 가장 아름다운 집, 

그러니까 정원과 분수, 연못, 따사로운 햇살이 드는 널따란 방,  

꽃이 피고 새로 돋아난 풀냄새가 풍기는 마당이 있는 집을 짓겠다는 

꿈을 품고 있는 것이다. 

-<영원의 건축> (크리스토퍼 알렉산더, 2013년, 안그라픽스)
 
 


 

<영원의 건축> 더 보러가기
 

영화 <마이 플레이스> 보러가기


 
 


 


 


 

집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본다.

자라면서 살던 곳 중 기억에 새겨진 장소는

초등학교(당시로는 국민학교)에 입학하기 전 살았던

충주의 단독주택.


 

초등학교 때 살았던 일산의 단독주택과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1학년을 보냈던

경북 선산의 관사.


 

중학교 2학년부터는 인천으로 이사를 온 후로,

결혼한 지금까지 줄곧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아버지가 군인이셨던 이유로

전국 곳곳으로 이사를 수십번 다녔다는

어머니의 말씀을 자주 들었다.


 

태어나기는 연희동에서,

강원도 화천에서도 아주 어린 시절을 보냈고,

부산에서도 살았었다고.

송추의 군부대 아파트에서 몇 년을 지냈던 기억도 있다.


 

그래서일까.

김씨는 이곳 저곳을 옮겨다니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여행을 즐기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초등학교 세 곳을 다녔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한데,

다른 장소에서 다른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

너무도 낯설었던 까닭이다.


 

지금은 고등학생이 된 아이는,

초등학교 때부터

나중에 집을 지으면

마당 있는 2층 집을 꼭 만들자, 라며

초등학교 언젠가의 방학숙제로는 집 모형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2층에는 커다란 테라스가 있고,

1층에는 시원한 마당으로 연결되는 거실과 주방이 자리한 집.

그 곳에서 웰시코기 펨브로크도 키우고 싶다고.


 

그래, 그러자.


 

김씨는 어떻게 건축을 시작하게 되었을까,

문득 나조차도 궁금할 때가 있다.

주변에 건축과 관련된 일을 하는 이는 아무도 없고,

잘 만들어진 건축물을 접할 기회도 없었는데 말이다.


 

가장 그럴듯한 이유는

고등학교 1학년 때의 미술시간이었던 것 같다.

집의 모형을 우드락으로 만들어 제출하는 숙제였는데,

집의 구성을 만들고 각 방에 가구들을 배치하며

밤이 새는 줄도 모르고 신나게 작업했던 기억.


 

다른 친구들은 축척이 맞지 않게 가구들을 만들었는데,

미술선생님께서 집의 크기와 가구의 비례를 잘 맞추었구나, 라는

말씀을 해 주신다.


 

스케일이 무엇인지도 몰랐던 시절에,

방의 크기와 높이가 이 정도이니,

가구는 이 정도 크기로 만들어야겠구나, 라며

하나하나 자로 재서 그 크기를 환산했던 것.


 

이 기억만이 유일하게,

자라면서 건축을 접했던 경우이다.


 

건축학과를 다니면서 생긴 한 가지 목표는

반드시 내가 설계한 집을 지어

그 곳에서 살겠다는 것.


 

집을 설계하기위해 모도를 찾아주시는 다양한 건축주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모두 저마다의 사연이 있고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부분이 반드시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명확하게 어떤 집을 설계해 주세요, 라고 정리해오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막연하게

지금 살고있는 아파트가 너무 답답해서,

집을 짓기위해 땅을 마련했는데 이제는 지어야만 할 때라서,

오랫동안 살아왔던 집이 너무 낡아서,

집을 팔려고 내놓았지만 팔리지 않아,

해외로 이주하며 수십년간 비어있던 땅에 이제는 꿈꾸던 주택을 짓고 싶어서,

부모님께서 갖고계시던 작은 땅에 우리집을 짓고 싶어서,

조상 대대로 살아온 땅이 개발의 광풍에 휩쓸리고 있어

나만이라도 이 땅을 지키고 싶어서.


 

다양한 이유로 집을 짓게되는 사연들을

공간에 반영하다보면 당연히,

같은 집은 만들어질 수가 없다.


 

초반에는 원하는 내용은 없어요,

그냥 예쁘게만 설계해 주세요, 라던 분들도

설계가 마무리될 즈음에는 자신만의 방이 필요했음을

짐작하게된다.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오로지 혼자만의 시간으로

채울 수 있는 나만의 아지트를.


 

여러분은,

어떤 집에 살고 싶으신가요?


 

그런 집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면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세요.


 

가장 흥미롭게 놀았던 장소가 어디인지,

어디에 있을 때 행복했는지를 말이죠.


 

그렇게 하다 보면 어렴풋이 알게될 수 있죠.


 

내가 살고싶은 집을.


 


 


 


 


 


 



 

다음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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